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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Aug 13. 2024

1,000만 원 vs 월 15만 원: 사업가의 선택은?

목돈과 고정수입, 무엇이 더 유리한가?


지금 당장 1,000만 원을 받으실래요?
5년간 매월 15만 원(900만 원)을 받으실래요?



사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형태의 매출이 발생한다. 영업으로 목돈이 들어오기도 하고, 쇼핑몰에서 불규칙한 매출이 생기기도 하며, 은행 이자나 임대료로 고정 수익을 얻기도 한다. 만약 거래처에서 "지금 당장 1,000만 원을 가져가겠습니까, 아니면 5년간 매월 15만 원을 받겠습니까?"라고 물어본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는 이런 상황에 놓이면 자동으로 머릿속 계산기를 소환한다. 5년이면 60개월, 매월 15만 원씩 받으니 60을 곱하면 900만 원이다. 그렇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장 1,000만 원을 받는 게 셈법상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건 초등학생도 금세 알 수 있는 내용이다. 100만 원을 더 가질 수 있는데 누가 100만 원을 손해 보며 선택할까.


옛 사자성어에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중국 송나라의 저공이 원숭이 무리를 키우다 음식이 부족해지자 꾀를 냈다. 아침에 도토리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양이 적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저공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말을 바꾸니 원숭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는 이야기다. 이를 보면 미래보다 현재의 중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조삼모사'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활용된다. 대형 매장의 1+1 상품(과자 등)을 보자. 단품과 가격 차이는 고작 200~300원 정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단품의 무게가 1+1의 총량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고객은 스스로 합리적 판단을 했다고 믿으며 1+1 상품을 구매한다. 나 역시 이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알면서도 당한다. 결국, 뉴런마케팅에 두 손 두 발 다 든 셈이다.


이렇듯, 사람의 눈앞에 놓인 사물의 규모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규모를 압도한다. 쉽게 말해, 무형보다 유형이 우선이며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을 더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조삼모사'는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1,000만 원을 수령하는 것과 5년간 분할로 받는 총액 900만 원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혹자는 10~20만 원이라면 모를까, 100만 원 차이는 다른 기준에서 생각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이 둘의 상황과 관점은 분명 다르다. 또한 다르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둘의 가치를 비교한다면 어디에 손을 들어줘야 할까?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대규모 집회의 현장을 살펴보자. 해마다 수만, 수십만 명이 한데 모여 집회 시위를 한다. 그 앞을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렇다. 방패를 들고 서있는 경찰(전경)이다. 집회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10만 명, 하지만 경찰은 2만 명도 되지 않는다. TV로 실시간 중계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노심초사다. 뚫리기라도 하면 피해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위 군중의 뇌관이 터지면서 분노가 삽시간에 타오르고, 그 분노는 경찰을 향한다. 이윽고 충돌이 발생하며, 경찰이 있는 곳으로 군중이 밀려든다. 마치 체육대회 줄다리기처럼, 힘과 힘이 맞붙어 대치 상태가 이어진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군중은 그 벽을 뚫지 못한다. 10:2의 비율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10만 군중을 통제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체계적이고 규칙적시스템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찰은 하나의 체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한 곳에 공백이 생기면 대기하던 다른 경찰이 즉시 메운다. 마치 바다의 100만 마리 치어 떼처럼 질서 정연한 모습이다. 반면, 군중은 시스템 없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비유하자면, 감정으로 뭉친 집단과 논리적 체계의 싸움인 셈이다.



우리 뇌 구조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논리와 체계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감정 영역인 편도체를 감싸 안아 통제한다. 물론 가끔 통제되지 않고 분출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편도체는 전두엽이라는 집 안에서 세 들어 산다.



나는 왜 이런 예시를 길게 들었을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쯤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규칙적인 체계 시스템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다. 고대 전쟁에서도 철옹성을 함락하려면 4배 이상의 군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성안은 체계가 잡혀 있고 에너지가 밀집되어 있다. 반면 성을 공격하는 군대는 산발적으로 퍼져 있어 에너지가 분산된다. 그래서 4배의 군대가 있어야 성을 함락할 확률이 높아진다.(무조건  4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수학공식은 없다.)


자, 이제 규칙적인 월 15만 원과 일시불 1,000만 원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월 15만 원은 마치 매월 받는 월급과 같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반면 1,000만 원 일시불은 복권 당첨금과 비슷하다. 한 번에 큰돈을 받지만, 그 뒤엔 없다.


여기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매월 15만 원을 받으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안정적인 생활 계획: 고정 수입으로 예산 짜기가 쉽다.

스트레스 감소: 수입이 언제 들어올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장기 투자 기회: 매달 일부를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긴급 상황 대비: 갑작스러운 지출에 대비할 시간이 있다.


이런 이점들의 금전적 가치를 월 30만 원으로 본다면, 5년간 총 1,800만 원의 추가 가치가 생긴다. 900만 원(실제 수령액) + 1,800만 원(무형의 가치) = 2,700만 원. 이렇게 보면 월 15만 원 옵션이 일시불 1,000만 원보다 훨씬 가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회전율'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개념을 잘 알 것이다. 회전율이란 투자한 돈이 얼마나 빨리, 자주 회수되는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받아 즉시 사업에 투자하고 한 달 만에 1,100만 원의 수익을 낸다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돈을 빠르게 굴릴 수 있다면, 일시불 1,000만 원의 가치는 크게 높아진다.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당신에게 갑자기 1,000만 원의 부채를 갚아야 할 일이 생겼다. 이때 월 15만 원씩 받는 것보다 일시불 1,000만 원이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결국, 어떤 선택이 더 좋은지는 각자의 상황과 활용 능력에 달렸다.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한 사람에겐 월 15만 원이, 당장 목돈이 필요하거나 높은 회전율로 돈을 굴릴 수 있는 사람에겐 1,000만 원 일시불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숫자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자금의 회전율, 개인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안목이 있어야 진정으로 현명한 재정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큰 사업가들이 이런 판단을 순간적으로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복합적인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우리는 사업이든 개인 생활이든 이러한 선택의 갈림길에 자주 서게 된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막연한 미래 가치만 좇아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균형적 사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재정적 결정을 내릴 때는 잠시 멈춰 서서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보자. 당장의 이익, 장기적 안정성, 기회비용, 그리고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숨은 가치들까지. 이 모든 요소를 저울질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은 독자는 예전보다 1분 정도 더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그 1분의 차이가 여러분의 미래를 크게 바꿀지 모른다. 스타트업은 템포가 빨라 기동성이 높다. 그러나 빠른 결정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천천히,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때가 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의사결정 과정에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1초의 선택이 1분의 고민으로, 그리고 그 1분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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