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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혜선 May 05. 2019

단연코 함부로는 아니었던 일들

중국, 생각, 인생

중국으로 출장 겸 여행을 가시게 된 이모 부부께서 엄마와 나의 동행을 제안하셨다. 비행기를 처음 타본 후 언제 또 다른 나라게 갈 수 있으려나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라 중국에 가자며 어린애마냥 엄마를 졸랐다. 학기 중이라 수업도 빠져야 했지만 비행기를 타겠다는 열망을 누를 수는 없었다.
 
상하이, 광저우, 샹강에 들렀고 샹강을 제외한 곳에서는 내내 차를 탔다. 평균 다섯 시간 이상 이동을 했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대부분 빌딩과 아파트였다. 생각해오던 중국의 모습은 자전거 탄 사람들과 단층 건물에 붙은 빨간색 간판이었기에 높고 넓은 고가도로를 달리며 몇 층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건물들을 보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나 그동안 보아왔던 사면 중 두 면에만 창이 있는 아파트와는 달리 면면에 빼곡히 들어찬 창의 모습에 자꾸만 눈이 갔다. 어쩌면 층층에 알록달록한 이불과 옷가지들이 널려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내 기준에선 독특했다.





 
 며칠을 계속 같은 풍경을 보다 보니 그 속도 궁금했다. ‘도대체 구조가 어떻길래 창을 저렇게 많이 낼 수 있을까? 한 층에는 몇 집이 사는 걸까?’ 그렇게 아파트 구조를 상상하며 여행지의 도로를 달렸다.


중국의 아파트 모습


중국의 아파트 내부를 궁금해하던 난 십삼 년 후 사방에 창이 있는 건물에 살게 됐다. 길어야 6개월 정도인 여행은 꿈꿔 본 적이 있지만 외국에 살아보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벌써 몇 년을 살고 있다.
 
동네를 산책할 때면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와 그 수의 몇십 배는 되어 보이는 창들이 눈 앞에 선다. 하늘만 보려 해도 건물이 높아 하늘과 건물과 그 꼭대기 층의 창이 겹쳐진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생각도 함부로 하지 말라 했는데’라는 말이 되뇌어진다. 분명 이 말은 바른 생각과 행동을 위한 금언일 텐데 왜 자꾸만 머릿속을 떠도는지 모르겠다.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외국 생활을 힘들어하고 있는 걸까?’라며 몇 날을 고민하기도 했다.
 
출산 후 아이의 이중 언어 학습과 학교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지만 불행하진 않다. 외국에 사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중국에 있을 땐 많은 이들이 그립고, 한국에 있을 땐 조용한 내 시간이 그립다. 어디에서든 그렇듯 좋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다만 십여 년 전, 낯선 풍경을 두고 깊게 오랫동안 사색을 했기 때문에 이곳으로 이끌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단연코 함부로는 아니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화가 궁금했고 탐험하듯 면면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짜 맞추기식 우연일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깊고 오랜 생각과 소망은 실현'된다는 나름의 믿음이 있다. 그래서 꼭 성공하길 바라는 일들은 만트라를 외우듯 자주 써보거나 열심히 떠올린다. 더불어 ‘함부로 생각하지’ 않기 위해 그 또한 노력한다.
 
다시 하늘을 본다. 파란 바탕 양쪽 가장자리에 건물이 겹친다. 도시의 풍경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끌벅적한 도시, 궁금해하던 그 창이다. 내 사람과 손으로 만져볼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중국의 아파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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