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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Mar 27. 2022

와이드 스펙트럼이 주는 즐거움


어제는 생일 기념으로 해산물 코스 요리 음식점에 다녀왔다.

방문 전부터 신선한 식재료와 다양한 장, 스타 셰프와 셰련된 인테리어, 요리 포포만쓰까지 기대가 컸던 곳이다. 특산물 스토리텔링 잔치부터 체계적인 조리 시스템까지 고급스러운 맛과 자태에 자본주의 만만세를 외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만만세를 외친 지 12시간 채 되지 않아 아침이 밝았고, 부모님과 약속대로 시골에서 감자 심는 날이 찾아왔다. 어제는 화려한 조명과 음식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오늘은 무성한 풀들과 살랑이는 바람에 휩싸여 달래와 냉이를 캤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든 달래무침과 냉이 된장찌개는 어제의 고급 식재료들을 고개 숙이게 만드니, 날 것 만만세를 다시 외치게 되었다.  시골 마당에서 돌무더기에 앉아 봄바람을 맞고 앉아 있으니 문득 욕심이 다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비슷한 상황으로 캠핑을 가면 자연과 그 여유 앞에서 항상 드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이런저런 약속으로 캠핑을 못 가게 되니 이런 류의 마음을 잠시 잊고 지냈다.


개인적으로 이런 온도차를 종종 겪고 즐기며 넓은 스펙트럼으로 지내는 걸 좋아한다. 캠핑과 백패킹을 하면서 자연과 날 것,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방법들을 즐기고, 동시에 자본주의와 문명이 주는 거대함, 편안함과 체계도 좋아한다.오늘 시골 땅에 심어준 수선화가 야생에서 잘 자라주어 하나뿐인 수선화의 개성을 자랑했으면 좋겠고그 수선화를 이벤트로 선물해 준 화담숲에 있던 자본주의 분재들도 그 고고한 자태를 영원히 뽐냈으면 좋겠다.


넓은 스펙트럼이 주는 다양함을 사랑하고 세상을 덜 편협하게 보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건 더 감사하다.

산다는 건 레벨 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라는 인터뷰 글을 본 적이 있다. 세상은 요지경이고 즐겁고 신비로운 것들은 너무 많으니 오늘은 차갑고 내일은 뜨거운 온도차들을 경험하고 배우며 더 넓은 세계로 향하고 싶다. 또 이런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고, 즐거움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인적인 노력들에도(경제 활동과 여유시간을 위한 노력 등등) 소홀하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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