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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Jul 14. 2022

자기다움의 힙과 힘

나의 힙스터, 다이애나 스펜서


힙이란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유행이 된 시대에서 ‘자기다움'을 소비하는 사람들." 이란 글을 보았다.


힙스럽다, 힙스터, 힙하다 등등의 많은 문장을 만들어낸 "힙". 저 글을 보고 나니 힙이 뭘까라고 잠시 고민했다. 나는 힙이 유행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트렌드 세터라는 다섯 글자가 대신하고, 힙은 본래 자기다움의 대명사였던가, 아님 대명사로 변한건가 라고 꼬리물기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얼마전 회사에서 mbti 심리검사를 했는데 이런 잡다한 생각과 상상을 자주 하는 성향의 수치가 높게 나왔다 ㅋ)  


돌이켜 보면, 한때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고 예쁘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종종 샀다. 그런 걸 보면 나도 유행에 꽤나 동참했고 즐겼다. 그러다 유행템에 다가가기 멈칫거리던 시기가 왔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돌아보니 내 스타일이라는 통일성이 없고 즉흥성에 겨워 소비하는 습관을 목도했다. 이 또한 하나의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행의 소용돌이가 멋없이 느껴지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그런데 유행을 따라 하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유행이 됐다는 말을 보니, 쫓아가기 보다 만들어낸다는 뜻은 묘하게 좋았다. 아무래도 자기다움이라는 의미가 붙어서 그런가 보다. 유행템에 관심이 사그라질 땐 클래식하고 단순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또 너무 단순하면 재미를 잃기 쉬우니 즉흥적으로 구매했던 것들 중 아끼고 레어 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만 남기고, 버리거나 중고거래 등의 방법으로 총체적 정리를(?) 하기도 했다.이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니 요즘은 예전만큼 물건을 사지 않고, 살 때는 이게 정말 필요한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과정과 그 결과를 보고 있으면 제일 아끼는 것과 어디에 깊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목도하기 쉽다.


자기다움은 정의하기 나름이지만, 지금의 내 자기다움은 가지고 있던 것들을 잘 조합해서 지니거나, 입거나 먹거나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필요 없는 것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에 간헐적 이모저모 정리는 계속 필요해 보인다. 요즘 나의 힙 소비방법은 미니멀리즘을 지키는 것이지만, 좋아하는 물건을 소비하는 행복감에 고민하고 밤잠 설치는 이들에겐 얼른 사라고 외친다. 그들에겐 그게 행복이자 힙일테니.


아껴둔 장소에 가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약속에 가는 것도 재미진 소비의  다른 방법이다. 최근에  곳을 모아서 생각해보면 (역시) 자연이나 자연을 닮은 시설이나 미술관 등을 주로 다녔다. 놀거나 쉬는 시간이 있다면 조용한 곳을 가장 먼저 찾아서 백패킹이나 미술관을 가고, 자연이 받쳐주면 조금 시끄러운 곳도 찾는다. 좋은 풍경이 있는 카페에서 소비하는 시간도 잦다. 이쯤에서 위에  글을 다시 읽어보니  모두가 자기다움을 소비하는 힙인가 싶어서, 조금 낯간지럽다.(힙이 주는 이미지의 힘인지 몰라도)

다양함을 사랑하는 1인으로서 힙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하며 무궁무진한 얼굴을 보였으면 하는데.오늘의 나는 클래식과 단순함이 좋다고 떠들지만, 2  즈음엔 다시 유행을 사랑한다는 글을 쓴다면  또한 힙의 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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