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코칭을 적용하니 생각거리가 더 많아졌다. 게다가 이들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일까지 가중되었다. 이는 마치 소설작가가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을 유지하며 중심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는 것과 비슷하다. 나의 뇌 가동률이 50%에서 300%까지 올라간 기분이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고, 눈 깜짝할 사이 정부 지원사업 마감 기일이 다가왔다. '강석'의 사업계획서는 마감기일에 어렴풋이 완성된 상태로 제출되었다. 그나마 '스캐닝 작성법'으로 작성했기에 내용을 다 채운 상태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안 그럼 절반도 못 채우고 제출했을지도 모른다.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주워졌다. 나는 '강석'에게 제출한 계획서는 잊고 그다음 업무를 수행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강석'은 사무실을 배회하며, 불편한 듯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금 일 안 하고 뭐 해요? 배 아파요?"
"저... 떨어졌을까요? 밤새며 썼는데 떨어지면 허무하겠죠?"
"??"
"집중도 안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요. 오늘은 잠시 쉴래요."
많은 팀들이 프로젝트 제출 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발표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을 부여잡은 채 말이다. 하지만 제출한 순간부터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된다. 시간은 항상 앞으로 흐른다. 시계의 바늘이 결코 뒤로 돌아가지 않듯, 과거에 미련을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이 1시라면, 우리는 다가올 2시, 5시를 예상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적용된다. 예컨대, 12월은 연말 정산으로 인해 실질적인 업무가 어려운 시기다. 그래서 많은 기업 대표들은 이미 그전에 연간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한다. 심지어 10월부터 새해 계획을 세우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처음 겪는 경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상기하고 행동으로 습관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본질적으로 안정을 추구한다. 이미 경험한 느낌, 기억, 감정을 떠올려 과거에 머무르려는 기질이 있다. 즉, 뇌는 현재와 과거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간다. 이는 서로 대립되고 상충되는 기질의 충돌이다.
이러한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명상과 비인지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한다. 그들은 오로지 수익과 심사 결과에만 집중한다. 다른 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나 역시 이런 프레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여전히 통제가 어려울 때가 많다.
돈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내면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며, 서서히 마약처럼 우리를 변화시킨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것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이것은 참으로 무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지나간 과거에 미련 두지 말고 미래에 집중하자!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시기와 시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또한 상황과 여건이라는 것이 변숫값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 과거와 현재, 미래는 동시간 공존한다. 스타트업의 초기단계는 미래를 향해 강하게 달려가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 보다는 미래의 무게를 강하게 두고 달려가야 한다. 그러다 안정기에 접어드는 시점(판단)이 오면, 미래를 향해 달려갔던 과거의 파편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그럴 땐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보다는 잠시 쉼표를 찍고 현재와 과거를 반추하며 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하다.
쉼은 중요하다
예컨대, 주식 시장의 상승 그래프를 떠올려보자. 모멘텀이 형성되면 빨간색의 장대 양봉과 거래량이라는 힘이 주가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는 지속적이지 않다. 조정이라는 구간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내려온다. 그러나 이 쉼표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를 응축하는 시간이다. 이 응축된 에너지는 다시 한번 강한 상승 곡선을 그리게 한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상승 흐름이 유지된다. 우리는 이를 대세상승 패턴이라고 부른다.
이는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때로는 쉼이 필요하고, 때로는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쉼과 실행의 균형을 잡는 것, 그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비결이다. (참고로 쉼과 실행에 관한 정립을 하고자 한다면 아래의 포스팅을 통해 균형점을 찾자!)
창업을 준비하는 독자라면 시기와 시점, 상황과 여건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반드시 길러야 한다. 이는 큰 매출을 얻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돈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바라보며 긍정적인 상상을 하되, 독사에게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내성이 없는 초창기에는 더욱 그렇다. 이 시기에는 내성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하며, 돈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렇다고 돈을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기업은 결국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니 말이다.
돈에만 집중하다 보면 더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이는 마치 달콤한 열매에 취해 잠들다 독사에 물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달콤한 열매를 전혀 먹지 않으면 배고파 죽을 수도 있다. 이 역설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균형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진정한 과제는 독사의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곧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돈은 이 과정의 결과물일 뿐이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성공의 비결이다.
정리하면, 더 큰 매출을 위해서는 조직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내적 역량, 즉 변화에 대한 적응력, 위기 대처 능력, 그리고 장기적 비전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해야 할 것은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더 강해지고, 현명해지며, 결국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그러니 초기 스타트업은 당장의 수익에 현혹되지 말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큰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다. (큰 그릇을 키워야 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조직마다 그릇의 최대치는 엄연히 존재한다. 조직의 역량을 파악하여 단계를 설정하는 사항은 한층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하니, 여기서는 개괄범주에서 갈음하고자 한다.)
결과 발표일이 다가왔다.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진다고 난리다. 다른 팀들의 표정은 무덤덤한 듯 보여, 내가 쿡쿡 찔러봤다. 그제야 고개를 숙인 채, 자기들도 긴장된단다. 말로는 "떨어져도 괜찮다.", "이미 내려놨다."라고 하지만 속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잠시뒤, "하... 저... 서류 합격했어요!" '강석'이 뛸 듯이 기뻐했다.
"오~ 축하합니다! 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지만, 서류 합격은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고요.
결국, PT에서 당락이 좌우될 거예요. 지금 당장 PT준비하러 가시죠!"
그 순간, 귀에 걸린 '강석'의 입꼬리가, 빠르게 내려갔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