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

인연은 우연의 선택

응답한다 1988 26 Leon -> Villar de Mazarife

by 꿈충만

20번째 날 Leon -> Villar de Mazarife


슬라이드1.JPG 20번째 날 Leon -> Villar de Mazarife 22km


레온에서의 꿀 같은 하루 휴식을 가진 다음 날 아침 다시 걸음을 시작하기 위해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지 않고 하루 쉬었더니 발바닥이 많이 나아졌다. 잠깐 담배를 태우러 밖으로 나갔었던 준택이라 방으로 들어오면서 말하기를 알베르게 앞에서 미아를 봤다고 말했다. 며칠 전 나와 축구를 했던 그녀 말이다. 어제 레온에 도착했을 텐데 어디에서도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알베르게에 있었던 것이다.


미아와 루이자가 출발하기 전 어디까지 가는지 준택이가 물어봤는데 오늘은 Villar de Mazarife 까지 간다고 말했다. 오늘 루트는 레온에서 빠져나오면 Virgen del Camino에서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작년에 걸었었던 San Martin del camino이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길며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기 때문에 조금 위헝하며 아스팔트 길이기 때문에 무난한 길이다. 다른 길은 Villar de Mazarife 까지 가는 길로 짧으면서도 꾸불꾸불하고 주위가 평원인 길을 걷게 된다.


작년에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줄도 모르고 그냥 노란 화살표를 따라서 자동차 도로 길을 걸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이번에는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고 싶었고 마침 미아 일행도 그쪽으로 간다고 하기에 오늘은 준택이와 Villar de Mazarife 방향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혹시나 길에서 그녀를 마주치길 바라면서


2015년.JPG 2015년 3월 11일
IMG_6745.JPG 2016년 3월 22일

10시가 다돼서야 알베르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길가는 한적했다. 레온 성당을 지나칠 때 자주 보던 얼굴들도 보이고 또 이제까지 못 보던 순례자들도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같이 있었던 우현이는 오늘부터 한국에서 날아온 친구와 함께 걷기로 해서 준택이와 단 둘이서 길을 나섰다. 아침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알베르게에서 묵었기 때문에 우리는 빵집(Panaderia)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할 빵을 사고 레온 대학 앞에 앉아서 빵을 먹었다. 마트에서도 빵 가격은 정말 저렴한데 빵집에서도 많은 종류의 빵이 우리나라 빵집보다 대체로 저렴해서 아침이나 점심식사로 제격이었다.


레온은 해발고도 평균 838m이기 때문에 구름이 굉장히 가깝게 떠있었고 하늘은 파란색 물감으로 칠한 것처럼 새파랗다. 제법 큰 도시이기 때문에 외곽으로 빠져나오는데도 꽤 긴 시간이 걸렸다. 1년 전 이 길을 걸었고 다시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작년 첫날 순례길을 걸었을 때 그저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었는데 계속 자동차 도로만 나와서 이 길이 순례길이 맞는지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었었다. 그래서 한 번은 잘 가던 길을 놔두고 다시 돌아와서 화살표를 확인한 추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되도록 도로를 피해서 걷기 좋고 풍경 좋은 자연길을 걷고 싶었다. Virgen del Camino에서 준택이와 나는 휴식을 취하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봐서 Villar de Mazarife 길로 잘 들어갔다.


IMG_6753.JPG


인생은 선택의 연속


Villar de Mazarife 루트는 San Martin del Camino 루트보다 한적하고 차량이 없어 걷기 좋았다. 순례길은 매일 선택의 연속이었다.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서 이미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의 정보를 보고 그대로 따라 걸을 수도 있지만 내 선택으로 인해 길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매일매일 아침부터 아침식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점심은 음식점에서 먹을 것인지 마트에서 미리 구입할 것인지 생각하고 목적지는 어디를 향할 것이며 도착해서는 어느 알베르게를 선택할지 고민한다. 장갑을 살 때도 구입할까 말까 선택해야했고 불필요한 물건을 버릴 때도 내 스스로 선택해야 했다. 사소한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지나고보면 이런 선택 하나하나가 나의 길과 인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생각하니 길 위에서 만난 인연 한명 한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고 내가 이 길을 또 걷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인생을 돌이켜보니 순례길과 같이 인생의 중요한 때에 선택의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다시 한 번 수능을 볼까 편입을 할까 음악을 할까 공부를 할까 고민했던 순간들 속에 나는 스스로 선택을 해야했다. 두려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삼수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편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했다. 실패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길에 도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것은 아닐까


엇갈린 인연


길위에서 미아를 만났으면 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와 함께 걷지는 못햇다. 혹시나 알베르게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Villar de Mazarife에는 4개의 알베르게가 있는데 우리는 서로 다른 알베르게를 선택한 것이다.


대신 다른 친구를 만났다. 경찰차를 탔던 일본인 순례자 요코였다 .길을 잃어 경찰차를 타고 다음 마을까지 간 이야기를 들은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 걱정했는데 오랜만에 같은 알베르게에 묵어서 만나게 됐다. 길을 잃은 후 부터는 아무 탈 없이 잘 걷고 있고 다른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고 했다.


부엌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다른 새로운 순례자 무리도 처음 만나게 됐다. 20대 초반의 이탈리아 남자들과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 여자들이 같이 걷고 있었다. 대화를 해보니 비슷한 시기에 생장(St.Jean pied de port)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이제서야 처음 만나게 됐다. 내가 만약 다른 알베르게에 묵었다면 어쩌면 이들과는 계속 엇갈려서 만나지 못하고 요코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빗겨나가고 또 만나고 또 하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와 인연을 가져올지는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가봐야 안다. 내일은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가지 않는 길

노랗게 물든 숲 속으로 난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굽어 든 저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 아름답고

더 나은듯한 길을......

아.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지금으로부터 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얘기할 것이다

어느 숲 속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노라고.


IMG_6744.JPG
IMG_6693.JPG
IMG_6697.JPG
IMG_6699.JPG
IMG_6713.JPG
IMG_6719.JPG
IMG_6722.JPG
IMG_6739.JPG
IMG_6740.JPG
IMG_6755.JPG 까미노 벽화 Mazarife
IMG_6774.JPG
IMG_7747.JPG
IMG_7774.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속력보다 방향이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