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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Jul 15. 2022

겨를이 없는 시간


최근 일주일은 회사 일로 바빴다.

정해진 기간 내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적게 주어질 땐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진한다.

근 일주일 동안은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자고만을 반복했다. 이게 직장인의 보통 루틴이긴 하지만 이 안에서도 짬 낼 수 있는 겨를을 찾아야 살맛 난다. 어떻게 주 5일 동안 일만 하고  일 생각만 하고 사는가. 퇴근 후 친구를 만날 수도, 근무 시간 중 티 타임을 할 수도, 친구들과 잠시 연락을 할 수도 있는데 지난 일주일은 이런 과정이 거의 생략되었다. 입사 3년 차 때까지는 오직 일만 하는 것이 직장인의 당연한 덕목(?)이라 생각하고, 처음 맡아본 과제에 대한 책임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경주마처럼 지낸 적도 있었다. 심리적 책임감을 느끼는 생각의 영역을 매일 달고 산 거지, 그게 일의 효율과 결과물까지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기억에서 희미해진 걸 보니 지나쳐 온 좋은 경험이다.  


풍파의 시간 이후로 간헐적 바쁨을 경험하다가,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래로 대면 근무 방식에 필요한 일들이 사라져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짐과 함께 대면 근무를 다시 시작하면서 바쁨 이를 얻어왔는데, 그간 평화로움을 사랑하던 나로서 오랜만에 찾아온 바쁜 일상은 힘들었다. 정확히는 힘든 줄도 모르고 로봇처럼 지내다가, 일이 끝나고 "오 너모 힘들었다" 회상 중..


마음적 여유가 생기니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시간이 생기고 잠깐 사색도 해본다. 지난 풍파의 시간 이후로 회사의 업무나 기분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는다. 이 굴레를 끊으면 평소 마음의 뾰족함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겨를이 충만해진다. 입사 초년생 때는 일과 개인 라이프를 분리시키는 연습도 했다. 그러다, 오히려 목표를 정해놓고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나는 이런 모습이 돼야지라고 결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내던 어느 때부터, 회사와 개인 생활 영역이 쉬이 분리가 되었다. 그 덕분인지 오랜만에 업무 시간 외에 일을 위해서 노트북을 켜보니 힘들었다. 친구들과 축무 연습 하던 영상에 삼천포로 빠져 깔깔거리다가 새벽 즈음 자료 가닥만 만들어 놨다. 일은 회사에 있을 때 초집중으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노트북을 덮고 분리와 겨를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이쯤 되면 내가 그냥 일 외의 모든 것들을 좋아하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일을 하는 건 좋다.  


일을 하면 내 의지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경제력을 주고, 세상 밖으로 나가면 다양한 사람들도 있고, 목적성이 있는 업무를 같이 하면서 서로 장점과 단점을 섞어가며 배울 수도 있고, 출퇴근 길에 재미난 거 구경하기도 좋다. 경제력을 일구고 활동성과 활력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일하는 건 좋다. (좋다는 거지 재밌진 않다. 재미는 취미 생활할 때만 나온다)


대신 일이 바빠지면 힘들다. 바쁘다는 건 한 가지에만 매달려 딴 겨를이 없다는 의미인데, 나는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 긴 시간 끌어오는 걸 힘들어한다. (모든 사람이 그러려나, 이걸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 지난 일주일이 그랬다. 나는 겨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을 하다가도 잠시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겨를". 그 시간적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행복하다. 최근엔 회사 일로 겨를을 잊었지만 개인사도 있을 테고, 또 언제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바쁨의 시간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바쁨이가 찾아오면 겨를을 손에 쥐는 기회를 엿보거나 그것도 안되면 곧 되찾는다는 동기부여를 가져봐야겠다. 나의 에너지와 행복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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