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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Jun 09. 2022

여름을 알리는 알람


아카시아 꿀, 미숫가루, 매실차, 물회, 초당옥수수.


최근에 홀릭된 제철 푸드이자, 봄의 끝자락과 여름을 알려주는 알람이다. 나는 본래 제철음식에 관심이 없었다. 요리조리를 시작하며 제철 재료와 음식을 검색하는 과정에 서서히 홀릭되었다. 시간이 지나고,계절이 오고 가고를 느낄  있는  풍경, 개화, 날씨,옷차림 등등 말고도 음식이라는 엄청난 콘텐츠가 있었다.


아카시아 꿀은 도롱네 아버님의 양봉 취미 덕에 수제 꿀로 접하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 꿀을 몇 입 해보니, 시판용 꿀들은 가짜였다. (내 개인적인 입맛 데이터에 한해서) 보통 시판용 꿀은 벌에 설탕을 먹여서 꿀을 만들지만, 직접 양봉할 때는 벌에 설탕을 먹이지 않아 오리지널 꿀을 만들어낸다. 최근까지 한참 아카시아가 개화하고 그 주변으로 모여든 벌들이 열일열꿀했다. 아카시아 꿀은 달디 달고, 가을에 나는 밤꿀은 진득하고 깊은 맛이 있는데, 언젠가 밤꿀이 나왔다며 가져가라는 소식이 들리면 가을이 왔구나 싶겠다.


얼마 전 갑자기 더워진 날에는 얼음이 동동 떠있는 물회를 배달시키고, 집에서 끓인 소면을 넣어 새초롬한 맛의 기억을 저장해뒀다. 또 갑자기 미숫가루가 먹고 싶어서, 유튜브에서 미숫가루 황금 비율 타는 법을 검색하고, 빈 통에 우유 200ml, 미숫가루 두 스푼, 꿀 두 스푼 넣고 열심히 흔들어 재꼈다. 출근길, 전철 타러 가는 짧은 시간에 종이컵에 담긴 미숫가루를 원샷하면 기분이 좋다. 어느 날은 거실에 앉아서 차가운 컵에 미숫가루나 매실차를 담고 얼음을 동동 띄운다. 얼음이 컵에 닿아 짤랑짤랑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것도, 앞서 나열한 모든 음식들도 여름을 알려주는 알람이다. (중간TMI: 매실차에 잠시 홀릭되어 검색해보니, 매실은 매화나무의 열매란다. 6월 말에 채취한 매실이 영양이 제일 많아 7월 제철 음식으로 짱이라고)


또 어제는 배민 라이브 쇼핑에서 초당옥수수를 팔길래 유심히 보았다. 10cm와 15cm를 고민하며 옥수수 크기를 가늠해보고, 10개를 살까 15개를 살까 고민하다 구매하진 않았다 ㅋ 옥수수를 내 돈 내산 해서 먹는 건 처음이고, 많이 샀다가 집에 쟁여두는 건 바라지 않아서다. 다음 날 회사 동료들과 점심 먹는 자리에서 초당 옥수수 얘기를 꺼냈더니, 초당이 엄청 달다(Super Sweet)라는 의미와 제주도산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초당 순부두 네이밍에 익숙해져서, 초당 옥수수는 당연히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에서 나고 자란 옥수수라 생각했다. 덤으로 초당 옥수수는 찌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는 평을 듣고 오늘 구매할 생각이다 ㅋ  방금 핸드폰에 온 문자를 확인해보니, 지난주에 배송시킨 산딸기가 오늘 집으로 도착한단다. 핸드폰도 내 여름을 같이 알려주고 있다. 오늘 힐링은 설탕을 착착 뿌린 산딸기와 매실차 한 컵이다.


글을 쓰다 보니 리틀 포레스트 영화가 이런 주제를 다루지 않았나, 문득 생각이 난다. 비가 세차게 내리꽂는 장마 날에 집이나 캠핑장에 가서 , 잔잔한 일본판과 태리 킴이 나오는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를 몰아봐야겠다.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보는 날이 되면 여름이 지나가고 있겠다.

*(마지막TMI) 산딸기는 5~6월에 개화하고, 7~8월에 식용이 가능하다. 조금 더 늦게 살껄 그랬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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