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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Apr 13. 2022

다음 생엔 여기서 태어나고 싶다.

4월에 스키를 타는 나라, 서위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해제 초반, 급히 변경된 행선지로 스위스 여행 중이다.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준비 과정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며 기대감을 올려왔는데, 이번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기계처럼 예약하고 왔더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평소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일주일 동안 총 4개 지역을 돌아다닐 예정인데, 그 중 체르마트 지역에서(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너낌) 생경하게 본 것은 가지각색 스키장비를 등에 메고, 무거운 스키 신발로 길거리를 터벅터벅 걸어 다니고, 말도 안 되는 높이의 레알 레알 산에 가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덜..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4월은 벚꽃이 피고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기 바쁜데, 이 곳는 모두 쿨한 바이브가 가득한 스키 스키(?)다.


마테호른이라는 장엄한 산을 구경하러 산악지역을 가로지르는 열차를 탔는데, 나 빼고 모두 스키를 즐기러 가는 중이다. 나는 이 산을 구경하러 가는데 이들은 그 산속을 누비러 가다니..


문득 스위스에 태어나 사는 삶은 어떤 삶일지 궁금해졌다. 나에겐 생경한 풍경이 이들에겐 너무 자연스럽고 익숙해 보이고, 6살 된 애들부터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아찔한 경사에서 짬프짬프와 두 눈을 의심하게 되는 속도로 스키를 즐긴다.. 무엇보다 쪼꼬만 아기들이 어릴때부터 이런 장엄하고 아찔한 경험에 익숙해지면 나중엔 어떤 삶을 살게 될까도 궁금해지고.


로하(조카, 6세)만 한 애들이 단체로 스키를 배우고, 온 가족이 다 같이 스키를 타는데.. 한국이면 이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조카와 80세를 바라보는 부모님이 여기서 짬프짬프 스키어가 된다 상상해보니 어렵다 ㅋ) 한국은 지형적으로 이런 거대한 환경을 갖추지 않았고, 어린이나 노령에 대한 안전주의 성향이 있으니 아찔하고 그래서 멋있어 보이는 이 쿨한 문화는 이곳에서 많이 보고 가야겠다.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땅덩어리 크기는 비슷한데 인구수는 적다. 그러다 보니, 고층 건물도 없고 한국인 시선에서는 땅을 사치스럽게 쓴다 생각할 정도로 집들 간격도 듬성듬성, 단층의 가로로 긴 건물이 대다수다. 아직까지 시골지역에서만 있어서 도시로 가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기선 뭘 해 먹고 살고, 산 중턱에 집이 있으면 이동은 어떻게 하며, 한국처럼 역세권 집(?)의 장점은 있는지, 국민성은 어떤지 등등 많은 게 궁금해졌다.


만약 여기서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싶다. 4월이 되면 벚꽃 개화 시기를 검색하는 대신 스키장을 찾고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밥 대신 치즈를 먹고 있을지. 내가 태어날 곳을 정할 순 없지만, 전혀 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될 땐 주변 환경이 주는 선척적, 나아가 후천적 영향까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대한민국 사람임은 정해져 있지만 (이민을 갈게 아니라면) 다른 문화를 많이 접하는 게 인생의 큰 즐거움이자 신선한 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오랜만의 해외여행에서 다시, 몸소 느끼고 있다.


보통 여행을 가면 준비물을 세세하게 챙기는 편인데

이번엔 평소보다 모든 것을 간소화해서 왔다. 준비를 많이 하고 오지 않아도, 이대로의 여행도 재미있고 편안하다는 교훈도 있었다. 이 방법으로 해보고 괜찮다는 게 증명되면 훨씬 편안해질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대신 잠옷도 가져오지 않아 매일 사복을 입고 자긴 하지만 ㅋ 여행은 여러 모로 지금까지 맞다고 생각해온 방법들과 시선을 바꿔주는 좋은 경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다음 생엔 스위스나 유럽인으로 태어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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