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한국지사 담당자와의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다. 나를 잠시 내려놓고, 함께하는 동료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이자 핵심이라 말한다. <THE GO-GIVER(기버)>의 저자 '밥 버그'와 '존 데이비드 만' 또한, 나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사람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테이커(TAKER), 또 하나는 매처(MATCHER), 마지막으로 기버(GIVER)이다. 테이커는 받으려는 사람, 매처는 주고받으려는 사람, 기버는 주는 사람이다. 이 중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기버를 가장 높은 가치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이것을 이해하려면 하나의 실제 사례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가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이러한 사례는 금세 발견될지도 모른다. 바로 공익캠페인에서 찾을 수 있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 되고, 적정 규모를 넘어서면 유명인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는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오고, 결국 캠페인의 규모는 삽시간에 커진다. 캠페인이 끝나고 거둬들인 큰 수익은 기부로 소멸되어 행사는 마무리된다.
여기서, 혹자는 남는 게 없는데 비영리 캠페인을 왜 하냐고 물을 수 있다.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다. 사기꾼 주변엔 사기꾼이 득실대고, 선한 사람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뜻이다. 즉, 좋은 취지에 참여한 사람은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이들과 교류하게 된다. 이러한 영향력은 궁극적으로 강력한 에너지가 되어 주변에 미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쉽게 말해, 하나의 브랜드 파워가 생기는 것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게다가 유명인이 참여한 가치는 더욱 높지 않을까. 비영리의 힘은 그 본질을 이해하면 그 가치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광고와 홍보의 관계에서 홍보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마케팅 컨설팅을 해보면, 클라이언트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보다 광고를 통한 즉각적인 매출 전환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여기서 미래보다 현재의 중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진다. 즉,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비영리 활동이 상업관점에서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사유로 인해, 우리의 사고와 관념은 자연스레 미래보다 현재에 가치를 두게 된다. 이는 기버보다 테이커에 가치를 두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과 같다. 현재와 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은 테이커 혹은 매처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유사하다. 반면, 이를 아우르는 전체를 보는 시야의 프레임은 기버이다. 기버는 미래의 관점에서 테이커와 매처를 포용한다. 결국,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기버를 지향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책을 보며 느낀 결론은 이러했다.
나는 이 지점에서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면 참여자의 선한 의도가 반영되어 기버와의 네트워킹이 형성되고 무형의 자산을 얻게 되지만, 눈에 보이는 금전적 이익은 포기해야 한다. 반면, 영리를 목적으로 행사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유명인 한 명을 섭외하는 데 매우 큰 비용이 발생한다. 비영리 캠페인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때 테이커와 매처와의 네트워킹이 형성되며 모든 것은 영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비용은 끊임없이 지출되며, 그 결과는 순익 아니면 손해,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
남의 성공을 위해 나를 포기한다는 말은 결국, 피라미드 위의 피라미드를 타깃으로 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통상 우리는 하나의 피라미드 꼭짓점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세상은 피라미드 위에 또 하나의 피라미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즉, 기버는 상단의 피라미드를 목표로 하는 것이며, 테이커와 매처는 하단 피라미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가령, 100m 높이의 작은 산을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자. 그럴 때 우리는 100m 작은 산을 오르기 위한 방법과 도구 등을 떠올릴 것이다. 가벼운 운동화와 복장, 산의 위치와 이정표 정도만 가볍게 숙지한 후 산책한다는 심정으로 오른다.
반면, 1,950m의 한라산을 목표로 등산한다고 가정해 보자. 작은 산을 오를 때보다 준비 항목도 훨씬 많아지고, 고려해야 할 사항과 문제 발생 시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가벼운 운동화가 아닌 등산화와 적절한 복장을 착용해야 하며, 평소 근력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 이때, 한라산을 목표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과정 중 작은 산을 오르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깃털처럼 매우 가벼울 뿐 아니라 시야가 넓어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산을 목표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라산에 오르면 어떻게 될까? 맞다. 매우 힘들다. 더욱이 시야가 좁아져 나의 발만 보인다. 이것은 하단 피라미드와 상단 피라미드로 비유할 수 있다.
