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호의 무너지는 경계
밥을 먹지 않았다
밥 때문이 아니라 관계 때문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아파트 할머니를 보고
내가 다니는 한의원을 알려드렸다
깁스하고 다니던 내 모습을
여러 번 보신 모양이었다
길을 모르고 혜매이실까 다음날 같이 동행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었고
그건 내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치료가 맘에 들었는지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해서
버스 타는 곳이랑 위치등을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다시 만난 할머니는
내가 병원 다니는 동안 자신도 태워서 같이 가 달라고 했다
떨어진 메모장을 잡으려던 내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예전의 나였으면 "네" 라고 대답했을 거고
오히려 내가 먼저 제안했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속 엄마의 모습 때문에,
그 나이에 느낄 그 낯섦에 대한 불안을
이젠 나도 아는 나이인지라
거절했다
의존에 익숙한 나이인 것도 알았고
서운해 하는 낯빛이 역력했지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거였고
"칭찬" 과 " 좋은사람" 프레임으로
내 시간을 다시
소모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괜히 선 긋는 차가운 사람으로 보였을까
내내 신경 쓰였다
그러나 범위를 정한 이후의
나의 거절이란 대답이 준건
편안함이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마음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
나를 덜 소모시키는 선택
말로만 글로만 하던 경계를
행동으로 하는 건
오늘처럼
날 또 난처하게 만들겠지만
이제는 안다
경계를 세운 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출근하기 전 3일
그것이 내가 할머니께
경계 세운 시간
동시에 날 소모시키지 않는 시간
그래서 나는
오늘 같이 밥을 먹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