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늘 말이 짧았다
감정도, 설명도, 변명도.
나는 말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고.
아이는 말을 아끼며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였다.
왜 이렇게 반응이 없을까? , 왜 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기다리다 보면 서운해졌고 서운함은 곧 오해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 아이는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을 함부로 꺼내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나는 모든걸 말하고 표현하는 사람이었고,
아이는 꼭 필요한 만큼만 말하는 사람이었다.
같은 사랑을 두고 우리는 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안 뒤로 나는 더 이상 아이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말이 적다고 해서 마음이 얕은 것도 아니고
표현이 적다고 해서 사랑이 작은 것도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여전히 서운해진다.
전화가 늦고 답장이 짧고. 아무 일 없다는 말조차 남기지 않을 때면
나는 또다시 마음이 앞서간다.
그럴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 아이는 이 아이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 다름을 이해하려 애쓰는 순간 관계는 비로소 숨을 쉰다.
나는 지금 이 아이의 언어를 천천히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