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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푸로산게, 첨단 기술로 만들어낸 4인승 페라리

아직도 자동차의 움직임과 성능을 바꿀 방법이 남았다니

페라리의 시승 행사인 에스페리엔자 페라리 푸로산게에 다녀왔습니다. 차를 타는 시간은 짧았는데 매우 집중적 탈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바짝 긴장하고 탔네요.

개인적으로 푸로산게 실물을 보거나 탄 경험이 처음입니다. 론칭 때도 못 갔고 이러저러 기회들과 어긋났었지요. 사실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차가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제가 페라리 골수 팬인 건 저를 아신다면 아실 텐데요. 모터스포츠를 위해 스포츠카를 판매한다는, 페라리의 그 이상과 가장 먼 ‘Money Bag’ 역할을 할 차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물론 포르쉐가 카이엔으로 회사의 운명을 바꾼 것이나 최다 판매 모델이 우루스가 된 람보르니기 등등을 보면 이해가 되긴 합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서 제가 중요하게 확인하고 싶었던 건 ‘얼마나 페라리인가’였습니다.


실물을, 그것도 해가 기울어 그늘이 진 트랙에서 보니 생각보다 차가 컴팩트합니다. 길이*너비*높이가 4973*2028*1589mm, 휠베이스 3018mm로 차 높이는 현대자동차 코나와 비슷한데, 폭과 길이가 넉넉해 ‘SUV’스러운 뚱뚱함은 없습니다. 페라리에 좀 익숙하다면 그간 있던 4인승 모델인 FF나 GTC4 루쏘의 라인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곳곳의 공기 통로는 정말 다양합니다. 굴곡진 차체를 따라 휠 하우스로, 엔진룸으로 바람을 흘립니다. 후면을 휠하우스 밖에서, 차 바닥과 지붕을 따라 뒤쪽으로 뺍니다. 이게 F1에 출전하는 회사들 중 애스턴마틴과 함께 양산차에 경주차의 공기역학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 답다는 생각이 딱 듭니다. 기울어진 테일게이트 윈도에는 와이퍼가 없던데… 이것도 뭐라 할까 싶네요. ㅎㅎㅎㅎㅎㅎㅎ

페라리 최초의 4도어 구조는 2열 승하차가 편한 것은 물론이고 전동식이라 여닫는 것도 우아합니다. 그러고 보니 2열시트도 전동으로 접히는데, 앞:뒤 49:51이라는 무게배분이 프런트 미드십인 엔진도 그런데 뒤쪽에 들어간 이런 전동조절 장치들 무게 덕분(?)이 아닌가 생각도 들더라고요. 설마. ㅋㅋㅋㅋㅋㅋㅋㅋ

SUV스러움이 가장 느껴지는 것은 운전석 시트 포지션입니다. 이건 아이오닉 5N을 탈 때도 그랬는데 스티어링 칼럼의 위치가 높고 그에 맞춰 올라간 시트 때문에 그렇습니다. 낮게 앉아 다리를 앞으로 길게 뻗는, 그 스포츠카의 느낌은 아니더라고요.

시트가 크지 않고 쿠션이 얇은 편이라 꽤나 단단하게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게 제일 신기한 부분이지요. 겉에서 보는 것과 높은 시트 포지션에도 2열 자체의 헤드룸이 넉넉한 것은 물론 앞으로 보이는 전체 머리공간이 아주 넓습니다. 그래서 운전석에서는 차가 콤팩트하게, 2열에서는 편안하게 느껴져 ‘진짜 4인승이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V12 6.5L 자연흡기 엔진은 7750rpm에서 725마력을 내고, 회전한계는 8250rpm입니다. 812 슈퍼패스트 콤페티치오네에 올라간 같은 구성의 엔진이 830마력과 9500rpm의 한계를 갖는 것과 비교해 많이 순화(?)되었지요. 그래도 어설픈 전기모터 없이 저 출력을, 심지어 725Nm인 최대토크의 90%가 2000rpm을 넘은 시점부터 나온다네요. 굳이 회전수를 높여 쥐어짜지 않아도 부드럽게 달릴 수 있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건 노면에 대한 차의 반응과 움직임이었습니다. 트랙 주변의 서비스로드-관리 도로와 트랙을 달릴 기회가 있었는데, 네 바퀴의 각도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4WS와 트루 액티브 스풀 밸브(TASV, True Active Spool Valve)를 쓴 액티브 서스펜션이 완전 물건이더군요. 일반도로와 비슷한 서비스로드에서는 편평비 앞 35, 뒤 30인 타이어를 끼운 차라고 생각되지 않는, 어지간한 요철은 속도가 높아질수록 더 민감하게 흡수합니다.


트랙에서는 차를 거의 수평으로 유지하는데, 48V 모터로 댐퍼를 강제로 조절하며 기울어짐을 없앱니다. 앞 255/뒤 315 폭의 미쉐린 PS4S 타이어를 끝까지 쓰며 밀어붙입니다. 이게 참 신기한 일인 것이 안티롤 바(스테빌라이저 바)를 없애고 댐퍼만으로 만들었다는 점이지요. 예전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2에 있던 액티브 안티롤 바 시스템이나, 벤츠가 댐퍼 자체를 유압으로 밀었던 ABC 등 보다 더 빠르고 작동 폭이 크면서도 심플한 시스템을 쓴 것이지요. 몸은 휘청이는데 차는 멀쩡한, 그래서 5점식 벨트 같은 걸로 차에 바짝 붙이면 더 재밌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독립식 네바퀴 조향은 좌우 뒷바퀴 각도를 따로 조절하는데, 이게 타이트한 코너를 들어가고 나오는 동작 자체를 다르게 만듭니다. 휠베이스가 3m를 넘는 차로 그나마 비슷하게 움직이는 걸 느낀 건 아이오닉 5N이었는데 얘는 모터와 댐퍼 제어로 적극적으로 만든 하중이동으로 차의 자세를 바꾼다면, 푸로산게는 아예 바퀴의 방향을 바꿔 차가 향할 방향을 다르게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에 허용 범위가 큰 스포츠 ESC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트랙에서도 미친 듯이 재밌는 차가 됩니다. 하아…

네, 4인승이면서 엄청나게 빠르고 운전자의 재미를 위해 굉장히 빠르면서 전자장비 개입을 잘 모르게 만든 차입니다. 그간의 페라리 차들과 흐름이 같네요. 기존 페라리 오너들이 +1 개념으로 재밌고 편하게 탈 수 있겠더군요.


기회 되면 공도에서 좀 길게 타보고 싶더군요.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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