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았으면 몰랐을 마음의 온도
첫 문장을 적는 데 오래 걸렸다.
마음이 복잡한 게 아니라, 마음이 너무 깊어서였다.
어떤 감정부터 꺼내야 할지 손끝이 먼저 떨렸고, 묻어두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조용한 벙 안에서 조심스레 손끝을 움직이자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 중 하나가 먼저 튀어 올랐다.
그 한 문장을 적는 순간, 오래 참아온 무언가가 천천히 내려갔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겨울이 되는 때가 있다는 것을.
나는 그런 계절을 몇 번이나 건너왔다.
견뎌낸다고 해서 더 단단해지는 건 아니었지만.
견디느라 그냥 괜찮다고 말했던 날들이 있었다.
모든 문득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들이밀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내 마음이 내 인생으로부터 멀리
멀리 떠나 있었음을 아주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것은
사람도, 일도 아닌 의외로 "한 줄의 문장"이었다는 것을.
결국 글이 나를 다시 세웠다.
정답을 주진 않았지만 내 마음의 무게를 꺼내어 놓을 용기를 주었다.
들추면 아플 것이 분명한 마음을 열고 흔들린 나를 붙잡아 세운 것은
거창한 의지가 아니라 사라질 듯 떠올랐다가 가라앉는 내 마음의 결을
다시 써 내려가는 작은 손끝의 힘이었다.
첫 문장은 오래 걸렸지만 그 문장을 적기까지의 시간이 나를 다시 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