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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Jul 07. 2024

성능 좋은 노트북을 알바에게 줘야 하나?

알바 몸값 vs 노트북 몸값


정부 지원사업 선정의 기쁨도 잠시,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직업체험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또래끼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는 매력적이었지만, 이를 수용할 자원과 공간이 충분한지가 고민이었다.


핵심 멤버들에게 상황의 경중을 알려야 했다. 


"여러분, 우리에게 오는 친구들은 일하러 오는 거예요. 학원이 아니라 직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물론 여러분의 나이와 상황을 고려해 학원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경영 주체잖아요? 그들과 언행을 달리해야 합니다."


안개가 바닥에서 올라오듯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도 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무거워진다. 세대차이가 꾀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사회초년생들이라 사회경험과 눈치가 전무한 것도 한몫한 듯싶다. 암튼 이것 때문에 소통에 매번 문제가 생기곤 하는데, 여기서는 이러한 내용은 생략하고 설명을 이어나가겠다. 내가 이어서 타이르듯 말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취업연계생도 알바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들의 현재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봅시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그들이 즉시 실현시킬 수 있을까요? 동시에 우리 또한 그들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팀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야 하고, 4개월마다 갱신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시간 투자의 기회비용을 생각해 보세요. 그 시간에 여러분은 다른 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요."


우리는 필요한 인원과 장비에 대해 논의했다. 5~6명의 인원과 그에 맞는 PC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투자는 필요하겠지만, 실패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합니다, " 내가 말했다. "교육 기간 동안 여러분의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할 건가요? 중도 포기자가 생기면 투자한 비용은 어떻게 할까요?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지 말고, 아무것도 없다고 가정해 보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정적이 흘렀다. 생각이 많아진 모습들이라 내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별것 아닌, 사항이 속사포처럼 쏟아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냥 노트북구매 후, 시간투자해서 이들을 잘 성장시키면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찬 생각은 비즈니스세상에선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 나는 이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 끝으로 나는 마지막 코멘트를 날렸다.



"이건 팁인데, 사람을 뽑을 때 한 명만 뽑으면 리스크가 큽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저도 이력서를 100군데 넘게 넣어보고, 면접도 봤습니다. 직원 관점에서 사고를 해야 했죠. 생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우선 리더는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결국 확률 싸움인데, 예를 들어 취준생이 100군데 이력서를 넣으면, 약 10곳에서 면접 제안이 들어오고 10곳 중에 2~3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칩시다. 수학적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없으나, 이해를 돕기 위해 대략 비율로 설정했어요. 자, 우선 가장 먼저 합격 통보를 받은 곳으로 일단 출근하겠죠. 분위기 및 조건을 몸으로 경험해 봐야 하니까요. 그 무렵 다른 곳에서 합격 통보가 오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한마디로 고스톱이랑 비슷합니다. 원고 할 거냐, 스톱할 거냐? 영리한 친구는 일단 직장을 구했다고 말하지 않아요. 그리고 일주일 뒤에 2차 합격 통보를 받은 회사에 출근하겠다고 공수표를 던지죠. 쉽게 말해, 달력 스캐쥴을 7~10일 단위로 출근일자를 잡는 식입니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각각의 회사들은 그때 정식출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죠.


이런 계산을 하는 친구들이 한두 명일까요? 생각보다 많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이런 철저한 계산을 하는 것 또한 한편으론 이해가 됩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입장을 바꿔서, 이들의 계산법을 우리가 알았으니 어떻게 직원을 뽑아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한 명만 뽑았을 시, 운 나쁘면 어느 날 사라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인수인계에 시간 투자는 투자대로 하면서, 일은 일대로 못했던 것을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아닌가요? 그래서 회사는 최소 두 명 이상을 합격 처리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임의 기간을 설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초기 방어 전략 중 하나입니다. 또한 한 명보다 입사동기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일하면 정서적 안정 측면에서도 좀 더 좋은 면이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외형적으로 봤을 때 분위기가 나름 살아나고요. 혹자는 이런 말을 할 겁니다. 아니, 한 명 줄 돈도 빠듯한데, 어떻게 두 명 이상을 구인하라는 건지...라고 말입니다.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예요. 꼭 눈에 보이는 금액만이 다일까요? 시간 투자와 그간 일을 못 한 비용은 계산하지 않죠. 한 명에게 교육하는 것보다 두 명에게 동시에 설명하는 게 더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학원 강사도 소수보다 단체 수업이 유리하지 않습니까? 이것도 비슷합니다. 게다가 두 명 중 한 명이 중도에 나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최악의 상황에서는 두 명 다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죠. 또한 스타트업 초기에는 멤버가 없기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 사원과 CEO 둘이 얼굴 맞대고 일하는 경우도 있죠. 제삼자가 봤을 때, 그곳에서 일할 분위기가 날까요? 직원관점에서 보면, '아니올시다'입니다.


만약 두 명 다 계속 남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럼 오히려 잘된 거죠. 급여 지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력이 빠져나가지 않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은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 미션입니다. 사업은 결국 사람 싸움이니까요. 만약 두 명이 퇴사하지 않고 열심히 배우며 성장하려는 직원들이라면, 이제는 CEO가 더 열심히 뛰어서 조직을 성장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마저 부담스러워 한다면, 죄송한 말이지만 접어야죠."






모든 것에는 이라는 태그가 붙어 있다. 사무실 책상, 노트북, PC 할 것 없이 다 그렇다. 우리가 이런 사물의 진짜 주인이 되려면, 그걸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운전면허 딴 사람한테 중고차부터 몰아보라고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사물의 노예인 줄도 모르고 산다. 자기 그릇보다 큰 걸 바라고, 감당도 못 할 걸 원한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대부분 자기를 알려고는 안 한다. 예를 들어, 워드랑 인터넷만 할 줄 아는 사람한테 영상 편집용 고성능 PC를 준다고 생각해 보자. 누가 더 아까울까? 당연히 PC가 아깝다.


이런 얘기를 당사자가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선 이런 것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런 충격적인 말을 한 번쯤은 들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을 메타인지라고 하는데, 이걸 통해 우리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어떻게 발전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내 값어치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사무실 자리에 앉아 있다면, 그만한 몸값이 되는지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보자. 그리고나서 떳떳이 회사에 내 몸값을 요구하자. 그럼에도 몸값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그건 회사의 그릇이 직원보다 작다는 방증이다. 이땐 뒤돌아보지 말고 36계가 맞다.


자리의 값, 사물의 값, 그리고 자격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보자.


 

PS) 협의 끝에, 직업 체험 학생 4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개인 노트북을 소유한 친구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1~2대의 중고 노트북만 저렴하게 구매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이후, 예상대로 2명이 중도에 나갔다는 풍문이다.(직업체험 학생은 5~6명당 1명만 살아남는다. 그렇기에 회사 또한 점점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반면 학생은 경험을 배우기 위해 들어가려 하지만 알바와 다름없음을 경험하고 실망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이다. 현실이 그러하니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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