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도 괜찮지만 차분하게 생각 좀 해봅시다.
나는 이틀 전
귀여운척하면 다 통할 것 같냐는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해 많이
아는 척 확신에 찬 어조로 문장을 쓰는 날이
종종 있다.
그게 내 나름대로의 판단으로는
읽기에 더 각인이 잘 된다고 생각해서다.
두루뭉술하게 다른 시각을 모두 비추면서
문장을 쓰면 내 글은 힘이 빠진다.
문장을 읽고 상처받을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기엔 내 글의 내공이 부족하다.
다수에게 읽히는 글을 지향하기보다
단 한 명의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쪽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많은 사랑을 받겠다는
거창하고 원대한 목표는 없다.
살아보니
의도하지 않았던 의외의 것이
좋게 받아들여질 때도 있었고
악의가 없었는데 상대방에게
배신감을 심어준 적도 있었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세상의 반응과 결과를
내 손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자만을 버렸다.
나는 그저 루틴처럼 글을 쓰는 정도로
만족하고 싶다.
그것 또한 꽤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란 걸 아니까
체력관리에 힘을 쓰고 싶다.
만약 누군가를 글 한편, 문장 하나로
만족시킬 수 있다면
보람 있는 일이겠지만
인간이란 얼마나 찰나의
만족에 둔감한 존재인가...
그러니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하며
생각의 과부하에 걸리지 않기로 한다.
사실은 자기 안의 결핍과
건강하게 해소되지 않은 공격성이
몸 안 구석구석 혈액을 타고 흘러다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 결핍의 씨와 공격성의 씨가
내 마음의 텃밭에서 발아하여 글이라는
세상 너머로 싹을 틔워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일찍 쓴 브런치연재 글에서
내 이야기에 대해 반대 입장에 서서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글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나다. 그렇게 자신감 있게
장담이라도 해야 게으름을 무릅쓰고
한 번이라도 더 글을 쓴다.
일단 구구절절 부연설명이 너무 길었다.
귀여운 척한다고 다 통할줄 알았지?
이 글 속의 귀여운 척하는 인물은
남자를 놓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남자가 귀엽게 치대면서 여자를
유혹하려 하는 것이 가성비가 높지 않은
구애 방식임을 에둘러서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보니 에둘러 말하는 화법과
직선적으로 내리꽂듯이 얘기하는 화법
두 가지를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선택해서 쓰고 있는 듯하다.
당신은 귀엽게 사근사근 다정하게 구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자로 잰 듯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만 빗대어
집어내는 사람보다 더 편안함을 느끼지 않는가?
귀여운 척 어필하려 하거나
내게 귀엽게 보이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다.
친절한 사람에게 마음의 빗장이
쉽게 열리는 것처럼
내게 귀엽게 구는 사람도 고마운 사람이다.
문제는 그 귀여운 살가움과
귀여운 장난, 귀여운 에너지를
받아줘야 하는 사람이 어떤 상태인가이다.
A라는 여자 입장에서는 귀여운 애교보다
듬직한 묵묵함에 기대고 싶었을 수 있다.
B라는 남자는 살갑게 친근함을
표현한 것뿐이지만
A라는 여자가 더 크게 마음이 기우는 것은
남자다운 태도였을 수도 있다.
귀여운 것은 도처에 이미 널려있다.
귀여운 강아지, 귀여운 고양이,
그리고 거울 속에 어쩌다 가끔
보이는 나의 귀여운 면까지...
그녀가 바라는 것은 남자의 귀여움이 아니라
자신의 귀여운 앙탈을 품어주고
자신을 행동으로 예뻐해 줄 수 있는
묵묵하고 다정한 남자였을 수 있다.
그런데 남자가 눈치 없이 자꾸
남자 안에 있는 가장 여성스러운
특성을 꺼내놓으면 여자는 어떻겠는가?
남자와 대화하고
남자와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니라
동성 친구랑 수다 떨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남자가 자꾸 옹알이하듯
혀짧게 귀엽게 굴면 말이다.
그렇다고 건방지고 날이 선 고자세로
여자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라는 게 아니다.
당신 그냥 그 자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라는 거다.
어차피 진전이 돼서 연인관계로 발전되면
귀엽든 푼수 같든 멍청해 보이든
서로 한창때는 품어주고 예뻐해 줄 테니
본격적으로 더 가까워지기 전에는
일부러 꾸며낸 모습으로 과장하지 말고
오히려 힘을 빼고
자신의 모습을 보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남자가 남자답든 귀엽든 여성스럽든
그것 또한 주관적이긴 하지만
일단은 모던하게 가는 게 가장
확률이 올라가는 거 같달까?
남자는 자기 안에 있는 본연의 남자를..
여자는 자기 안에 있는
본연의 여성스러움과 사랑스러운 모습이
발산될 때 가장 그 사람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색과 매력이 흘러나오는 거 같다
P.s이 글의 배경사진은
존재 만으로 너무 귀여운
우리동네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담아놨다.
귀여운 땡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