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더 오래 사랑하는 방법

by 윤설

나는 더 이상

나를 먼저 쓰는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내 돈과 내 시간과 내 불편함과 수고스러움을

아무에게나 열어 두지 않기로 했다


나는 오래도록 도리라는

이름으로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고맙다는 말이면 충분했고

관계란 원래 내가 조금만 더

불편하고 수고스러우면 되는 것이라 여겼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병원침대에 누워 같은 밤들을 오래 보내며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누구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일까


그 물음에 당연히 정답으로

믿어온 그 대답에 확실을 가질 수도 없었다


전화 한 통, 나에게 걸어오는

발걸음 하나까지

그렇게 크게 울릴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괜찮은 척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먼저 써온 시간들이

모두 같은 온도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당황하고 있었고

상처받고 있는 중 이리는 것도.


그것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액수의 문제도 아니었다


넘어져 있을 때 나를 향해 움직인

불편함과 수고스러운 마음


그때 알았다

그것이 전부라는 걸.


받아본 사람들은 안다

조심조심 건네는 말 한마디


다른 불편함들을 감수하는 것이

얼마나 큰 존중인지


그래서 나는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요구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으며

그리고 그 선택도 각자의 몫으로


내 시간과 내 수고로움에

존중이 있는 관계들만 남겨두기로 했다


내미는 행동의 크기는 달라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넘어져 있던 순간들에 보여주는

마음의 크기는 달라선 안된다


예의와 존중이 없는 자리에서는

마음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더 오래오래 사랑하기 위해서

나는 나를 함부로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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