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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혜선 Jul 05. 2019

외국에 살아보는 건 어떨까?

중국. 해외생활. 일상

나고 자란 곳 만한 곳은 없다. ‘어디나 정들면 다 고향’이라지만 그 정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기록으로 남겨지는 것들의 주제로 고향이 선택되는 데는 그 이유가 차고도 넘칠 것이다. 그러나 타향도 아닌 타국에 살며 매일 살던 곳을 그리워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가만히 앉아 '외국에 살아 볼 만한'이야기들을 적어보았다.  







가장 첫 번째로 꼽고 싶은 것은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한국에 비해 야근이 적어 가족과 밥을 먹을 수 있는 저녁을 갖게 된다. 퇴근 후 약속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밤 시간에 갈만한 곳이 적고(언어나 안전 문제로 가지 못하기도 하고), 집에 우두커니 있을 가족들이 걱정되어(혹은 종용으로) 귀가가 빨라져 집에서 얼굴 보는 시간이 많아지니다.  


두 번째, 인간관계가 단순해진다. 사람 수로 유명한 곳이고, 중국 곳곳에 우리나라 사람 없는 곳이 드물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지만 상황상(익숙하지 않은 환경으로 인한 드문 외출, 아이들이 있는 경우 잦은 귀국 등) 깊고 넓은 대인관계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자연히 만나는 이들이 단출해져 마음도 머리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세 번째, 유행에 덜 민감해진다. 중국에도 당연히 유행이 존재하지만 중국인이 아니기에, 우리나라에 있을 때에 비해 업무나 약속이 적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또한 많은 민족이 모여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모습에 크게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꾸미는 것에 시간을 덜 투자하게 된다.    

네 번째, 외국인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자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일상에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충 넘어가는 작은 일들이 있다.

다섯 번째,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한다.  거주기간이 오래될수록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하는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경계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여기도 저기도 우리 집이고, 이곳의 일이 내 일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곳 저곳의 일이 모두 내 일이 되기도 한 경계인으로서 여행하듯 유유히 삶을 대하게 된다.  


중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카드



여섯 번째, 병원에 덜 간다.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진료비와 약값이 비싸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문제 되기도 해서 아프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실비와 여행자보험이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번거롭고 만약의 상황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습관처럼 민감하게 몸을 살핀다.   


일곱 번째, 새로운 것을 맛보게 된다. 식재료, 양념류, 조리방식의 다양함을 경험한다. 어떤 재료든 기름에 볶아지면 불 기름에 향을 더한 비슷한 맛이 되곤 하지만 수많은 종류의 면의 질감을 맛보고, 결코 먹지 않을 재료들을 만나며 새로운 자극을 얻게 된다. 난생처음 보는 야채와 과일 덕에 눈 역시 호강을 한다.     



모양이 동그랗고 크기가 작은 중국 홍시



여덟 번째, 꼭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귀국과 출국을 반복할 때마다 계속해서 함께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 운송비가 많이 들어도 꼭 가져가게 되는 물건도 있다. 반대로 중국에 가지고 와선 괜히 힘들게 가지고 왔다며 투덜거리게 되는 것도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히 알게 된다. ‘이건 꼭 필요한 거였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거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아홉 번째, 비행기 타는 횟수가 늘어난다. 사정상 일 년에 한 번도 귀국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오히려 어린아이일수록) 한국에 올 일이 많아진다. 아기 물품, 예방접종, 친지 방문 등등등.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는 일은 정말로 힘들지만 그래도 한번 다녀오면 또 이상하리만치 기분전환이 된다. 역시 공항은 설레는 곳이다.

열 번째, 모국어 외의 언어를 습득한다. 열심히 배우기도 하고 여차저차 하다 보니 자연히 터득하게 되기도 한다. 언어를 익히며 이전에 알지 못했던 친절의 종류, 불필요한 행동 같은 것들을 함께 체득하게 되는데 이때 생각이 확장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나라'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된다. 한국에 살면서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백 번도 넘게 들었다. 외국에 살며 실로 그렇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살아볼 만한 요소들은, 살기 힘든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국에 처음 발을 디딛을 때는 여행자로 마음이 가벼웠다. 여행자에서 거주자 그리고 타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면서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종종 경험한다. 요즘은 '이런 게 향수병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의 지금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버텨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기 위해 힘들 때마다 보는 책의 책장을 넘겨본다.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박사의 글이다.  


“그대의 경험, 이 세상 어떤 권력자도 빼앗지 못하리!”


경험이, 지속되는 삶을 지탱해 줄 것이다. 그것 역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외국에 살아본다는 것? 모든 일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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