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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Jun 22. 2022

세리머니는 하모니로  

올해 4월 9일, 웨딩 세리머니를 가졌다. 보통 다들 결혼식을 하긴 하지만, 그 이전에 본래 식의 의미는 뭐일지, 식을 꼭 치러야 하는 건지, 할 거면 언제 어떻게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세리머니는 하모니로]

결론적으로 식은 하기로 했고 , 할 거면 콘셉트는 하모니 였음 좋겠다 싶었다. 이왕 식을 치를 거면 식의 의미부터 양가의 행사 참여도-하객 선정-행사 예복-홀 분위기 등이 조화를 이뤘으면 했고, 남들은 잘 몰라도 나는 잘 아는 디테일이 있으면 했다. 날짜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길 바라는 시기에 제일 가까운 4월로, 그 중 홀 예약이 가능한 빠른 날로 정했다. 운이 따른다면 이때 벚꽃이 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우리가 정의한 식의 의미는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부부가 됨을 다짐하고 기념하는 것이었고,  과정에 가족들과 찐친들의 행사 참여율을 높이고 싶었다. 양가 어머니의 화촉점화와 양가 아버지의 짧은 인사말로 식을 시작하고, 양가 조카들이 나란히 화동을 하고, 신랑 신부의 가까운 친구들이 축가-축사-축무를 함께하길 바랬고, 서로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계속되는 우선순위 토너먼트]

식장을 정하는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양가에 가까운 위치와 하객 동선, 주차, 식사 등을 우선시했다. 위치에 있어서 변수가 있다면, 회사 절친들의 거주지가 주로 서울이어서 식장 위치인 판교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초대 시 양해를 구하고 너무 먼 경우에는 편히 올 수 있는 방법들을 같이 찾아봤다.


나름 정의해  식의 의미와 코로나19 시절을 고려해 스몰 웨딩 방식을 택했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족-하객들의 눈높이가 같았으면 하고, 서로 바라보는 거리가 짧은걸 선호하기 때문에(절친의 결혼식을 먼발치 바라보던게 아쉬웠던 기억으로) 단상이 있는 버진로드 홀은 제외시켰다. 토너먼트 최종 후보지는 야외식과 소규모 채플홀로 좁혀졌다. 내가 선호하는 자연 자연 야외식은 오르막 내리막 길을 통과하거나 발렛파킹 등의 불편한 교통 이유로 후보지에서 탈락하고, 토너먼트 승리 컵은 집에서 가까운 소규모 채플홀에 안겨줬다.


별개로 스튜디오 촬영도 있었는데, 촬영여부에 대해

-모바일 청첩장용이라 하지 말자 vs 젊었을 때를 남기는 기념의 의미를 두자- 는 팽팽한 의견차가 있었고, 결국 후자 의견이 승리하여 촬영으로 이어졌다. 나는 선자의 의견으로 촬영은 일회용으로 모바일청첩장에만 쓰는거라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막상 할 땐 재밌었고, 안찍는다고 할땐 언제고 후에 촬영본을 액자로 출력하고 기념하는 작업에도 적극적이었다 ㅋ


[나만 아는 디테일]

행사를 준비하는 수많은 선택지 중, 취향이 많이 들어간 부분은 드레스와 부가적인 액세서리였다.

화려하고 치렁치렁한 옷은 본래 좋아하지 않는데, 드레스의 특성상 이 조건은 피해 가기 어려웠다. (옛날 옛적 귀족들은 실용도는 고려하지 않은 화려한 드레스를 어떻게 일상복으로 입고 다녔는지 궁금하다.)


무거운 드레스는 입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여러 브랜드를 열심히 서칭했다. 유니크하고 깔끔한 실크 드레스 브랜드를 찾았고, 실크 재질이 주는 고급스러움을 뽀인트에 두고 본식 드레스를 골랐다.


드레스가 민무늬에 재질로 승부하다 보니 주얼리와 신발, 베일, 부케 등의 부가적인 액세서리가 잔잔한 포인트가 되길 바랬다. 주얼리와 신발은 오직 진주, 베일은 2단, 부케 메인 꽃은 카라 재질에 좋아하는 연보라색의 작은 꽃들을 넣어 달라했다. (생각해보니 식 동안 부케와 드레스는 짝꿍처럼 붙어다녀서 꽃 한 번, 드레스 한 번 곁눈질하기에 편한 어울림을 원했다.)


식을 마치고 하객들에게 인사 할 때 입는 옷도 정해야 했는데 한복은 입고 싶지 않았다. 폐백을 하지 않아 한복을 입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의미충은 원피스를 입기로 했다. 본식 드레스와 결은 비슷하지만 다른 포인트가 있는 2부 원피스를 찾았고, (평소에는 입지 않을 스타일이라 구매할지도 고민을 했는데, 30분 입고 좋은 상태로 보관했다가 구매가로 다시 팔았다.) 이로서 계속되는 선택의 숙제를 마쳤다.


옷을 살 때 코디의 경우의 수가 많이 나오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한번 입고 마는 행사용 옷을 사는데 굉장한 고민과 번뇌가 필요했고 이런 점으로 결혼식만을 위한 옷과 악세서리를 고르는 게 힘들기도 했다. 특히 드레스는 구매하는 것보다 렌트가 더 비싼 웨딩 시장의 판도에 이런저런 결정이 더 어려웠다.


여하튼 이 모든 선택의 연속은 새로움이란 이유로 처음 하루는 재밌는데,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머리가 아파서 모든 게 결정됐을 땐 밀린 방학숙제를 끝낸 느낌이었다. (나중엔 세트메뉴가 있어서 쉽게 고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ㅋ) 그래도 행사 준비 과정에서 드레스와 따라오는 액세서리들은 취향대로 골라보고, 나만 아는 디테일 속에도 조화롭길 바래서인지 집중도와 재미는 제일 높았다.



[식을 마치고]

행사 준비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좋은 날에 의미를 두고, 그 특별함에 관심을 얼마나 실을지는 각자의 마음 순위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예신, 예랑이 서로의 우선순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보는 게 중요하겠다. 나 같은 경우는 식을 치르는데 서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힘을 실었던 건 만족스럽다(식에 가족, 친구들의 참여율을 높이거나 서로 예복을 고르는 기준 등) 동시에 내가 힘을 많이 준 것들은 나만 알고 하객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늘 가게 되는 행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나도 하객으로 가면 축하와 진심은 전하지만 식의 모든 면을 잘 기억할 순 없다) 그래서 서로 피해주지 않는 선이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게 짱이다 싶다.


다른 방법으로는 서로 뜻이 맞고 가족들과도 합의를 이뤘다면 식을 치르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케이스를 보았고 식을 치르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에너지를 본인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나누는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신 대한민국 정서상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본인들의 뜻을 잘 전하는 과정은 필요할 것 같다.해서 예신, 예랑들이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의미에 초점을 두고, 본인들이 중요하고 좋아하는 방식의 세리머니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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