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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Oct 26. 2022

일반화 오류의 눈코입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요청해 주신 내용 관련하여 여러 사람의 해석이 다를 수 있기에,

한 사람의 의견만 가지고 개선방안을 요청하시는 건 일반화의 오류가 있어 보입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회신받은 내용이다. 회사에선 퀵, 스피드, 효율이란 단어를 사랑하는데, 빨리빨리 처리하라는 의미다. 나 또한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과제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 사업팀 의견 받는 일에 급급했다. 그 이전에 요청사항 자체가 일반화의 오류가 아닌지 검토해봤어야 하는데 아차차 싶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란 "몇 가지의 사례나 경험으로 전체 또는 전체의 속성을 단정 짓고 판단하는 데서 발생하는 오류"를 말한다. 평소에 가장 멀리하고 싶어 하는 주제 중 하나인데, 스피드에 취해 앞장서서 행동하고 있었고, 아뿔싸 하는 마음과 동시에 최근 겪은 일이 떠올랐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핸드폰 배경화면에 결혼 관련된 사진을 업로드하지 않고,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  가족  사이가 좋지 않거나 지금 생활이 불만족스럽냐는 질문을 받았다. 처음엔 대꾸해야 되나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으로, 그다음엔 이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  생각을 전했다.  의미 없이 했던  표현방식들이 불화로 일반화되는 에피소드를 종종 마주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나 SNS는 뭐하고 노는지 라이프 스타일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게 주 목적이라, 짝꿍과 캠핑하는 사진을 올릴지언정 결혼사진을 프사급의 메인으로 올리고 싶다는 본능적인 생각은 안 해봤다. 결혼도 내 라이프 스타일에 일부긴 하지만, 친친들에게만 공개하는 SNS 외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는 메신저나 매일 들여다보는 핸드폰 배경 대문에 결혼사진을 올리고 만족할 내 모습을 상상하니 성격상 조금 낯부끄럽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표하는 건 하고 싶어서 하나보다-생각한다.


반지를 끼고 다니지 않는 건 별다른 생각 없이 불편함이 첫번째 이유고, 관련된 행사가 있을 때 끼는 목적 정도로 생각했다. 좀 끼고 다녀볼까 하고 데일리 버전으로 고르긴 했지만 그 마저도 서랍행이다. 결혼반지는 비싸고 좋은 걸 해야 된다는 참 교육엔, 웨딩링의 의미가 일상에서 매일 지니고 다니는 약속이 맞다면 화려한 고가의 주얼리가 내 생활습관상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고, 대신 자랑의 상징이라면 비싸고 좋은 걸 하라는 말에 수긍한다.


뭐 이렇게 설명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게 제일 좋겠다. 예전이라면 부정적으로 반문하기 바빴겠지만, 지금은 사람마다 생각과 인생의 우선순위가 다르니 필요한 만큼 설명하면 된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대신 스스로 해석한 남의 이야기를 통해 본인의 우월감을 보이고 그로써 위안을 받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땐 딱히 답변하지 않고 듣고만 있거나 딴 생각할 때도 있다. 내 이야기가 궁금하기 보단 본인의 존재감을 만들고 싶은 숨은 의미가 대부분이었던 경험 덕분이다.


무튼 일반화 오류의 눈코입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올 때가 많기 때문에, 여기에 신경 쓰기보다 스스로 오류의 물결에 나서거나 쓸려가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정신을 단디 차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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