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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첫 전기차, RZ450e 시승기

잘 만들어진 렉서스와 조금 부족한 전기차가 섞여 있어요

렉서스의 첫 전용 순수 전기차 모델인 RZ450e 럭셔리 트림 시승기입니다. 토요타 그룹이 세계 하이브리드차를 시작했으니 배터리와 모터가 달린 ‘전동화’ 파워트레인에 경험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근데 e-TNGA 플랙폼을 이용한 렉서스의 ‘첫’ 전기차라는 것도 있지요. 모든 회사가 내놓았던 첫 전기차들은 성능에서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잘 만들어요. 2008년 테슬라 로드스터도, 2010년 현대의 블루온도, 2013년 BMW i3와 2019년 벤츠 EQC도 그랬습니다.

외관 디자인은 렉서스의 SUV입니다. 앞이 막힌 새 스핀들 그릴과 높은 리어 데크, 둘로 나뉘어 고양이 귀처럼 생긴 루프 스포일러 등이 독특합니다.

18인치 휠에 앞 235/60, 뒤 255/55 크기의 타이어를 썼습니다. 앞 모터 출력(150kW)이 뒤(80kW)보다 높은데, 타이어는 뒤가 더 넓네요. 신기한 세팅입니다.

차 크기가 제네시스 GV70e, BMW iX3 등과 비슷한데, 공차중량 2090kg으로 100kg 이상 가볍습니다. 외장 곳곳에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쓰면서 강성 필요한 곳에는 스틸을 썼습니다. 앞 사진에 빨간 꽃무늬 박스가 자석으로 붙어 있는 곳은 철인데, 그 위는 복합재(플라스틱)입니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실내입니다. 차 문을 열 때 전기 스위치로 도어록을 풀어주는 e-래치부터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트에 앉아 운전대를 잡으면 ‘아, 부드럽고 포근하다’가 느껴집니다.

럭셔리 트림에는 도어와 시트에 울트라 스웨이드가 쓰였는데 이거 완전 최고네요. 운전대 가죽은, 펀칭 없으면서 진짜 매끈매끈합니다. 손과 몸이 닿는 부분의 감촉은 최고네요.

센터 스크린은 14인치라 큰데 계기판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지나치게 평범합니다. 공기 배출구가 높아 바람이 얼굴로 오는 것, 아틀란 맵이 다른 계기판과 메뉴와 비교해 지나치게 화려한 것 등은 좀 아쉽습니다.

네이버 클로바의 음성인식과 제어를 쓰는데 볼보의 누구-티맵, 현대차 그룹의 카카오i-자체내비게이션의 조합과 비교하고 싶어 지더군요. 버튼 하나로 투명도 조절이 가능한 선루프도 신기하지만 한여름과 한겨울에 어떨까 싶더군요.

폭신하고 포근한 2열 시트나 ‘거의’ 플랫 하게 연결되는 트렁크,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트렁크 커버 등 실용성도 챙겼습니다.


달리기는 딱 ‘렉서스’입니다. 단단한 독일 회사들과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영국의 스포티함이나 우리나라 차들과도 다른, 렉서스 특유의 유연함과 편안함이 있습니다. 시스템 기준 312마력의 출력은 과하지 않고 딱 적당히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특이한 타이어 사이즈 덕에 뒤쪽의 흔들림이 적고 승차감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주행 보조 장치들도 잘 되어 있습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완전 자동 스톱&고를 지원하지 않아 아쉽긴 한데, 후측방 경고도 보행자 감지하고 강제 제동까지 보조하는 등 안전과 관련한 장비들은 충실합니다.

‘자동차’로써 사용하기는 꽤 편하고 좋습니다. 반면 전기차로써는 아쉬운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충전량이 %나 kW 단위로 표시가 안된다는 사소한 것부터(엔지니어가 필요 없다 생각한 부분) 느린 급속충전 속도는 문제가 좀 있네요. 집 앞 50kW 충전기는 제가 어떤 전기차를 타도 다 꽂아서 100% 충전을 해보는 곳인데 두 번째로 느린 것 같네요. 또 다음 사진을 보면 100% 충전 후 공조장치를 풍량 1단+ 23도 상태로 온(321km)과 오프(392km)에 따라 주행가능거라 변화가 큰 것도 아쉽고요.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렉서스다운 승차감과 실내 등을 만든 건 매우 큰 장점입니다. 그간 렉서스를 타던 사람들에게 익숙한 전기차 대안 선택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전기차로써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성능은 단점입니다. 시승차인 럭셔리 트림이 9500만 원인데 ‘전기차를 사려는 고객’은 보조금 없고 충전 느리고 전기 관련 장비가 부족한 RZ450e를 살 생각은 안 할 테니까요. 브랜드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봐야죠.


그래도 첫 전기차로는 꽤 잘 만든 차인 것은 분명합니다. 예전에 벤츠가 GLC를 바꿔 첫 전기차로 EQC 내놓았을 때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어쨌든 늦은 건 사실이고 지금 전기차들은 벌써 2세대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다음을 기대해 봅니다. 토요타라는 회사의 저력이 있으니까요.


#렉서스 #RZ450e #시승기 #전기자동차 #전기차 #첫술에배부르랴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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