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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혜선 Apr 16. 2019

고국의 공기를 머금은 짜장면

중국에서 먹는 우리나라 음식

고국이야 항상 그립지만, 중국에서 한국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에 달려가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바다가 먼 지역에 살고 있어 특히 신선한 해산물과 그것으로 조리한 요리가 화면에 나올 때면 말없이 침을 삼키기 바쁘다. 그것뿐인가! 짜장면, 양념갈비, 매생이 국수... 조금은 한심하리만치 모국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움은 음식에서 시작된다.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중국에서도 먹는 것이 가능하다. 요식업을 하시는 교민분들과 중국 동포분들 그리고 한류의 덕이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곳에도 한국 식당이 있네 싶을 정도로 우리 음식은 곳곳에 있다. 치킨, 족발, 떡볶이와 같은 음식은 신속 배달까지도 가능하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백 퍼센트 그 맛은 아니다. 미묘한 맛과 향의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 『저녁 무렵에면도하기』에서 도쿄에도 파스타를 훌륭하게 해내는 집이 많지만,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먹는 이탈리안 파스타의 맛은 감탄을 자아낸다며 음식은 역시 '공기 포함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 글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분명 내가 사는 곳에서 먹는 음식에는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의 공기가빠져있었다.

외국에 살면서 식탐과 요요를 경험하고 있다. 몇 년에 한 번 한국에 오는것도 아닌데 올 때마다 그렇게 매일을 배부르게 먹는다. 의식을 치르듯 죽에서부터 아귀찜까지 갖가지 음식을 섭렵한다. 양가 부모님께서 으레 "뭐먹고 싶은 거 없냐?" 하시니 의무적으로 최선을 다 해 먹기도 한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초반에는 점심은 뭘 먹을까? 내일을 뭘 먹을까? 궁리하고, 귀국 날짜가 다가오면 '뭘 가져가서 먹어야 후회가 없으려나?'하고 고민을 한다. 결국 아쉽게도 공항 가는 길 캐리어에는 차마 담기지 못하는 김치 한 포기 혹은 밑반찬 한 덩이가 쓸쓸히 남겨지곤 한다. 열심히 먹어 살찌우고 중국으로 돌아오면 늘어난 체중으로 후회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다 한국에 오면 또 과식하고, 결국 몹쓸 요요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웃집에서 밥을 먹어도 그 댁 친정 어머님, 시어머님 혹은 일가친척이 만들어낸 음식은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나뿐만 아니라 둘러앉은 모든이가 “이거 한국에서 가져온 거죠?”라며 한입씩 맛을 본다. 한국에서 공수해온 음식이 더 먹고파도 이 집에서도 힘들게 가져와 아끼며 먹고 있을텐데... 하는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이 들어 다른 반찬으로 손을 옮긴다. 집에서 만들어낸 집밥에는 분명 공기와 더불어 그 특유의 모양새와 느낌이존재한다. 그러니 어찌 집밥을 찾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전부터 맛집이라 소문난 곳에서 줄을 서서 밥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 돈 내고 먹는 것, 대가를 지불하고 먹는 것인데 시간을 투자하고 몸까지 힘 들어가며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또 음식이 거기서 거기지얼마나 특별해서 그렇게 공을 들이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밤새 음식을 밀폐 용기, 비닐봉지로 겹겹이 포장해 버스, 비행기에 실어 나르고, 이웃집 반찬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어느 나라나 정성 들여 발효 식품을 만들고, 요리 비법을 대대로 전수하기 위해 노력했던 데는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간간하고 매콤한 풋고추 멸치볶음과 아삭한 깍두기가 꼭 한 번씩 생각난다. 음식은 만들고, 보관하고, 담아서 차려내고, 먹고 치우는 모든 과정이포함된다. 그 힘들고 번거로운 과정을 무릅쓰고 해내는 마음이 정성이라는 것을 요즘 알아가고 있다. 그 시점이 외국에 살게 되면서부터인지, 결혼하고 부터인지,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인지는 모호하지만 말이다.

 아기에게 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일도 힘들고 아기가 온 바닥 심지어 벽까지 밥알이 튀게 만든 걸 보면 화가 나기도한다. 그래도 작은 입으로 밥 한술 물 한 모금 머금고 냠냠하면 또 세상 기특하고 뿌듯하다. 요즘 가끔 궁금해진다. 내 아이도 나의 음식을 기억할까? 내 아이는 어떤 맛을 그리워할까? 된장찌개 혹은 마라샹궈 혹은 그둘 다 또는 그 중간 맛을 입에 담아두게 될까? 이제 조만간 타국에서 유치원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될 테니 집에서 먹는 음식과 다른 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강요할 수 없이 본인에게 맞는, 맛있고 몸에 맞는음식을 본능적으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조촐하나마 우리 가족이둘러앉아 먹은 고국의 공기가 담긴 집 밥 만은 간직하고,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그 기억이 때론 슬프겠지만, 그보단 삶에서 힘이 되어 주는 것임을, 나 역시 경험으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중국에서 먹은 짬뽕, 짜장면,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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