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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Aug 28. 2024

스타트업, 투자의 힘 vs 매출의 힘

시기와 방법에 관하여


가능성만 보여주고 투자 유치에 집중하자!
vs
품질 강화 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자!


A 리더와 B 리더가 같은 시기에 창업했다. A는 프로토타입을 구현하자마자 투자를 받기 위한 단기 계획을 세운다. A의 머릿속에는 투자를 빨리 받아 스케일업(규모를 키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든든한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A의 관념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A와 팀원들의 안정적인 생활, 정확히는 팀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투자 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긴다. 자기 자본 없이 시작한 창업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A의 머릿속은 오로지 투자 유치와 정부 지원금을 받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반면, B는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B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고객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B의 기업 철학이 고객에게 잘 전달되었는지에 모든 신경이 쏠린다. 이는 품질 향상 및 브랜드 가치에 중점을 두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투자와 정부지원사업은 B에게 부수적인 사항일 뿐이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받으면 좋고, 못 받아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안정적인 매출, 즉 재구매가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는 점이 B의 큰 고민이다. B 또한 자기 자본금이 없기에, 팀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리더로서 A와 같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B는 대의적 명분을 내세워 함께 공감하고 서로 믿어주는 팀원들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며 인내하기로 한다. 시간이 곧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 굳게 믿으며 헝그리 정신으로 나아간다.


흥미롭게도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엄마친구아들"의 한 장면이 이와 유사한 상황을 보여준다. 건축사 사무소 아틀리에의 공동대표인 윤명우와 최승효의 관계가 그것이다. 최승효는 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윤명우는 회사의 본질적 가치와 건축물의 진정한 의미에 집중하며 중장기 비전을 추구한다. 이들의 대비되는 접근 방식은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딜레마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둘의 갈등을 봉합시켜 준 여직원의 명언이 있다. "둘이 떨어지면 망한다는 말..."



A와 B는 모두 고품질 제품으로 고객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자 하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점은 다르다. 과연 이 다른 출발점이 같은 목적지로 수렴할 수 있을까? 문득,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표면적으로는 A와 B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핵심은 시작점의 관성이 역량과 관념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을 넘어, 그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증폭되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게 무슨 뜻일까?


A의 단기 목표는 투자 유치나 정부지원금 획득이다. 이러한 목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A와 B가 동일한 장기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단기 목표의 차이로 인해 현재의 포지션이 변한다는 점이다. 미래의 기준에 따라 현재의 기준점이 수정되는 셈이다. 이는 서서히 우리의 생각과 관념을 바꾼다. 마치 거대한 선박이 천천히 방향을 트는 것처럼, 우리의 관념도 잠재의식에 의해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쉽게 말해, 현실의 중력이 미래의 그것보다 강하기에 장기 목표보다는 단기 목표가 현재의 계획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투자 유치와 정부지원금을 단기 목표로 삼은 결과, 우리의 사고와 관념은 점차 그 프레임에 갇혀 현재를 살아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을 잃고 투자에만 매달리게 되는 이유다. 단기 목표의 관성이 장기적 비전을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투자금이 자력으로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투자 유치를 순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여기며 자부심을 느낀다. 물론 투자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한편으론 뛰어난 능력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진정한 역량은 이와는 다르다. 이는 마치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한 것과 실제로 가파른 비탈길을 주행하는 것의 차이와 같다. 면허증을 땄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주행 상황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이는 이런 태도를 '오만'이나 '거만'으로 볼 것이고, 또 다른 이는 '패기'나 '열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면허 취득과 실전 경험이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의 중요성이다. 이러한 구분은 스타트업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많은 팀들이 투자를 받는 시점부터 마음이 요동친다. 어떤 팀은 서서히 변하고, 또 다른 팀은 투자금을 받자마자 외제차부터 구매하기도 한다. 투자를 유치하기까지는 본인의 능력이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가꾸는 역량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역량으로 착각하고 행동한다. A의 시작점은 이런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 투자금이 클수록 투자자가 사람(조직)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팀의 그릇을 보는 것이다.


반면, B의 접근 방식은 오로지 고객 만족을 위한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은 결국 품질 향상이라는 결실을 서서히 맺게 한다. 마치 온갖 풍파를 겪은 과일이 더 달듯이, B의 노력은 본질에 집중하여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과정과 같다. 이러한 과정은 외부인의 눈에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팀의 역량 강화로 이어져 자생력 향상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달리 말해, 팀의 그릇이 더 커지는 것이다. B와 같은 경우, 이 시점에 투자나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더욱 큰 성장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실제로 B는 이 단계에서 투자나 정부 지원에 선정될 확률이 높아진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이는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B의 접근 방식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주로 단기적 관점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 자본이 부족할 경우, 회사를 유지할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B와 유사한 과정을 겪는 많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이 단기간을 버틸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B와 같은 상황의 예비 스타트업은 이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한 가지 전략으로, 법인 설립 전에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시드머니를 확보하여 초기 생존 기간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중장기 목표를 북극성처럼 굳건히 지키는 것이다. 정부 지원사업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칫 주객전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와 B의 접근 방식은 각각 단기적 외부 초점과 중장기적 내부 집중으로 대비된다. 이상적인 전략은 두 접근법의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것이다. A는 B의 강점인 본질과 핵심 가치에, B는 A처럼 단기적 확장을 위한 외부 가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투자 유치와 매출 중심 접근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진다. 투자 유치는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하지만 본질을 잃을 위험이 있고, 매출 중심 접근은 탄탄한 기반을 만들지만 초기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핵심은 '투자의 힘'과 '매출의 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다. 리더는 회사의 현 단계, 시장 상황, 팀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두 요소를 조화롭게 조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진정한 가치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으며, 이것이 스타트업의 장기적 성공으로 이어진다. 다만, 이 균형점을 찾는 시기와 방법은 각 팀의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최종적인 판단은 리더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PS) 위 내용을 표로 정리해 보았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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