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헌혈 독려 순례길 응답한다 1988 23 사하군

by 꿈충만

헌혈 독려 순례길 응답한다 1988 17번째 날 사하군

오늘 걸은 걸음 길이 : 약 31km


Episode - 어제 알베르게에서 만난 마사지 아줌마 식당에서 우연히 만남

Episode - 장터 구경


스페인 재래시장, Sahagun


17일이 되어서야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의 중간지점인 사하군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로 토요일에 열리는 장터는 순례길을 걷다가 종종 볼 수 있는데 색다른 재미를 준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나 먹거리를 볼 수 있었다. 개인이 직접 만든 올리브, 치즈, 하몽이나 빠에야 등 스페인 음식과 채소, 야채, 육류, 생선 등 다양하고 팔찌부터 장식품 및 의류도 볼 수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의 물건을 갖고 나와 판매하고 또 구경하며 구입하기에 바빠 보였다. 우리는 등산복 차림으로 배낭을 메고 그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웃기면서 신기했다. 오랜 세월 동안 익숙해진 탓인지 차량 금지 사인이 없어도 장터로 진입하거나 지나가는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단순 공산품이 아닌 직접 만든 제품들은 눈길을 끌었고 음식을 파는 분들은 마트 시식코너처럼 치즈나 과일 등을 시식할 수 있도록 작게 썰어놨다.


타지에서 온 순례자임을 한눈에 알아본 한 아저씨가 우리에게 먹어보라며 치즈를 잘라주셨다.

De donde eres?~(어디서 왔어요?~)

Soy de Corea (한국에서 왔어요)


장터에서도 따뜻한 스페인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장터를 보니 우리나라 모란시장 5일장과 정선5일장이 생각났다. 한국 재래시장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전통시장이며 다양한 제품을 값싸게 판매하는데 스페인 재래시장은 마트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대신에 수제 제품이 많아 제품이 다양하며 육류나 생선의 질과 맛은 좋기에 비싼 값을 제대로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에 비하면 싼 가격이며 종류도 많아 장터 구겨앟는 재미에 쏙 빠졌다.


우연한 만남


길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해 쉴만한 곳이 없어서 우리는 점심 겸 휴식을 위해 음식점 한 곳을 들어갔다. 간단하게 먹기 위해 맥주 한 잔과 보까디요를 주문하고 앉아있었는데 앞 테이블에 눈에 익은 사람이 보였다.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어제 알베르게에서 만난 마사지사 아줌마였다. 어제 묵은 Terradillos de los Templanos

알베르게는 부엌은 따로 없었고 알베르게 내부에 바와 음식점을 운영하고 침실은 따로 있는 곳이었다. 때문에 평소와 같이 음식은 해먹을 수 없었고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 이제까지 알베르게와 다른 점은 일하는 마사지사가 따로 있었고 마사지방도 있었다. 마사지사뿐만 아니라 가끔 안마 의자가 있는 곳도 볼 수 있었는데 가격은 10분에 2유로 정도였다.


하루 종일 며칠씩 걸으니 당연히 몸은 뻐근하고 다리는 아프고 발바닥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아직 패기 넘치는 20대니까 마사지는 받지 않는다. 사실은 가난한 대학생 순례자이니 한정된 경비를 마사지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는 음식을 산다. 마사지사를 알게 된 것은 마사지 때문이 아니고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가방을 방에 놔두러 계단으로 올라가던 중 1층에 방 하나가 열려있는 모습을 보았고 궁금해서 보니 마시지베드가 있었다. 순례길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는 곳이 있다고 이야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그때 앉아있던 마사지사가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봤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말로 내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유럽 사람들은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대부분 로마 시대 때 영향을 받아 라틴어 계열에서 파생된 언어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굉장히 비슷하고 이탈리아 사람들 중에도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를 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프랑스인들도 영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독일인들은 영어도 잘하고 잘하지는 못해도 다른 언어를 금방 이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를 말할 줄 아는 이들은 거의 만나기 힘들어서 나는 굉장히 놀랐다.


