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예비 창업자들이 가끔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도 이 질문을 받고 한참을 고민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있긴 했다. 대략적인 윤곽 정도는 그릴 수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고생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명확한 기준을 잡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설명해 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다. 그 마음이 결국 나를 책상 앞으로 이끌었다.
스타트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Exit(매각)이나 투자유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MVP(최소 기능 제품)를 목표로 삼아 프로토타입을 신속히 개발하고, 고객의 인정을 받으려 한다. 여기서 프로토타입은 핵심 기능만을 구현한 단계로, 쉽게 말해 시제품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아파트 건설에서 H빔으로 뼈대를 세우는 것과 비슷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진행 흐름을 살펴보자.
프로토타입 ▶ MVP ▶ 시제품 판매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흐름이다. 어떤 이들은 프로토타입과 MVP를 혼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시제품과 MVP를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 나도 그랬었다. 아마도 큰 틀에서 목표하는 바가 비슷해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 흐름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각 단계마다 요구되는 난이도와 팀이 겪는 스트레스 수준이 달라서다. 더불어 동기부여와 정서적 안정 역시 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유로 나는 다음과 같이 보완된 흐름을 제시한다.
Pre-프로토타입 ▶ 프로토타입 ▶ MVP or MMP or MLP ▶ 시제품 ▶ 파일럿테스트 ▶ 판매
※ 'MMP', 'MLP'등과같은 낯선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따로 주제를 정해 설명할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팀의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계단을 내려갈 때 한 계단씩 내려가는 것과 세 계단씩 내려가는 것의 차이처럼, 3단계로 진행하는 것과 6단계로 진행하는 것의 차이는 상당하다. 단계를 촘촘히 나누는 것은 비행기의 소프트랜딩(한 계단씩 내려감)과 같다. 반면 단계를 줄이면 하드랜딩(세 계단씩 내려감)이 되어 착륙 시 기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불시착할 위험도 있다. 이는 비즈니스의 잠재적 리스크와 직결된다.
역설적이게도 팀 스트레스는 제품의 품질 향상과 고객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부의 스트레스가 외부에서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은 사무실 안에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내부를 바라보는 시야와 유연함이 사라진다. 따라서 프로젝트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내부에서는 부정적 기운이 형성될 확률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또한 높아진다.
나는 이런 상관관계를 대략이나마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팀별로 설문을 진행하고, 내 경험을 반영해 평균을 냈다. 예상대로 팀마다 편차가 커서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려웠고, 범주조차 나오지 않아 한때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사회 초년생, 대학생, 20대 청년으로 구성된 예비창업팀을 기준으로 설문한 결과, 다음과 같은 범주의 그림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청년 스타트업 (20~30대초 기준)
이는 팀(공급자)의 스트레스 대비 고객 만족도를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제품의 품질이 고객 만족도에 선행한다. 즉, 품질이 높아야 고객 만족도도 따라 올라간다는 뜻이다. 이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우선 품질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원리를 말해준다. 이는 시제품을 서둘러 만들고 마케팅에 치중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차를 두고 둘 다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우선순위는 품질 향상에 두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고객 만족도 100%는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지점이다. 이때 공급자는 약 5배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고객에게 외면받거나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이 과정을 가볍게 여기거나, 높은 강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서비스를 출시한다. 우리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쇼핑 등)는 기준이 매우 높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간극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나는 종종 예비 창업팀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살짝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그 지점에서 3~4배 더 고통스러워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기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대개 이와 정반대다.
셋째, 품질 향상은 창업 초기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기준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감수하며 품질을 높여도 고객 만족도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않는 구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객 만족도 100% 지점부터 시작된다. "품질이 좋으면 고객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 저절로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나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품질 외의 요소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에는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다음 단계에서는 외부로 시선을 돌려 내외부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결국, 초기에는 내부에, 그 이후에는 외부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이 빛을 발하는 시점도 바로 이때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프로토타입이 나오자마자 마케팅에 뛰어든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즐기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더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지 않나요? 고객을 위한 사랑은 스트레스가 아니잖아요." 이 말도 맞다. 하지만 즐길 수 있다는 건, 이미 어느 수준을 넘어섰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나 운전면허를 막 따고 운전할 때를 생각해 보라. 즐겁기는커녕 긴장의 연속이다. 타는 법을 완전히 익혀야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웃을 수 있지않은가?나는 이 지점을 '기본 스팟'이라고 부른다. 기본이 갖춰지지 않으면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기본을 갖추려면 피나는 노력으로 근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습관이 되고 근력이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상황을 '즐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초보자의 5x 스트레스는 경험자의 1x 스트레스와 같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새로운 창업을 준비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는, 사회 초년생이 느끼는 5~6배의 고통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경험자에게는 그저 즐길 만한 수준의 1x 스트레스일 뿐이다.(물론, 경험자가 고객만족도 100%에 쉽게 도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출발선이 다소 유리할 뿐, 경쟁의 본질은 동일하다.)
스타트업 또한 마찬가지다. 고객 만족도가 100%가 되기까지 품질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이러한 근력을 키운 후, 우리는 외부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자전거를 타며 멀리 내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나는 자 위에 즐기는 자라 했다. 여기서 우리는 즐기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뛰는 연습부터 피나게 해야 한다. 이 기본과정은 분명 고통스럽고 스트레스가 따르겠지만, 이를 견뎌내야만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시점이 바로, 고객 만족도 100%이다.(100% 넘어가면 재구매로 이어진다.)
품질 향상을 통해 내부 역량을 키우면서, 동시에 외부 환경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즐기는 자'의 모습이 아닐까? 이러한 균형을 잡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고객 만족과 스타트업의 성공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