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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Mar 20. 2022

모든 게 제자리에 있다는 것은

작년 11월, 여러 가지 이유를 품에 안고 독립을 했다.

독립을 하고 몸과 마음으로 크게 느낀 깨달음이 있다면 모든 게 제자리를 지키고 편안함을 뽐내고 있다면 그건 실로 대단한 일이라는 것.7살 때부터 가족과 함께 살던 동네에서 17km 가량 떨어진 새로운 동네로 오게 되었고, 처음으로 집을 계약하고 스스로 집안 일과 재정 루틴을 만들면서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다고 살아왔던 것들이 전혀 당연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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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집안일 루틴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하고, 배고프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장을 보고 요리조리를 하거나, 음식을 만들고 치우는 게 귀찮은 날이면 배달을 해도 그 역시 정리가 뒤따르기에 귀찮음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다.

 설거지를 바로 하지 않으면 음식 냄새가 거실에 퍼지고, 일주일 동안 매일 씻는다는 가정하에 수건을 7개 이상 쓰는 게 당연한데 주간 세탁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수건을 7개씩이나 썼다는 게 놀랍다.건조기를 한바탕 돌리고 나서 필터에 가득 쌓인 먼지를 보며, 옷에서 먼지를 진짜 많이 끌고 들어오는구나 등등의 생각은 다시 그 먼지를 빨아들이는 청소기를 쳐다보게 만든다.


 월급으로 재정 루틴을 만들면서는관리비, 가스비, 자동차 보험 등 내가 사용하는 양과 정직하게 비례하는 돈이 나가는 과정을 보며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돈과 노력하면 줄이거나 늘일 수 있는 돈을 체감하고 그 비율에 대해서도 돌아 본다. 가족들과 같이 살 때는 세대주인 부모님이 고정비를 내주신 덕분에 개인적인 변동비를 마음껏 쓰고 다녔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 성실한 고정비가 제대로 알려주었다.

 

가족들과 살 때는 같이 하거나 다른 구성원이 해줬던 일들이기에 내 손이 아닌 다른 사람 손을 탔던 활동(?)들이 힘들거나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쓰인다는 점, 또 그 중요성과 영향도를 몰랐다. 모든게 제자리에 있고 불편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어디선가 누군가의 노력이 항상 베여있던 것이다.


이건 집에서만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가서 길거리를 걸을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여행 가서 밥을 먹을 때도 모든게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면, 일상의 평온함 인프라(?)는 여러 사람의 생각과 노력이 들어갔다는 생각까지 뻗어 나갔다. 나도 일을 하고 내 가치관을 지키고 어쩔 땐 전하기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평온함을 주고, 나 또한 누군가의 노력으로 평온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


우리를 둘러쌓고 있는 대부분 모든 것들이 각자 역할을 다 하며 제자리를 지키고, 그로 인해 평온함인 줄 몰랐던 평온함은 익숙하고 안락하고 따듯한 단어이지만, 그 단어를 느끼기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과 사물(?)의 고민과 성실함과 반짝이는 생각들로 만들어진다는, 그래서 모든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실로 엄청한 일이다.


feat. 주간 글쓰기를 하자고 제안하고 따라주는 띠와 듀가 있고, 주간 글쓰기를 위해 급히 노트북을 키고 키보드 소리를 탁탁탁 내고 있으니, 오락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오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까지 모든 건 실로 엄청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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