결국, '남을 성공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은 한라산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돌려 해석하면, 당신은 이미 작은 산에 오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하는 '남을 성공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란 이런 말이다.
당신 혼자서는 성공할 능력은 이미 갖추었으니, 이제 상대방을 성공시킬 수 있는 더 큰 역량을 원합니다.
상단의 피라미드를 타깃으로 한다는 것은 더 큰 성공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포용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더 넓은 시야로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는 인재를 추구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즉, 개인의 성공을 넘어 팀과 조직, 나아가 사회 전체의 성공을 도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기버를 추종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을 성공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란 과연 무엇일까? 또한 그 능력이 궁극적으로 나의 목적을 달성시켜 준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나는 모든 사물은 치우침 없이 균형을 이룬다는 자연의 이치를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이러한 나의 사상과 관념을 대입해 본다면, 기버만 추종해서도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를 들어, 꿀벌 생태계를 살펴보자. 놀랍게도 꿀벌 집단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유휴 꿀벌이 있다고 한다. 무려 20%를 차지하는데, 얼핏 보면 이 꿀벌들은 쓸모없어 보인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유휴 꿀벌들을 없애면 전체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겉으로 보기에 '놀고 있는' 그 위치조차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테이커와 매처 또한 전체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 결국, 기버, 테이커, 매처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공존할 때, 전체적인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단지 기버만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과도한 이타심으로 인해 오히려 균형이 깨질 수 있으며, 반대로 테이커만 존재하는 사회는 이기주의가 팽배해져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시 기초 수학을 소환해 봐야 할 듯하다. 우리가 주고받는 총합을 10이라 가정하자. 가령, 내가 1개를 상대에게 주면, 나는 9개가 남고 상대는 1개를 얻는다. 내가 3개를 주면, 나는 7개가 남는 식이다. 이를 곱셈 방정식에 대입해 보자. '9 x 1 = 9'는 내가 1개를 상대에게 줬을 때, 나에게는 9가 남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7 x 3 = 21'은 내가 3개를 상대에게 줬을 때, 나에게는 21이 남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가장 높은 수는 무엇이고 가장 낮은 수는 무엇일까? 초등학생도 맞힐 수 있다. '5 x 5 = 25'가 나에게 가장 많이 남게 되고, '10 x 0 = 0'이 나에게 0을 가져다준다.
이 간단한 수학 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완전한 기버(10 x 0)도, 완전한 테이커(0 x 10)도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주고받음의 균형(5 x 5)이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에서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완전한 기버) 다른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완전한 테이커), 결과물의 질은 물론 팀 전체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모든 팀원이 균형 있게 기여하고 배우는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와 개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지점을 심도 있게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문득 계산식은 맞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흔히 '받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수학적 모델은 균형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두 가지 식을 통해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상대에게 전혀 주지 않는 것도, 너무 많이 주는 것도 결국 총량을 줄인다는 사실이다. 가장 이상적인 식은 5x5, 즉 균형이다. 이는 세상의 이치와도 맞닿아 있다. 결국 모두의 총량이 가장 높아지기 위해서는 50:50의 비율로 나누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의 길임을 알 수 있다.
<THE GO GIVER(기버)>의 저자 '밥 버그'와 '존 데이비드 만' 또한 이 점을 강조한다. 그들은 주는 것만큼이나 받을 때 기쁜 마음으로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균형 잡힌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언급한 '남을 성공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이러한 균형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기버가 중심이 되되, 테이커와 매처도 그 역할을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하며, 이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곧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성향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이를 통해 조직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여기서 '성공'의 개념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써 조직 전체가 성장하고 번영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공은 결코 혼자 힘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협력과 지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남을 성공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은 곧 조직 전체를 성공으로 이끄는 역량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기버가 되라는 말은 단순히 '주기만 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주고받는 균형 속에서 나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의 성공을 도모하라는 뜻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조직 전체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하는 이러한 조직 문화는 결국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그들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력 속에서 더 큰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버, 테이커, 매처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들의 역할이 조직 전체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을 성공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란 단순히 주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곧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추고, 팀과 조직, 나아가 사회 전체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균형과 조화 속에서,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