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온도
어느 순간 아들은 내손을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자라 있었다.
같은 집에 있어도 마음의 거리는 종종 멀어졌다.
서운함이 쌓여 아이방문 앞에서 조용히 돌아서던 날도 있었다
아들은 성장했고 엄마인 나는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걸어가던 길은 그대로인데 그 길을 같이 걷던 작은 발자국만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아들은 심장 박동만큼 익숙했던 내 곁에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른 세상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서운했고, 그다음엔 고마웠다.
"엄마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가슴에서 후드득 빗소리가 들렸다.
그 말 한 줄이 그동안의 거리들을 천천히 허물어주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늘 같은 자리에 정지해 있지 않는다
부모의 그림자를 아이가 먼저 알아채는 순간이 있고
말하지 않아도 닿는 마음이 있고, 관계가 다시 둥글어지는 시간도 있다.
나는 그 변화 안에서 '함께 걷는 법' 을 다시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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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언젠가 그 아이의 삶 옆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하는 연습이였다.
계절이 바뀌듯, 마음도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그 거리의 변화를 억지로 붙잡지 않고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관계는 편안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는 이제야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마음의 온도는 또 계절처럼 흐르고, 우리는 그 흐름 안에서 조금씩 맞춰가는 중이다.
아이의 걸음이 멀어지는 순간은 크게 요란하지 않다
엇갈린 마음의 결이 서로의 시간과 공간에
어느순간 같은 마음으로 비춰 보일 때 우리는 다시 조용히 연결된다.
관계를 회복시키는데 거창한 말은 필요하지 않는다.
작은 온도를 나누는 시간, 그 시간이 관계의 결을 잇는다.
나는 그 시간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