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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이 Dec 15. 2022

하프(harp) 동행기

하프(harp)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하프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수십 번은 들어봤을 이 질문.

“하프만 있으면 대학, 그냥 들어가는 거 아니에요?”

 나 역시 지금까지도 줄곧 듣는, 끊임없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사실 상대방의 입 모양만 봐도 이 질문이 나올지 예상이 될 지경이다.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은 사적인 자리이건 공적인 자리건 상관없다. 딱 두 부류의 사람으로 정확하게 나뉜다. 조심성이 있는 성향의 사람들은 살짝 눈치를 보며 질문을 시작한다.

“근데… 악기를 사면.. 대학 들어갔다고 하던데..”

하지만 정면으로 들이박는 분들은 목소리부터 격양되어 있다.

“아니~~ 예전에는 하프만 사면  대학 갔잖아. 그렇지 않나? 그리고 그거 뭐 1억인가? 2억인가 하지 않나?”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 카더라 소식통은 글씨 하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언제나 어색한 웃음과 함께 시작하는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네. 하지만 실제로 악기만 사서 대학 들어간 사람은 없답니다.” 로 나의 대답은 종지부를 찍는다.


 30년도 넘게 들었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는 질문인데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의 기분은 참 불쾌하다. 그때마다 내가 느끼는 불쾌감의 차이가 있기에 혹시라도 분위기가 어색해지진 않을까 조심하며 언제나 겸연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내가 이 질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이것이다. ‘돈만 있음 되는 거 아닌가’라는 비아냥거림이 말속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대입이나 예체능 입시 실기 시험, 입사를 위한 시험과 면접 그리고 오디션과 같이 하나의 목표 지점을 위해 제한된 시간 속에서 무한 경쟁 속에 있어 본 사람들은 다 알지 않는가. 단 한순간에 보이는 결과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 순간을 위해 어떤 노력과 시간을 보내는지. 그리고 그 순간의 중압감을 견디기 위해 나 자신과의 어떤 싸움을 해야 하는지.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당사자의 면전에 대고 단 하나의 질문으로 뭉개버리는 게 이 질문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하프를 궁금해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하프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하프가 아닌 누구나, 어디에서나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악기로 남길 계속 바라본다.



이미지: ©gwundri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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