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들과 귤

나의 바람

by 윤설

아들이 귤을 사서 보내왔다.

"황금향, 천혜향 둘 중 골라봐"

툭 던지듯 약간은 쑥스러운 듯, 어색함과 뿌듯함이 공존하는 상기된 목소리였다.

상자를 열자 귤냄새가 먼저 퍼져났다.


'비싼걸 머 하러 샀냐? '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냥 삼켰다.


아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만 남기고 마음은 행동으로 보내는 쪽에 가깝다.

귤 하나를 베어 물자 달콤하고 진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오래전 내가 나의 엄마에게 가끔 무언가를 사가면

엄마는 "비싸게 머 하러 이런 걸 샀냐? 다시는 사지 마라"

그러면 나는 화를 냈었다. 그냥 고맙다 받으면 될 것을.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말하던 엄마의 마음을 안다.

이렇게 쓴 돈을 벌기 위해 내 새끼가 얼마나 힘이 들까

엄마에게 그건 그냥 먹고 쓰고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젠 나에겐 그 무언가를 보내줄 엄마가 없다.

지금 누군가를 떠올리며 한걸음에 무언가를 보낼 사람과 주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그 주소가 우리를 숨 쉬게 해주는 자리라는 것을.


받지 못할 사람의 이름과 적지 못할 주소를 가지게 될

나만큼의 나이가 되었을 때쯤

그쯤에는 아들도 알게 될까?


나는 이 귤 한 박스가 아들에게 죄책감이나 슬픔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귤이란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배어나는 아픈 단어가 아니길 바란다.


나에게 홍시가, 나의 엄마에겐 갈치조림이 그러했듯이

그렇게 눈물이 아니길 바란다.


모든 날 모든 순간 엄마와 함께한 모든 추억들이

나는 아들에게 슬픔이나 죄책감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아들의 남은 모든 날들 속에서 나와의 추억을 떠올릴 때는

미소를 짓게 하는 엄마로, 신나게 내 모습을 흉내 내며 웃을 수 있는 엄마로

아들의 기억 속에서 엄마는 늘 철없는 유쾌함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신나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맛나게 먹어주는 것.

그것이 걱정 대신 아들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란 걸 이제는 안다.


돌아갈 곳이 있는 아이는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살아내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엄마로서 부족했던 순간들, 흔들렸던 그 모든 날들까지도

고단했던 숨은 걸음 뒤에 숨겨두고


버티면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던 씩씩한 엄마의 걸음만

아들의 기억 속에 남기고 싶다.


그리고

그 삶의 모든 중심은 늘 아들이었고

아들이 엄마 삶의 이유였음을.


어느 한순간에도 언제나 아들 편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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