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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Jul 01. 2022

이 시대의 은유 시인을 찾아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랑해버려요"


지난주 서울 체크인에 나온 이옥섭 감독의 명언이다. 서울 체크인은 제주살이 효리언니가 서울로 잠시 놀러 와 보내는, 이런 저런 시간을 다룬 예능이다. 최근에 횰언니가 서울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배우를 언급했고, 선술집에 만난 셋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옥섭, 교환이 이끄는 *이엑구 유튜브 채널을 본 이후로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고) 이엑구 단편영화의 독특함이 인상적이라 둘에게 영화를 찍는 영감과 스타일의 차이점을 물었고, 옥섭 감독 영화엔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며 이어 명언까지 남겼다.


*이엑구: 유투브채널명 2x9 HD를 부르기 쉽게 줄인 말 (이옥섭의 2, 구교환의 9를 따서 만든 채널명을 팬들이 줄여 부르는 은어)



“너무 미운 사람이 있을 때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 사람을 귀여워해 보자. 나도 이상할 때가 많고, 내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모두가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되어버린다고.” 이에 구교환도 이효리도 너무 미워하면 그러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맞장구를 치고 감탄 했다.(인간관계에 대해 이마를 탁 치게 하는 조언이었다.)



[이엑구를 찾아서]

대화를 듣고 있자니, 이들의 영화가 더더욱 궁금해져 유튜브 돋보기 창에 숫자와 대소문자가 난무한 2x9 HD 문자를 열심히 두드렸다. 이엑구 세계관이 짙은 몇 편의 영상을 보고 구독과 좋아요를 연신 눌러댔다.


https://youtu.be/XlfSjvN4-z0

https://youtu.be/QmAWZMIRYEo


영화는 신선했다. 짧게는 30, 길게는 5 안에 영화 장면의 의미와 메시지를 생각해볼 기회를 자유롭게 준다. 유튜브 플랫폼과 1~5분가량  필름  트렌드 흐름을  활용하면서, 본인들의 스타일을 꾸준하고 짙게 지키고 알리는 점이 단단하고 똑똑해 보였다. (요즘 자주 보이는 브이로그 소재를 가져와 예상치 못한 영화  편을 뚝딱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용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클리셰를 찾아 볼 수 없는 모음집에 가까울 정도다. 영상 특유의 레트로 감성과 이런 음악은 대체 어디서 가져오나 궁금해지는, 이들의 매니악함이 부러웠다.


https://youtu.be/souRUz1Xt-g


[이 시대의 은유 시인을 찾아서]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은 시대라 직관적이고 간단한 글과 영상에 노출되기 쉬어, 짧은 시간에 이해하고 끝내는 사고방식을 주로 하게 된다. 와중에 이엑구표 단편 영화를 보며 장면 장면과 그 안에 도구의 은유에 대해 아주 오랜만에 머리를 굴려보았다. 골똘히 생각해야 하는 영상은 (생각해보니) 너무 오랜만이라 처음엔 내용이 난해하고 이게 모지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땐 유튜브의 여러 댓글에 도움을 받아 은유 시인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패턴에 몇 번 학습되면 적응이 되고, 어느새 1분짜리 단편영화를 몇 번씩 돌려보며 그 의미를 곱씹고 있었다.


신선한 단편 영화와 같은 결로서 평소에 소설/에세이 등을 많이 읽으며 사고방식을 키우면 좋겠는데, 어느새 긴 호흡을 가진 매체의 은유를 잊은 지 오래다. 최근 유 퀴즈에 김영하 소설가가 나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본인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짜증 난다”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한다고. 글을 쓰고 무언가 표현하겠다 마음이 선 사람이면, 짜증남 안에도 다양한 감정이 섞여있는데 그 감정을 세분화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같은 이야기를 해도 영화감독과 배우, 소설가 등등은 이야기의 다양함과 세밀함을 입체적으로 고민하며 연출과 글로서 표현한다.


이들의 노력 노력 열매인 신선함에 대해 간접 경험할 기회가 꽤나 많은데, 자발적으로 찾아 나선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어느새부턴가 던져주는 정보에만 익숙해졌다. 옥섭 감독과 교환 배우의 영상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이 익숙함은 더 오래갔을 거다.


빠르고 짧은 콘텐츠 속에서 얻는 중요한 정보와 웃음도 많겠지만, 이엑구 세계관을 계기로 사유하고 고민하는 노력들에 자주 노출되며 균형을 찾고 싶어졌다. 또 좋은 경험을 하고  "대박, 너무 좋았음. 짱! 신선해, 천재적이야!"라는 감탄 외로 표현의 품을 넓히고 싶어졌다. 바뽀다 바뽀 현대사회 속에서 잘 정리된 간단한 정보는 늘 주변에 도사리고 있지만, 사유하기 위한 기회는 나서서 찾아봐야만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과연 내가 이 글의 다짐만큼, 사유의 시간을 발 벗고 찾을진 의문이지만 (지금까지 마음은 한가득이었으나 실천은 어려웠기에) 근사한 충격을 안겨준 감독님과 배우 이하 영상 등등에 감사를 전하며 조금씩 은유의 시대를 들여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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