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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Oct 11. 2024

스타트업 로드맵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자!

나의 위치와 목표를 정하면, 명확한 사업계획서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잠깐!

2장 '나의 상황과 목적(비전)을 설정하라!'에서 내가 강조한 점은 자신의 상황과 목적을 먼저 설정하고, 그다음 WHAT과 HOW를 설계하라는 점이었다. 이 '3단 사고법'은 앞으로 사업계획과 운영에서 계속 활용하게 될 핵심 개념이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혹시 이 부분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2장의 내용을 확인하고 이어서 읽어보길 권한다.




에피소드


정부 지원사업관련해서 여쭤볼 게 있는데요.
제 사업아이템으로 선정될 수 있을까요?


커피를 주제로 IT플랫폼 창업을 준비하는 2인 팀이 있었다. 한 명은 프로그래머, 다른 한 명은 개발 경험이 있는 영업자로 리더를 맡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들을 만나게 됐는데, 첫인상부터 열정과 자신감이 넘쳤다. 몇 번의 만남을 가지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고, 그들의 성격과 삶의 궤적을 잠시나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불쑥 물었다.


"정부지원사업에 대해 알게 돼서 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는데, 너무 복잡해서 어렵네요. 솔직히 우리 아이템으로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나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노트북을 꺼내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 맹자왈 공자왈 하며, 노자가 울고 갈 듯이 아이디어의 탄생 배경부터 지금의 과정까지 열변을 토하듯 말하는 게 아닌가. 이야기의 요점은 개발 경험을 살려 창업하고 싶으나, 자본금 50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동료와 함께 알바를 해서 자본금을 모을지, 아니면 대출을 받을지 고민하던 차에 정부지원금 제도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나를 만나게 됐고, 이 상황에서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조언을 구하려 한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자신의 상황과 역량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비전과 목적도 명확히 세워둔 상태였다. 앞서 '3단 사고법'에서 나는, 자신의 상황과 목적을 설정한 후 이를 기준으로 WHAT과 HOW를 단계별로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WHAT과 HOW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모르는 팀이 의외로 많다는 걸 깨달았다. 실전에서 얻은 사고법임에도 더 깊이 적용해 보면 이 또한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하물며 일반적인 이론은 실전과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 이 생각에 잠시 쓴웃음이 지어졌다.  


나는 목적과 비전, 즉 미래의 기준점만 정해지면 현재와 쉽게 연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과정이 사람마다 달랐다. 목적이 작을 땐 1~3단계만 설정해도 쉽게 선을 그어 WHAT과 HOW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프로세스를 짜야할지 막막해지는 것이다. 5단계로 나눠야 할지, 10단계로 나눠야 할지 설계 방법을 모르니 말이다. 결국 선은 점선으로 이어지고, 이 불확실한 점선을 기준으로 WHAT과 HOW를 설계하다 보니 갈수록 모호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현재와 미래를 잇는 선은 나의 활동 범주이자 프레임이 된다!


여행 갈 때 지도 없이는 쉽게 길을 잃듯, 창업자들에게도 방향을 제시해 줄 '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숲을 보고 나무를 보며, 길을 걸어가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정보를 찾아보니, 스타트업의 단계별 투자 유치 방법이나 MVP 수립, 프로토타입 제작 등에 대한 내용은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정부 지원 사업계획서의 예비, 초기, 도약 단계나 K스타트업 사이트의 지원사업 정보도 조금만 관심 있게 찾아보면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용어와 항목을 검색하다 보면 원하는 정보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는 게 현대 사회의 특징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검색창 대신 GPT 프롬프트창을 통해 정보를 요청하면 AI가 정보 찾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새로운 세상이 아닌가?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파편화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데, 왜 전체를 입체적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는 없을까? 나무와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은 곳곳에 있지만, 이곳이 어떤 숲인지 알려주는 전체 그림은 찾기 어려웠다. 창업자들이 점선이 아닌 굵은 선으로 자신의 경로를 그릴 수 있도록, 전체 숲을 보여주는 창업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여러 요소와 관점을 하나의 입체적으로 대입하여, 창업의 모든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식화했다. 물론 이는 아직 초기 구현 단계라 더 많은 연구와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전체를 그린다는 것은 각 세부 요소의 속성과 본질을 깊게 이해해야 퍼즐조각처럼 조합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창업자들이 현재와 미래를 잇는 과정에서 점선이 아닌 선을 그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선 작성 범주를 알아야 해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그림 1]'을 살펴보자. 상단 도표는 스타트업 로드맵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표현했고, 하단의 표는 스타트업 관점에서 투자 프로세스를 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단계별로 나열했다.


[그림 1] 스타트업 로드맵


여기서 주의할 점은, 표로 구획을 나누고 구분하는 것이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예비 창업자라도 팀의 상황과 역량에 따라 단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또 운 좋게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큰 투자를 받고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면서 이 로드맵이 무용지물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매우 낮은 확률의 상황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시대가 바뀌어 많은 스타트업들이 단계를 크게 뛰어넘는 일이 흔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틀에 갇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틀, 다른 말로 프레임이라 부르는 이것이 우리의 관념과 자율적 사고를 저해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5지선다형의 문제에서도 출제자는 정답을 맞히라는 프레임을 학생에게 씌운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 틀 안에서 정답을 찾으려 애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서열화되어 정답 노하우를 판매(학원)한다는 것.


