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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May 15. 2022

정반합을 아시나요

대중의 싫증은 정, 반, 합 논리로 흘러간다.

처음엔 정형화된 것에 흥미를 느끼다가 싫증이 나면 반대되는 것을 찾고, 나중엔 그것도 싫증이 나서 정과 반의 합을 원한다는 논리다.


아이돌 콘셉트 장인으로 알려진 민희진 대표(SM 구 CD, 하이브 현 CBO)의 명언이다. 며칠 전 회사 찐친 후배와 점심을 먹다가 민희진 대표를 알게 되었다. 시대에 뒤쳐질 때면 아 뽀 어쩌려고 구래요, 라며 새롭고 좋은 걸 마구 알려주는 친구 덕분에 민희진이라는 사람과 아이돌을 향한 정반합 논리까지 닿았다.


아재뽀에게 신세계를 알려준 친구의 이야기는 이렇다. SM의 아이돌 콘셉트 장인이 있는데 지금은 BTS가 소속된 하이브 레이블에 CBO로 가서 "미니 지니"라는 여자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고 했다. 해서 네이버에 미니 지니를 검색했는데 원하는 내용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민희진"대표가 하이브에 가서 새로운 걸그룹을 만들고 있는데, 이름은 아직 정해진 바 없었다. 친구에게 육성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듣다 보니 민희진 대표의 이름과 걸그룹 이야기가 뒤섞여, 미니 지니라는 신선한 아이돌 그룹이 나온다고 잘못 알아들은 것 ㅋ. 여하튼 이 에피소드로 민 대표를 머릿속에 더 각인시키게 되었고, 유 퀴즈 인터뷰를 찾아보고 자기확신에 차 있는 단단한 모습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https://youtu.be/Lt-oFzP88zg


민희진 대표는 SM 엔터테인먼트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내이사 직함에 오르기까지, SM 아이돌 콘셉트에 큰 그림을 그렸다. 순수한 소녀 콘셉트로 걸그룹 소녀시대를 만들고, 그 뒤로 알 수 없는 소녀  콘셉트로 f(x)를 데뷔시켰다. 그 이후 소녀시대와 f(x)가 믹스된 콘셉트로 레드벨벳이 나온 것. 앞서 말한 정-반-합 흐름으로 SM 걸그룹 서사를 완성했다. 민 대표 개인적으로는 반전 서사를 좋아하고 대중에게도 먹힌다는 걸 잘 아는지라, 이 점을 잘 활용한다. EXO의 으르렁이란 노래와 가장 으르렁 거릴 수 있는 시기로 청춘을 접목시켜, 남자 아이돌에게 청춘의 상징인 교복을 입혔다. 교복을 입고 으르렁 거리는 상남자 무리는 여성팬들의 마음을 홀리고도 남았다.


최신곡이 나오면 노래와 무대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 수많은 고민과 대중의 복잡한 심리를 건드리는 촘촘하고 거대한 조물주 역할이 크게 와닿았다. 조물주의 좋은 예시는 민대표로 시작되었다. 민조물주는 수많은 사람들을 홀리고 열광시키는 콘셉트를 만들고, 그 열광 속에는 본인의 정-반-합 논리가 맞다고 확신을 가지고 반신반의하는 수백 명의 스탭을 설득한다. 민 대표의 유 퀴즈 인터뷰 중  자기 증명은 끝이 없다던 말도 인상깊었다. SM 평사원에서 사내이사가 됐을 때까지 이만하면 자기 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둥지로 가서 새로운 영역의 일들을 맡게 되니 자기 증명은 계속되고 그러다 보니 끊임없는 고민과 공부, 노력이 따라줘야 한다고 했다.


자기 증명이란 말은 책임감이 있고, 그래서 무거워 보이고, 해내고 나면 고급진 단어다. 앞으로 미니 지니(?) 대표의 고급진 자기 증명을 구경하고 감탄하고 싶어졌다. 하이브의 새로운 걸그룹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예전 같으면 지나치고 관심이 없었겠지만) 이젠 아이돌마다 세계관이 있고 정반합 심리까지 타고 나온다는  알게 됐으니 부푼 기대를 가지고 증명의 시간을 기다린다.  대표가 만든 이번 아이돌은 정반합 흐름  어느 부분을 타고 있는지 예측해보는 재미와 함께. 알면서도 보기좋게 대중의 심리에 올라타 우와우와하며,  다음 세대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표의 세계관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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