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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May 08. 2022

이썰라잇 우리집으로 가자

 




얼마 전 마케터 이승희 님 의 “좋은 집을 위한 질문”이라는 칼럼을 보고, 우리 집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 써본다.  내게 집은 온전한 휴식공간이자 깨끗하고, 자연이 함께했으면 했다. 그래서 정리된 우선순위는 숲세권 뷰에 신축이었고 현실적인 조건인 예산도 함께였다.


[나에게 하는 질문] 

원하는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주거공간엔 신축이란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본가도 내가 7살때 들어왔을 땐 신축이었겠지만 그런거엔 관심있으리 없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스물다섯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이미 구축이 되버린 집을 경험한 기억이 더 진하다. 1997년부터 2021년 가을까지 한 집에서 가족들과 쭉 살았던지라 비교군을 볼 기회가 없었고, 본래 여러 가지 가치에 비교를 잘하지 않는 성향도 한몫했고 집도 그런 영역 중에 하나였다.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축과 숲세권이 있다는 걸 눈으로 처음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집은 나에게 퇴근 후와 주말에 잠 잘 곳 이상의 가치를 두는 곳은 아니었는데, 독립을 하고 내 돈을 쓴다고 생각하니 내가 가장 우선시 두는 가치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집을 투자 개념으로 보는 사람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향후 재개발 등의 여러 이유를 우선순위로 꼽겠으나, 나에게 집은 거주 중심에 휴식 공간이었으면 했다.


회사가 서울에 있다 보니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서울 주변에 놀거리들을 접하게 되면서 일과 놀거리는 주로 서울에서 경험했다. 서울에서 일하고 노는 건 괜찮고 재밌을 때도 많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온전히 쉬고 먹고 자고 씻는 곳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길 바랬다. 도시에서 아등바등 보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나머지 시간은 깨끗하고 소음과 네온사인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싶었다. 캠핑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여기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주변에선 오래 살던 동네나 회사 근처인 서울로 집을 구하지 않은 점을 의아해하기도 하는데, 그건 질문 한 사람들의 주거 기준이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갸우뚱 한 사람들의 주거 우선순위는 본래 잘 알고 있는 동네에서 사는 안정성이나 회사 근처의 편의성, 혹은 부동산 투자가치를 내세울 이유도 있겠다.


우선 지금 시점에선 내게 집은 투자보다는 거주 목적에 가깝다. 본가 주변엔 내 우선순위를 충족시킬 곳이 마땅치 않아 새로운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살고 싶던 곳이 새로운 지역일 땐 처음엔 적응기가 필요하지만 여기서 계속 살 생각이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래 살던 동네로 바뀌게 된다. 또 25년이 넘게 살던 동네에선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이 2:8 비중이었다. 다른 동네로 와보니 내 경험과 기준상에선 이런 세상도 있었는데 모르고 살았네, 싶었다.


[온전한 휴식공간으로서]

근무지 편의성은 재택근무와 거점 오피스로 일부 대체되기도 하고, 스무 살 때부터 학교도 회사도 본 투 비 뚜벅이로 다녔기 때문에 나에게 거리의 효율성은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지 정도와, 효율보다는 서울과 경기도를 가르 지르며 할 수 있는 경험의 폭과 재미가 앞섰다. (경험의 폭이 넓어진건 의도한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니 그렇게 되고 있었다 ㅋ (TMI)스케줄 관리는 계획충이지만 뭔가를 시작하거나 경험할 땐 생각 없이 하는게 절대적인데 이런 시도는 늘 다양한 폭의 재미를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생겼다)


집 안에서는 사계절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배치를 운 좋게 찾았고, 바쁘게 지내더라도 집에선 계절이 바뀌는 걸 직관적으로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길 바랬다. 불필요한 가구나 물건도 가급적이면 두지 않았다. 풍경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인 이유와 물건이 많아지면 관리나 신경 쓸 것이 많아져 내가 생각하는 휴식공간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본가에서 내 방에 있던 원형 테이블을 가져와 지금 집에 부엌 테이블로 쓰고 있는데, 처음부터 의미를 둔 건 아니지만 네모 모양보다는 둥그런 식탁에 둘이며 넷이며 마주 보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방에도 역할을 확실히 두고 싶어 처음부터 취미, 옷, 침실로 구분해 두었다. 온전한 휴식공간으로서의 주거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인테리어가 될 수도, 누군가에겐 편의성이 모두 갖춰진 환경이 곧 휴식이 될 수도 있다.


내 휴식에는 자연이 필요하고, 주거공간에 그 역할을 우선순위로 더했다. 집 내부는 방과 가구들이 내가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군더더기 없는 구조였으면 했다. 독립할 집을 알아보며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돌아보기도 하며, 내가 원하는 생각이 정리되는 과정이 좋았다.


정형화되고 완성된 집도 멋지고 가치가 있지만, 스스로 중요한 걸 보태고 고민하는 과정이 실리는 집의 과정과 즐거움도 글로 나누고 싶었다.


https://villiv.co.kr/magazine/all/feature/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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