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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May 19. 2022

어디 사세요?

어디 사세요?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신입 사원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었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을 처음 보는 자리에서 첫 번째 질문은 보통 어디 사세요? 였다. 어디에 사는지, 남자 친구는 있는지, 부모님은 뭘 하시는지 등의 질문을 많이 들었다. 뭐 어디 사는지는 충분히 물어볼 수 있고 나도 당시에는 친절히 대답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어디 사는지 왜 궁금하지? 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시점엔 의문 투성이 인것들이 많았는데, 나보다는 내가 소속돼있는 집단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인 질문이 대부분이란 생각에 낯설었다. 지금은 뭐 스몰 토크의 시작일 수도 있고, 어색해서 다들 하는 질문이겠거니 등등 걍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지만, 이런저런 사회 경험이 없던 시절에는 의문스러웠다. 지금도 내 입으로 먼저 하지 않는 질문이란 점에선 낯설다.


나에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는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는 시간을 조금 보내고, 그 이후로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무얼 좋아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 이외에 것들은 가까워지면서 얘기하고 싶으면 하거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주제로 접하는 편이다. 이런 대화 방식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눈이 똥그래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깊이 알고 지낸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하기 때문에 친구들은 내가 본인들을 둘러싼 것에 관심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 알고 지내는데 크게 중요치 않아서 묻지 않을 뿐이다.


학창 시절 커뮤니케이션학개론에서 배우길, 보통 질문을 하거나 자기소개를    번째로 나가는 말이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라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번째로 궁금한 점은 거주지, 연애 여부, 직업이나 돈을 많이 버시는지 등은 아니었다. 이쯤 되면 어디 사세요?   질문은 이유도 모른  학습된  수도 있고, 상대방을 파악하기 제일 쉽다고 생각하는 공공연한 질문일 수도 있다. 선자든 후자든 상대방을 유연하고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질문이란 생각은 여전하다. 누군가를 알고 싶은 관심과 파악의 방법은 입체적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모습은 오른쪽에서 보면 장점, 왼쪽에서 보면 단점이듯  가지 면모만 보고는 단정 짓기 어렵다.


9년 전의 신입 시절이든 9년 후의 독립하고 나서든, 어디 사냐는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받고 있다. 질문의 의도가 어떻든지 간에, 어디서 어떻게 만난 상황이든 간에, 어디 사세요? 보다는 어디 살고 싶어요?라고 상대의 생각을 묻는 미래형 질문을 해보면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까.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이야기의 주제가 조금 더 폭 넓어질 거라는 기대를 안고. 몇가지만 빨리 물어보고 상대를 섣불리 판단하기 보단, 긴 호흡과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대화가 오가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내가 궁금한 것보다는 상대가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가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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