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발악 중입니다
나는 마흔이 넘었지만 데이트할 남자도 없고
부모님 집에 얹혀 산다. 앞으로 언제까지 착한 딸 노릇을 하며 참고 살아야 할지 숨이 막힌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통제하고 사니 뭘 해도 즐겁지가 않다.
부모님은 다 큰 딸이 혼자 독립해서 살겠다고 하면 가스라이팅을 하신다. 절대 못 나간다는 식으로 온갖 협박을 다 하신다. 그게 어떻게 협박이고 가스라이팅이냐며 반기를 드실 부모님 표정이 눈에 보이지만 내 입장에서 엄마 아빠의 태도는 가스라이팅이다. 본인들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고 내 개인적인 주체성과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짓누르고 듣지 않으려 하는 이기적인 태도 말이다.
연세가 드신 부모님과 싸우는 걸 포기하고 나는 그냥 억누르며 참고 집에서 산다. 밖에 나가서 살면 월세, 전기세, 식비, 관리비가 매달 지출되겠지만 그럼에도 나가는 게 정서적으로는 남는 장사 같다.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하려고 버스로 이동하는데 출퇴근 길에 거의 매일 군것질을 한다. 그 돈이나 원룸 월세비용이나 비슷비슷할 거 같다.
나가서 살면서 작은 원룸이라도 내 마음대로 꾸며 놓고 살면서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 그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만족감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답답함 보다는 나은 정신상태가 될 거 같다.
누군가는 부모님 핑계 대면서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건 내가 우유부단해서라고 말했다. 그것도 맞다. 그러나 오랫동안 착한 딸 노릇을 해오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내 만족감에만 충실한 선택을 내리기란 쉬운 게 아니다.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에 에너지가 많이 든다. 착한 딸에서 나쁜 딸이 되는 악역을 자처하는 꼴이니 말이다.
24시간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부모님의 통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신 없음과 흐릿한 목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느껴온 말 못 할 억울함과 분노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오랜 시간 억울했고 오랜 시간 괴로워하며
혼자 울었다. 내가 받은 단편적인 상처의 순간들을 죄다 끌어다 엮어서 장편소설로 묶어버렸다. 다시는 더 큰 피해와 상처를 받고 싶지 않다는 자기 방어가 생긴 것 같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다. 언제 부모님 집에서 탈출할지 탈출한 곳에 어떤 낙원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곳이 진정한 낙원이 될지는 내가 가봐야 아는 것이니 지금은 단정 지을 수 없다.
마음의 허기를 군것질이 아니라 글쓰기로 채우려고 몇 년 동안 브런치에 10번 넘게 도전했는데 다 탈락했다. 그리고 얼마 전 2025년 5월 21일 드디어 작가승인이 되었다. 오랫동안 도전하니까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다.
쨍하고 해 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정서적인 허기를 채우기 위한 발악의 글쓰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