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했던 개그맨 이경규 님의 에세이를 읽고..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 무언가를 뚫는다!
주머니 안에 든 게 작디작은 압정 하나여도
그것은 어떠한 것에 구멍을 낸다!
시간이 걸린다 해도 말이다.
그 언젠가가 실현되길 기다리며
오늘이라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거.
그걸 매일 할 수 있는 악착같음.
개그맨 이경규 님의 첫 에세이를 읽고 지독하게 악착같이 사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조금씩,
하나씩 만들어갔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조금씩'이지만 그 조금을 하기 위해
자신을 수없이 다독였을 것이고
'하나씩'하는 와중에 머릿속에는 또 다른 것들을 계속 떠올리고 삭제하고 하신 거 같다.
방송을 하며 화려하고 반짝이는 스타들의 성공과 추락을 보고 들으면서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실행하신 거 같다.
가장 무서운 사람이 조금씩이라도
계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과가 별 볼 일 없거나 내 욕심에 못 미치면 기대했던 것과 결과물의 갭차이로 절망하고 포기하는 게 사람이다.
못나 보이는 거, 뛰어나지 않은 거, 월등하게 활약하지 못하고 발악하다가 사그라드는 것을 사람은 오래 견뎌내지 못한다.
그 어려운걸 개그맨이자 방송인 이경규 님은
해내신 거 같다. 그것도 긴 세월을 꾸준하게..
자존심이고 뭐고 간에 그런 것을 초월해서
될 때까지 계속한 거 같은 성실한 사람.
아니. 되지 않을 확률이 커도 계속하면서
자신을 수양하듯 다스리는 사람.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돈 한 푼 생기지 않아도, 오히려 있던 돈이
자꾸 빠져나가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집념으로
마지막까지 버티는 사람이 있다.
그 독함 속에는
악인의 향기가 풍긴다기보다는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는 자의
짊어진 짐 속에는 가족들이 있을 것이고
세상 속에서 구르고 깨지다가
상처받은 자기 자신도 있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바라는 거 같다.
잘난 사람들 틈에서도 기죽지 말고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잘되기를...
그리고 자신도 끝까지 살아남기를..
어릴 때는 뻔뻔하고 얄미운 말투로
새침하게 멘트 하는 개그맨 이경규 님을
이유 없이 싫어했었다.
책에서 만난 이경규 님의 글을 읽고
저분의 삶도 어려움과 좌절, 그 안에서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이지만 마음만은
보통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부단히 위대하고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면서 생존해 보고자
애쓰는 사람...
남들 다 망한 영화라고
'복수혈전'을 놀려대지만
자신의 꿈이 영화라는 것을
잊지 않고 계속 추구하고 넘어지는 사람..
이경규 님의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다음 책 역시 나온다면 볼 생각이다.
가볍게 쓴 거 같은데 글쓰기를 오랫동안
하신 거 같은 고수의 향기를 느꼈다.
읽는 내내 반감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힘 빼고 읽게 만드시더라는...
방송인으로서만 배테랑이 아니고
글쓰기에서도 숨은 고수이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