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한다 1988 25 레온 1세기경 로마인들이 만든 도시
프랑스길 완주
드디어 레온에 도착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을 완주했다. 이제 레온까지 왔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는 아직 300km가 더 남았는데 완주라니?!~물으신다면 작년에는 레온부터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10일여간 300km 정도를 걸었다. 2015년 레온부터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걸었고 이번 2016년 St.Jean부터 레온까지 프랑스길을 완주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작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걷기로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800km 완주를 하고 헌혈증을 기부하기로 공약했기 때문에 하루 휴식하고 다시 걸음을 시작하기로 했다. 레온 성당을 보니 작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회상, 28살 첫 자유 해외여행
27살 봄 학기가 끝나고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고심하다가 휴학을 결심했다. 삼수와 편입을 통해서 고등학생 때 원했던 학교를 늦은 나이에라도 다니게 됐지만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친구들 중에는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현재 들어갈 수 있는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직무 상관없이 원서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년 실업률이 최대인 지금 이직도 쉽지는 않아서 일단 최대한 여러 회사에 지원한 후 합격한 곳에 들어간 다음에 적성에 맞는지 보고 차후에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나는 좀 더 취업을 미루고 내 적성을 찾고 싶었다.
휴학 기간 동안 다양한 활동과 고민을 통해 나 자신을 깊게 탐구하고자 결심했다. 물론 두려움도 있었다. 나이도 스펙이라는 말이 있듯이 더 나이를 먹으면 안 그래도 힘든 취업시장에서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삼수에 편입까지 이왕 늦은 김에 더 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는 느리더라도 방향성을 찾아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첫 학기에는 교내 학교 홍보 서포터스와 기업 서포터스를 하면서 내가 어떤 직무를 택할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한편으로는 학교 국제처에서 주관하는 단기 런던 인턴십과 유럽여행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취업이 힘든 마당에 취업준비는 하지 않고 유럽에서 인턴을 하고 여행 후에 나이가 한 살 더 먹는다면 과연 취업에 도움이 될지 부모님은 걱정하셨고 미쳤냐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도 두려웠지만 지금 여행은 단순히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내 인생에 대한 투자라고 믿었다. 산업혁명지 발상지인 런던에서 이제까지 배운 경영학 이론을 적용시킬 기회도 있을 것이며 한국에서만 배운 영어를 실질적으로 사용해볼 기대감도 충만했다.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배울 점도 많이 있을 것이고 중학생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스페인을 가는 꿈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2016년 28살에 처음 인턴과 유럽여행을 위해 In 런던 Out 마드리드 티켓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 계획은 런던에서 한 달여간 인턴이 끝난 후 도쿄에 거주하는 친구가 런던으로 날아와 30일 정도 같이 여행하고 10일을 혼자 스페인에서 지내는 일정이었다.
홈스테이로 런던에 40일 정도 거주하면서 평일에는 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업무를 했고 업무가 끝나면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박물관에 들렀다. 사무실에는 대부분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문화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입장료가 무료인 박물관 덕분에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주말에는 세븐 시스터즈, 캠튼 코트, 바스, 도버 등 근교로 여행을 하면서 여유를 만끽했고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생겨서 함께 런던을 돌아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40여 일의 인턴생활이 끝난 후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친구와 함께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체코,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이탈리아에서 친구와 헤어진 후 홀로 바르셀로나를 찾았다. 스페인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중학생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 팬이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이 학년 때 티브이에서 지네딘 지단의 축구를 보고 나서 바로 아름다운 축구에 반했다. 그때부터 나의 버킷리스트 일 순위는 스페인에서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보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3수 편입 등 그 꿈을 가로막는 것들이 많았고 나는 한동안 내 어릴 적 꿈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었다.
이제야 막상 스페인에 와보니 그 꿈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조금 더 어린 나이에 여행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함께 지금이라도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단순히 여행만 하는 게 아니라 도전해볼 만한 것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순례길에 대해 잘 알지만 1년 전만 해도 그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야고보 사도 관이 있는 산티아고대성당을 향해 노란 화살표를 향해 걷는 길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알베르게라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숙소에서 순례자들을 재워주고 크레덴시알이라는 순례자 여권에 지나가는 마을과 도시에서 도장을 받아가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서 증명서를 준다는 것 밖에는 알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를 타고 레온에 도착해 길가는 사람에게 Perdon, Donde esta el Cathedral?~( 실례합니다 혹시 성당이 어딨나요?~) 짧은 스페인어로 성당을 물어 물어 레온 성당에 도착했다. 성당에 도착해서 한국에서 온 순례자라고 어떻게 크레덴시알을 만들어야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니 바로 앞에 Tourist Information(관광객 안내소)로 가보라고 성당 관계자가 알려줬다.
