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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Jul 20. 2022

본능적으로 느껴져쏘

얼마 전 단체 카톡방 알림에 240 숫자가 떴다.

핸드폰을 잠시   사이에 수백 개의 카톡이  있던 . 이백  남짓 문장들을 확인해보니, 새로 시작한 예능-환승 연애 2 대한 이야기로 그득했다. 그중 일반인 출연 누가 멋지다 매력 있다 등의 수다가 한창이었고, 나도 보겠노라 다짐을 남기고 다음 만남까지 2 정복하기 숙제까지 받아왔다.


주말 아침, 박재범과 국밥 먹으러 가는 꿈에서 깼다. 제이팍과 국밥을 먹고 대화는 나눠야 하니 다시 잠을 청했지만 실패했다. 아쉬운 마음에 어제 친구들과 아우성친 환승 연애 2가 생각나 티빙에 접속했고, 재생 버튼을 누르고 이내 빠져버렸다. 환승 연애라는 제목답게 전 여친, 전 남친을 모아놓은 설정에 이입하기 쉬웠지만, 출연진 존재에 먼저 눈이 갔다. 시즌1보다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출연진에 집중집쭝.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여 4명+남 4명, 총 8명이 함께 지낼 숙소에 차례로 들어오며 인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마지막 남자가 등장하자 여자 출연진 모두 눈이 똥그래졌다. 연달아 들어온 3명의 남자들과는 다른 재질이었다. 나 또한 눈이 똥그래졌다. 이 전개가 흥미로워 친구들과 카톡방에 타자를 신나게 쳤고, 친구들에게 마지막 출연자의 다듬어지지 않는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정제되지 않는 느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오래된 본능이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이 시작되는 여러 가지 모양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에서 여주인공 안소희는 남주인공 성북구 PD와 평소 앙숙사이였는데, 어느 날 그의 슬리퍼로 삐져나온 발가락을 봐버렸다. 소희의 친구들은 이 지점부터 소희가 앙숙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짐작한다. 여주인공의 본능적인 이끌림은 동정심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정제되지 않는 모습에 본능적인 이끌림을 가진 적이 태반이다. 그간 경험해 온 본능이라 어쩌고 저쩌고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고, 그냥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딱히 차려입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포스를 폴폴 풍기는 환승 연애 출연자에게 나도 모르는 새  눈이 똥그래진것처럼. 특유의 바이브를 가진 박재범과 국밥을 먹기 위해 다시 잠을 청하는 것처럼. (회사 메신저에서 친친에게 재범이랑 밥 먹는 꿈 꿨다고 하니, 임재범 좋아했냐고 ㅋ)  


동시에 말쑥하고 깍쟁스러운 모든 것엔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몇 년 전 친한 지인의 부친상 방문이 기억난다. 지인의 회사 동료들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모두 동그란 안경테에 비슷한 헤어스타일에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본능의 힘인지 금세 답답함을 느꼈다.(세련남녀노소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그 자리에 같이 간 친구에게 이 회사가 선호하는 느낌이 확실하다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하면 다른 의견도 많다. 친구는 멀끔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도시인에게 끌리는데, 그 도시가 서울 말고 외곽 신도시 분위기면 좋겠다는 조금 더 디테일한 이유도 있었다. 이렇듯 다들 설명할 수 있는,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이유와 경험들로 본능의 이끌림이 있을 거다. 나는 말쑥 보다는 컨츄리함을, 정제된 것보다는 그렇지 않을 쪽을 선호한다. 내 주변엔 멀끔함 보다는 개성 있는 친구들이 많고, 내가 이끌려하는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소중한 자랑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

나도 모르는 새에 우연히 만나는 본능에  열광하고있다. 동시에 이끌림과 정반대인 것들엔 잠시 눈을 피해보며, 본능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사치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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