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하고 평가하기보다 거기서 느낀 감정의 책임자가 되다
드라마나 영화를 분석하며 보지 않는다.무언가 얻으려고 시청하지 않는다. 재미가 없으면 그뿐이지, 저것을 왜 저렇게 만들었는지 비판하고 평가해보았자 나의 발전에 아무 쓸모가 없다. 남이 만들어놓은 결과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내 의견을 쏟아내며 느끼는 해방감은 찰나의 감정 해소일뿐 사실상 그 의견 또한 주관적이고 누군가의 시선에서 보면 바보같을 수 있다. 내 자신의 거만함에 취해서 남의 작품을 평가질 해보았자 내 성장에 아무런 자극이 되지 않는다.
사람을 대할때 '평가' 혹은 '판단'을 몇몇 부분만 보고 내리게 되는데 그 이면에는 다른 차원에서의 장단점이나 특성이 다채롭게 공존한다. 복잡한 존재인 사람을 하나의 관념과 하나의 잣대로 쉽게 결론짓기에는 사람이 가진 잠재력이나 혹은 사람이 숨긴 비겁함은 수면 위로 다 드러나지 않는다.
내 눈에는 저 부분이 참 꼬여있다 생각되어도 또 다른 누군가가 볼때는 그런 부분을 유능하게 보기도 한다. 내 눈에는 저런 면을 인색하다 할지라도 누군가는 그런 면에서 철두철미함과 꼼꼼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것, 어떤 현상, 어떤 사람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남을 판단해보았자 그것이 내 인생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머리로 하는 판단에서 나온 정보들은 그 나름대로 군데군데서 취합되어 하나의 상념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때로는 통찰력으로 때로는 고정관념으로 다양하게 작용된다. 근데 중요한것은 거기서 나온 생각들이 자신을 더 어지럽게 만드는 부스러기 조각이 될 수 있다는거다. 도움이되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키고 어이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볼때 내 인생에 어떤 반작용도 주지 않을법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언행을 내가 무슨 자격으로 평가하고 재단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오만일 수 있다. 그리고 오만함과 거만함 혹은 너무 과한 기대치나 의존은 반드시 내 발목을 내가 잡게 만든다.
타인들의 생각, 남들의 결과물, 세상의 견해, 똑똑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 받아보았자 처음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성만 흐트러질 뿐이다. 그 길이 맞다고 생각하면 자신에게 물으며 걸어 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직 자기 견해에 확신이 없고 믿음이 약하기 때문에 세상의 의견과 나보다 나은것 같은 사람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취합한 여러가지 단편들을 모아서 뭉뚱그려 놓아봫자 결국 그것은 내 안의 소신이 아니라 남들의 생각 찌꺼기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운이 좋아서 좋게 풀리면 내탓이 되고 운이 나빠서 안좋게되면 그놈들이 바보 멍청이가 된다. 결국 모든 선택과 모든 흔들림, 모든 판단의 종지부는 자신이 찍었는데 말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 아닌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마련이다.
다른 선상에서 걸어나가는 결정을 하고 그렇게 밀고 나아가는것이 쉬운것은 아니다. 바람이 불면 쉽게 흔들리고 소나기가 내리면 우산 없이 나온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면서 기분이 불쾌해질 것이다. 매순간 중대한 결정을 시시각각으로 내리며 살지 않는 이상 약간의 느슨함과 약간의 통제, 적당한 자기규율이 공존해갈 것이다. 그 모든것의 점을 찍는것은 오만함을 버리고 실패할 가능성도 인지하며 그것까지 자신이 품고가기로 결정하는 결단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