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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혜선 Jul 19. 2019

출산 후유증은 언제 회복이 될까

중국 그리고 육아

중국에는 선불금을 내고 할인을 받는 페이백 회원제도가 많다. 우리나라에선 헬스클럽, 미용 관련 업종이 보통 그런데 중국은 카페, 식당, 학원, 세탁소, 세차장 등 돈 내는 곳 대부분이 그렇다.

동네 카페에 자주 가다 보니 주인이 회원권을 제안한다. 전산으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쿠폰 형식이라 분실이 걱정돼 망설였지만 주인의 생글한 미소에 넘어가 '어차피 오는 거!' 하며 몇만 원을 냈다. 어느 날 외출 준비를 하며 쿠폰을 찾는데 없다. 분명 가방에 두었었고, 그 후 한번 가방을 정리한 건 생각이 나는데 쿠폰을  빼서 다른 곳에 둔 기억은 없다. 그런데 갑자기 쿠폰 옆에 여권이 있었던 장면이 스친다. 등에 식은땀이 난다. 외국인이 타국에서 여권을 소지하지 않는다는 건 신분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순간 커피 쿠폰 같은 건 잊고 정신없이 여권을 찾기 시작했다. 가방의 주변 것들을 쏟아낸 후 다행히 여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짜증과 안도가 섞긴 감정으로 잠시 앉아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다시 쿠폰 생각이 난다. 


'내... 돈...'

옆에서 불화산을 보듯 지켜보고 있던 남편은 그냥 포기하고 외출하라고 한다.  문밖을 나와 걸으며 한없이 생각을 했다. 요즘의 나는 왜 이렇게 매일 무언가를 잊고 찾아야만 하는지 말이다. 




출산 후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는 건망증이다. 출산 전에 간혹 텔레비전이나 지인들의 출산 후 건망증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과장이 너무 심하다'며 가볍게 여겼는데 그 죄(?)를 요즘 받는다. 


아기를 낳고 일주일쯤 후에 산후조리원에서 아기 분유 타는 법과 건강관리 수업을 들었었다. 내가 머물던 방에서 정확히 작은 걸음으로 일곱 발자국 떨어진 곳에 탁자가 있었고 그곳에서 40분간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수업 후 일곱 발자국 걸어 방에 온 순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신기하고 신묘한 경험을 했다. '세상에는 정말 이런 일도 있구나'하며, 한편으로는 이런 일들을 재미있어하며 몸이 회복되면 내 기억들도 되살아 날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산 후 2년이 가까워지지만 여전히 간혹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실로 놀라운 순간들을 마주한다. 

걱정보단 해결을 하자는 생각으로 병원과 한의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냥 그런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만을 들었다. 한약도 영양제도 열심히는 아니지만 곧잘 챙겨 먹지만 증상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매번 이렇게 화를 내고, 열어볼 수 있는 것들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여권, 신용카드와 같은 특수 물건이 아니고선 날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런 물건은 애초에 없었다, 있었다면 언젠가 발견될 것이다.'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말이다.  얼마 전엔 아기에게 다양한 이유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밥솥 칸막이를 샀다. 주문했고, 받았고 캐리어에 넣은 것 같은데 없다. 찾다가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고는 다시 다른 일을 시작했다. 




예전만큼 모든 것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래도 또 지금의 상태에 맞게 그럭저럭 지낸다. 그렇지만 거금을 쓴 커피 쿠폰도 없고, 당장 필요한 이유식 밥솥 칸막이도 없는 오늘 같은 날은 외롭다. 잃어버린 것들을 잊는 것에 대해선 점점 익숙해지는데,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새롭게 느끼는 이 특이한 외로움은 좀처럼 익숙해 지질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인생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에 삶이라는 장기전을 치뤄내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힘은 균형 있게 양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출산 후유증은 언제 회복이 될까? 시간이 지난 만큼 앉아서 지켜볼 수많은 없는 나의 건강이다. 사랑하고 사랑 주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한다. 헬스클럽에는 가지 못하니 부지런히 밖으로 나가 열심히 유모차를 미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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