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웅이 집 May 01. 2022

이듬해 질 녘 꽃 피는 봄

한 여름밤의 꿈, 가을 타 겨울 내릴 눈 1년 네 번 또다시 봄


지난 주말, 이런 표현은 조금 부끄럽지만 어린 시절을 풍선에 담아 하늘로 날려 보내는 듯한 경험을 했다.

10대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절친의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와 같이 보낸 시간들을 뒤로하는 느낌이었달까.

집에 돌아와 혼자 주차장을 걷는데, 빅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가 생각났다.


빅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는 지난 호시절의 빅뱅의 모습을 추억하고 이제는 활동을 마무리하며 각자 각 길을 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노래다. 친구들과 복작스러운 수다와 결혼식 분위기가 끝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되니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나며, 친구와 보낸 여러 시간들을 뒤로하고 잘 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늘 가까이 있고, 자연스레 연락하고, 보고 싶으면 보고, 여행 가고 싶으면 갔던 사이인지라 평소엔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볼 계기가 없었는데 친구의 결혼식을 계기로 이상하고 몽글한 마음에 조금 울컥했다.


난 평소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같이 온다고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기쁜 일과 나쁘고 괴로운 일 모두 80% 정도만 느끼며 산다. 큰 이벤트가 없는 이상 의미 부여하며 울컥하는 일이 많지 않고, 나의 감정 80% 론은 주변에서 보기에 감정에 큰 미동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런 내가 지난 주말은 120%의 감정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 나도 2주 전에 식을 치르고 그 과정을 알고 있는 이유도 있었겠고 내 식에선 크게 떨리지 않았는데, 절친의 결혼식 전날은 내가 더 긴장한 듯했다.


절친의 결혼식 날 맡은 축사에도 전혀 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물을 흘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내 목소리도 염소로 변해갔다. 축사 내용 중 재미 포인트로 오늘 울게 되면 하객들에게 박수를 쳐달라고 했는데, 생각 없이 썼던 멘트가 현실이 되어 눈물을 보이고 하객들의 응원 박수를 받으며 염소 바이브레이션을 가라앉혔다.


이 날 느낀 감정은 슬픈 거나 허한 감정은 아니고, 친구와 같이 보낸 시간을 포함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정리하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물론 앞으로도 자주 만나고 떠들고 여행도 가겠지만 지금까지 한토막의 시간을 고이 접어서 보내는 느낌이랄까. 말로 설명하긴 조금 어렵지만 빅뱅은 나의 마음을 알겠지 ㅋ 절친 크루 중 다른 친구들이 결혼할 땐 헤헤 거리며 해맑았는데, 이번에 빅뱅에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까지 끄집어내서 이런 글을 쓰고 있자니 이 친구와의 관계는 크루 중에서도 유독 깊었나보다. 어릴때 부터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여러 위로와 배려를 받고 고마움도 있는 등 유독 가까웠던 이유도 있겠다. 또 내가 식을 치르기 전과 후의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 것도 있겠다. 앞으로 결혼식을 가게 될 때마다 빅뱅의 노래를 꺼내 들으려나. 지난 주말에 이 노래를 지겹게 듣고 약간 센티해지는 거 같아, 박재범의 몸매부터 시작해서 ㅋ 빵댕이 흔드는 중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음악을 줄줄이 듣고 있다. 내일은 월요일이고 다시 여유가 없어질 테니 텐션을 올리기 위해 빵댕이 뮤직을 들으며 잠을 청해야겠다.


https://youtu.be/FuVfw1wEDK4


https://youtu.be/38fNajj8b8c


 -주간 글쓰기 마감시간인 22시 줄탔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퀴 달린 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