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은 '예비창업패키지'라는 정부 지원사업에 1차 서류 합격했다. 그 기쁨도 잠시, 약 7일 후면 프레젠테이션(이하 'PT') 심사다. 우리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PT를 병행하며 기획했기에 좀 더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PT는 처음이라 걱정과 근심의 얼굴은 숨길 수 없었으리라.
내가 몇 가지 팁과 정보를 알려줬다.
"솔직히 말해 나는 PT 전문가는 아닙니다. 나 또한 아나운서 및 피칭멘토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케이스라 감히 멘토링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에요. 그럼에도 '강석'님이 예비 창업가이기 때문에 설명하는 것인 만큼 참고만 해주세요."
'강석' 또한 그 의도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내가 계속 설명했다.
"정부 지원사업은 단계별로 평가기준 및 관점이 달라요. 예비 창업은 프로토타입(시제품)의 구현 가능성과 차별성 그리고 수행 과정을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1~3년의 초기창업은 시장성과 수익성, 경쟁력을 통계로 보여주면서 팀의 성장성에 포커싱을 두고 평가하죠. 즉, 예비 때는 과거와 현재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고, 초기 창업, 도약창업으로 단계별로 올라갈수록 현재와 미래의 가치성에 무게를 둔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해요."
나는 이어서 적절한 비유로 주식 투자를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적절한 비유를 해볼까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해 보셨나요? 아니면 코인이라던지... '강석'님이 주식 A종목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신은 뭘 보고 투자하나요? 그렇습니다. 현재 재무현황을 보며 안정적인지 혹은 수익성이 있는 종목인지부터 따지죠? 그렇지만 매수버튼은 딱히 눌러지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바로 미래 전망성에 따라 매수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죠. 즉, 미래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었을 때, 과감히 매수버튼을 누른다는 뜻입니다. 스타트업도 이와 똑같습니다. 단지 입장만 바뀌었을 뿐이죠."
참고로 2023년부터 경쟁력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2024년부터는 한 단계 레벨 업되었다. 즉, 평가 기준 또한 엄격하고 높아졌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어쨌거나 이러한 기준을 놓고 다시 생각해 보면, 사업계획서 및 PT를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작성해야 하는지 와 발표의 비중을 설정할 수 있어요. 매우 중요한 팁을 알려드렸으니 참고 바래요."
"아... 항상 말하지만... 이것은 비단, 스타트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
이러한 팁을 바탕으로 '강석'은 PT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많은 창업팀들이 평가기준을 몰라 두루뭉술하거나 추상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요한 것은 평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 지원사업은 말 그대로 지원사업일 뿐이니, 팀의 정체성과 사업성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한마디로 균형이 중요하다.)
단계별 평가기준을 알게 되면 우리가 어디에 포커싱을 둬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여기서 참고할 사항은 PT를 준비할 때,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팀 개성에 맞는 자유로운 프레젠테이션 전개 방법이다. 예를 들어, A팀은 15분 PT를 위해 "인트로 > 문제점 > 아이템 개요 > 아이템 설명 > 사업 프로세스 > 비전 > 추진계획 > 재무계획 > 팀소개 > 수상내역 > Q&A"의 구성을 설정할 수 있다. B팀은 "팀소개 > 동기 > 문제점 > 활동사항 > 틈새발굴 > 아이템 > 검증 > 차별점 > 추진계획 > 확장성"의 구성을 설정할 수 있다. 이는 팀의 개성과 특징을 살리는 스토리텔링 전략이다.
두 번째는 심사자의 평가 항목 순서에 따른 프레젠테이션 전개 방법이다. 이 방식은 심사위원 입장에서 좀 더 평가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심사위원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발표 심사 날 심사위원의 책상에는 시간대별 발표자의 사업 계획서가 올려져 있다. 이때 심사위원들은 사업 계획서를 확인했을까? 일반적으로는 당연히 사업 계획서를 확인 후 발표 심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심사위원들도 테이블에 앉자마자 사업 계획서를 처음 받아보며 확인한다. 물론 사전에 검토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즉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PT를 여러 번 했던 창업자들은 알 것이다. 발표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나(발표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 숙이며 서류만 보는 모습을. 간혹 심사위원 중 한 사람만 뻔히 아이컨택하며 방긋 웃거나 그윽한 눈빛으로 나(발표자)를 쳐다보는 상황 말이다. (이 말에 손뼉 치며 공감하는 독자라면 PT를 여러 번 하던 분일 테니, 이 포스팅 내용은 스킵해도 좋다.)
그렇다. 심사위원도 사업계획서를 확인하면서, 질문을 찾기 위해 열심히 현장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이 대목에서 서류 평가위원과 발표 평가위원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발표자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나는 귀가 막혀 그런지... 안 들린다.) 그렇기에 발표가 끝나고 반복 질문을 하는 심사위원도 있다. 발표자는 속으로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아까 열심히 강조하고 말했는데...'라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자가 평가순으로 발표를 해준다면? 그렇다. 정확히 소리(발표)와 텍스트(사업계획서)가 오버랩되면서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까? 이게 핵심이다. 이러한 팁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매우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발표에서 거의 당락이 좌우되는데 지원금은 무려 4,000-7,000만 원(최대 1억)이다.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있을 듯하다. "평가 항목을 모르는데 어떡하냐?"라고 말이다. 그런데 정부 지원사업은 흥미롭게도 공고내용에 적혀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이 항목을 무심코 넘어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강석'은 PT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결국 심사에 통과할 수 있었다. 지원금 결과는 메일이나 해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강석'은 약 5,7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강석'은 환호성을 질렀다. 어떤 이에겐 큰돈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겐 금세 사라질 수 있는 금액이지만, '강석'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액수였다. 이 성공 경험은 이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크게 높여주었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선정'과 '합격'이라는 단어는 사람에게 강한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이제 시작이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