이처럼 프레임은 우리의 사고를 특정한 틀 안에 가두고 자율성을 침해하는 하나의 체계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오랜 시간 동안 관념화되고 관성이 되면, 결국 능동적인 인간에서 수동적인 인간으로 변모할 위험이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프레임을 경계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가피하게 여러 프레임 속에서 살아간다. 지구, 한국, 교통법규 등 다양한 프레임의 질서가 우리 삶을 구성한다. 이런 프레임은 때론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교통법규가 없다면 어떨까? 아마 세상은 아비규환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체계와 시스템은 큰 틀에서 보면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여러 스타트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 프레임워크는 양날의 검과 같다. 올바르게 사용하면 방향성을 제시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가능케 하지만, 맹목적으로 따르면 창의성과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제시한 스타트업 로드맵과 프레임워크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되, 각자의 상황과 비전에 맞게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제 '[그림 1] 스타트업 로드맵'과 '[그림 2]'를 살펴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이 도표들은 예비 단계부터 성장 단계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며, 정부 지원사업, 투자 단계, 운영 전략, 사업 전략 등을 큰 틀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림 2]


이 창업 로드맵은 1~10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된다. 예비 단계부터 창업 후 5년까지의 성장 과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 투자 단계, 운영 전략, 사업 전략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고, 프로토타입 개발, 시제품 구현 시기, 외부 활동 시점 등도 파악할 수 있게 구성했다. 다만 사회적 기업, R&D 기반 기업, 비영리 조직 등은 이와 다른 경로를 따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이 로드맵의 특징은 '내부와 외부의 중력' 변화다. 초기 단계(1~4단계)에서는 내부에 집중해야 한다. 5단계부터는 서서히 외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6단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 10단계에 가까워질수록 외부 활동의 비중이 더욱 커지며, 이 시기에는 기업 정치, 경영, 마케팅 측면에서의 회사 포지셔닝이 중요해진다. 즉, 회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내부 운영에서 외부 관계 및 시장 내 위치 설정으로 초점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C레벨의 역할도 1~5단계와 6~10단계에서 크게 달라진다. IT 플랫폼 스타트업을 예로 들어보자. 이런 팀은 IT 서비스가 핵심 가치라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엔 CTO, CFO, COO가 중심이 되어 회사를 이끌게 된다. 이때 CEO는 내외부를 넘나드는 관제탑 역할을 한다. 회사가 1~3단계에 있을 땐 CEO도 주로 내부에 집중한다. 4~6단계에 들어서면 점차 내부 운영을 COO에게 맡기고 외부 관계에 더 신경 쓰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투자받고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은 내부 운영과 외부 관계를 분리해 관리하는 경우가 있다. 공동 대표 체제나 'COO/CEO' 체제로 전환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설계를 해야 할까? 여기서부터 매우 중요한 설명을 이어갈 테니 정독해서 읽기를 바란다. 아래의 '[그림 3]'에서 1~10단계까지의 선택버튼을 확인해보자.


[그림 3] 사업계획서 작성 범주 및 운영 목표


1. 현재 자신의 위치라고 생각되는 단계를 선택한다.


2. 1차 목표를 정한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다음 단계를 말한다.)


3. 공모 주최 기관의 모집 레벨을 확인한다. 

   (예: 예비창업패키지 1~2단계, 초기창업패키지 3~4단계, 청년창업사관학교 2~3단계)


4. 위 3항에서 선택한 단계보다 1~2단계 높게 목표를 설정한다.

   (운영 목표이자 사업계획서 작성 기준점)


5. 1~4항이 사업계획서 작성의 범주이자 프레임이 된다.


6. 프레임 내에서 장기, 중기, 단기 프로세스를 설정해 보자. 예비 창업자라면 초기 단계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초기 창업자는 도약 단계를 목표로 삼는다. 이때 10단계의 상황을 궁극적인 비전으로 두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렇게 접근하면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사업계획서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위치에서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실현 가능하면서도 도전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준은 사업계획서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가령 당신이 현실은 '1단계'에 있고, 비전은 '20단계'라고 생각했다고 하자. 하지만 도표를 보니 이를 '10단계'로 조정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전이 예전보다 더 현실적으로 개선됐다. 그다음 단기 목표를 '3단계'로 잡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예비창업패키지 사업 공모를 보게 된다. 여기서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실수한다. '예비창업자니까 단순 아이디어와 장밋빛 계획만 써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이제 입장 바꿔,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심사 기준은 아이템의 구현 가능성과 스타트업 운영 능력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멘트와 아이디어로 심사위원의 눈에 띌 수 있을까? 처음엔 집중해서 보겠지만, 10팀, 30팀을 넘어가면 어느 순간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비슷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4번째 항목인, 단기 목표로 설정한 단계에서 1~2단계를 높여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즉, 단계를 높여 접근하라는 것이다. '나는 예비창업 자니까'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 '나는 이미 초기 창업자'라는 마인드로 접근해 보자. 그렇게 되면, 빠르게 초기 성과를 만들고 이를 자료화해서 그래프로 표현하고, 활동 사례 위주로 사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함을 느낄 것이다.(이것이 기준점이다)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해 보자. 한쪽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지원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한쪽은 당신이다. 당신은 아직 제품을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그럴듯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제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설문 조사로 정리했다. 과연 심사위원은 누구를 더 높이 평가하겠는가? 답은 명확하다. 바로 후자, 즉 당신이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선정 기준'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준비가 당신을 경쟁에서 돋보이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혹여, 1~2년 차 초기 창업자라면 어떨까? 아마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사업에 지원할 텐데, 이때도 마찬가지다. '도약 창업'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 도약창업에 준하는 성과를 보여준다면 합격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뜻이다.



나는 항상 '피라미드 위의 피라미드를 타깃으로 준비하라'라고 강조해 왔다. 이 접근법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런 방식으로 준비한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다른 참여자들보다 선정 확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사업계획서 작성과 선정의 비결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히 선정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실제로 당신의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재에 머물지 말고 항상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자세로 임하자. 그러면 지원사업 선정은 물론, 실제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 글에서 제시한 방법을 따라 준비한다면, 당신은 이미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셈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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