관광안내소에 가보니 지도를 보여주며 친절하게 알베르게 위치를 가르쳐줬고 알베르게에 도착해 짐을 풀고선 크레덴시알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레온 성당 앞에서 저녁으로 간단하게 혼자 빵을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느덧 첫 자유여행 총 일정 중 60일이 지나 거의 보름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스페인이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걷과 하고 싶은 것은 찾지 못했고 귀국해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감도 오지 않아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성당 앞 벤치에 앉아있었다. 런던에서는 좋아하는 사람과 자주 같이 시간을 보냈고 인턴이 끝나고 서유럽을 여행할 때는 친구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내다가 혼자가 되니 외로움도 크고 생각도 많아졌었다. 그런 고민들과 함께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던 작년 추억이 떠올랐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1년 뒤 내가 또 레온에 있다니 말이다. 어렸을 적에는 너무나 가보고 싶던 스페인을 작년 그리고 2016년에 또 오게 되다니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 역시나 주위에서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앗다. 하지만 나는 작년 28살 이었을 때 보다 지금 29살에 걱정도 줄고 마음도 편해졌다. 여행을 통해서 내 자신이 성장하고 마음도 넓어진 것을 내 자신이 느낄 수 있었다. 하루 휴식을 취하고 작년에 걸었던 다시 길을 마주한다는 생각에 설렜다. 오늘의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내일부터 또 걸어야지 첫 순례길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그리고 이번 순례길은 나뿐만 아니라 내 걸음이 누군가에게 거름이 되는 마음으로
레온 1세기경 로마인들이 만든 도시
과거와 현재의 공존, 레온 대성당
아침부터 레온 대성당을 찾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신기하게도 성당을 쳐다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레온 대성당은 부르고스 대성당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완공됐는데 1205년 건축가 엔리케가 시공을 시작해 16세기 후반이 되어야 완공돼 무려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어진 성당이다. 로마시대 지배를 받을 2세기경에는 성당 자리에는 로마인들의 목욕탕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문화 지리 언어적으로 로마의 많은 영향을 받았다. 스페인도 로마의 라틴어에 영향을 받았고 대부분의 길들이 로마시대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12시에 미사를 참여하고 시내로 나와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버거킹에 들어갔다. 순례길은 천년이 넘는 역사가 깃든 길이면서도 또 현대시대와 공존하는 신비로운 길이다. 순례자들은 발달된 기술을 잠시나마 거부하고 비행기로 한두 시간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향한다. 물론 가끔은 사정이 있어서 발 이외에 버스나 기차 등에 의지할 때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현대 기술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르고스나 레온 등과 같이 큰 도시에서는 본인이 즐겨가는 스타벅스 같이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에 갈 수 있고 단체로 사용하는 공립 알베르게 대신에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스페인 버거킹 햄버거는 한국에서 먹던 버거보다 컸다. 인심 후하고 친절한 점원은 더 달라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케첩을 5개나 주었다. 점심을 먹고서는 시내를 구경하고 Tiger(한국의 다이소 같이 저렴하면서 많은 종류의 물품을 파는 가게)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나는 부러진 셀카봉을 대신해서 새 셀카봉을 찾기 위해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이전 것과 똑같은 셀카봉을 찾아 기뻤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중국에서 100위안(약 1,800원)에 구입한 셀카봉이 이 곳에서는 6유로 (약 7,500원)이었다. Made in China 이기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수입품이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는 이제 필요하면
중국 제품도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Semana Santa, 부활절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산책을 하고 카페에 들어가서 초콜라 떼를 마시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전날 37km를 걸어서 다른 순례자들보다 하루 일찍 레온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늘 도착하는 외국인 친구들을 저녁에 레온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후 7시경 우리는 레온 성당 앞에서 플로르, 프랑카, 카일 세명의 친구를 만났다. 사람이 많은 음식점에서 평소와 다른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느꼈다. 원래 같았으면 10시 전에는 알베르게로 돌아가서 내일 다시 걸을 준비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 했겠지만 우리 세명은 24시간 열려있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묵고 프랑카는 호텔에서 카일과 플로르는 에어비엔비를 예약해서 마음 편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후 거리로 나오니 낮에는 보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있었다. 어제와 같이 사람들이 복면을 쓰고 걷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북과 나팔 등을 연주하며 행진하고 있었다. 또 많은 이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과 마리아 상을 끌고 있었다. 우리는 궁금해서 구경하고 있던 스페인 사람에게 물어봤다.
알고 봤더니 이번 주가 부활절 주간이라 3월 20일~3월 27일 동안 축제기간인데 스페인 사람들은 부활절 주를 Semana Santa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일주일 동안 열리는 이유는 예수와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에 예수 부활까지 7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제복은 무섭게 생겼지만 속죄와 회개를 뜻한다고 한다. 뾰족한 두건은 예수 부활 당시에 로마 교회 주변의 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복장 색깔은 금요일 검은색 토요일에는 자주색 부활절에는 흰색을 입으며 악단의 음악에 맞춰서 고깔모자를 쓴(Nazareno)가 예수상과 마리아 상을 끌고 가는 모습은 예수 탄생, 고난, 죽음, 부활을 형상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축제는 레온뿐만 아니라 스페인 대도시마다 열리며 티브이로도 방영을 한다고 한다.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 우리처럼 길거리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고 집에서 창문으로 구경하는 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축제 행렬은 자정이 되도록 이어졌는데 시끄럽다고 누구 하나 말하는 사람 없이 함께 행렬에 참여하거나 구경하고 있었다. 볼수록 KKK 단 복장과 똑같아 스페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후에 미국에서 KKK 단이 똑같이 비슷한 복장과 복면을 사용했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축제 기간에 순례길을 걷고 있어 축제를 즐길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레온에서의 꿀 맛 같은 하루 휴식을 즐기고 내일부터 작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걷는다는 생각에 이번엔 작년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