어떻게 한국어를 아냐고 여쭤봤더니 그녀가 한 연습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연습장에는 그녀가 쓴 한글이 있었는데 한국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잠깐만 기다려달라 말하고 이층으로 올라가 가방에서 한글 스티커와 한글 엽서를 가져와 그녀에게 선물했다. 혹시나 순례길을 걷다가 외국인 친구들에게 문화 교류할 때 한글을 가르쳐주고 기념품으로 주기 위해 가져온 것인데 잘 가져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제 만난 그녀를 사하군에서 만나다니 반갑고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 마을이나 인근에 살 줄 알았는데 집은 사하 군이고 출퇴근을 Terradillos 알베르게로 하는 건지 아니면 점심 먹으러 놀러 사하군까지 온 건지 궁금했다. 이제까지 순례자들은 목적지가 같은 순례자들은 길 위에서 종종 마주치곤 했는데 스페인 사람은 다시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Terradillos에서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는데 주말을 맞이해 원래 자신이 살고 있는 발렌시아로 간다고 말했다. 발렌시아에서 먼 곳까지 왜 일을 하는지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순례길이 끝나고 스페인을 여행할 때 발렌시아에 온다면 집에서 머 룰러도 좋다며 종이에 연락처를 건네준 그녀에게 감사했다.


시작이 반이다?


이렇게 순례길은 인연의 끈이 긴 마법 같은 곳이다. 식사가 끝나고 그녀와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사하군은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머무르지 않고 지나치기로 했다. 17C 건축한 산 베니토 아치문(Arco de San Benito)을 보고서는 사하군이 산티아고 순레 길 프랑스길의 중간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00년이 넘는 순례길 역사 동안 중간지점인 만큼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건축 양식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슬람과 가톨릭 두 종교의 영향이 섞여 있는 곳이 바로 사하 군이다.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한 때는 이슬람의 지배를 받다가 또 한 때는 그리스도교가 지배하면서 두 종교의 색깔이 건축 양식에 묻어났다.

모사라베 mozarabe(개종하지 않은 기독교인) 무데하르 mudejar (그리스도교 안에서 복종한 이슬람 교인들) 두 종교를 믿는 이들의 표현이 약간 다른데 모사라 베는 건축은 말발굽 같은 아치형 양식을 보여주고 무데하르는 둥근 천장에서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이슬람 양식은 그라나다같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하군에서는 반완 주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 순례자는 이제까지 받은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을 보여주고 순례 완주 증명서인 콤포스텔라를 받을 수 있는데 사하군에 있는 Santuario de la Virgen Peregrina에서 반완 주 증명서를 받을 수 있으며 가격은 3유로이다.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아있는 순례자에게 성취감과 함께 힘이 될 것이다.


첫날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800km 다다르는 순례길을 걸으며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17일째 정말 반에 이르는 사하군을 지나며 레온주에 진입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시작을 한 번 더 하면 어느새 산티아고에 도착하겠지?!~




반완 주 증명서 받는 방법


발급해주는 곳 : Santuario de la Virgen Peregrina 3유로

오픈 시간 : 10시 30분~오후 2시 오후 4시 30분~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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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184.JPG Animo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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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200.JPG 기찻길
IMG_6202.JPG 사하군
IMG_6206.JPG 17C 건축한 산베니토 아치문(Arco de San Benito)
IMG_6219.JPG 사하군

사하군


사하군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의 가운데 지점이다.

IMG_6211.JPG 사하군 장터
IMG_6213.JPG 사하군 장터
IMG_6217.JPG 어제 알베르게에서 만난 여성 마사지사
IMG_6224.JPG Cea 강
IMG_6231.JPG Camino de Santiago 표지판을 따라서
IMG_6234.JPG Calzada del Coto 부터는 두 길을 선택할 수 있다
IMG_6269.JPEG 레온주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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