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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Mar 28. 2020

Now Foods의 에센셜 오일, 페퍼민트

카카오프로젝트100, 오늘의 퀘스트: 집에 향수 뿌리기



3. 제일 좋아하는 향수를 집안 곳곳에 뿌리기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수련이 시작되기 전에 선생님들이 손바닥에 오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주는데, 손바닥으로 따뜻하게 비벼서 얼굴 앞에 오므리고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라고 한다. 그렇게   깊은 호흡을 하고 남아있는 오일은  뒤와 어깨를 주물러준다. 처음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냥 적은 양에 향이 무척 강하구나 했는데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니 오일로 호흡하는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특히 페퍼민트 향은 퇴근  반쯤 감긴 눈을  뜨게 하는 강렬한 에너지가 있었다. 거기에 오렌지 오일을 섞으면 활력이 더해지는 특별한 효과가 느껴졌다.

사무실에서나 잠자기 전에도 사용해보고 싶어서 오일이 전시된 곳을 기웃거리고는 했는데, 종류가 다양했다. 바질, 베르가못, 레몬, 로즈메리, 티트리, 라벤더... 병에 적혀있는 이름이 모두 이국의 공주님 같았다. 그리고 강렬하고 개성적인 냄새가 마구 섞여 주변의 공기 중에 팡팡 터지는 것처럼 향이 풍성했다. 향만으로 평소와는 다른 기분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했고, 그리고  기분이 좋았다. 향수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뭐랄까 자연스럽게 멋 부린 느낌이었다. 괜히  것처럼 오일이 전시된 작은 탁자를 자주 기웃거렸던  같다.

문제는 가격. 도테라라는 브랜드의 페퍼민트 오일은 엄지손가락만 한  하나(15ml) 4만 3천 원이었다. 조용히 다시 병을 내려놓았다. 언젠가 월급이 이유 없이 대박 오르거나 이미 깨버린 적금이 만기 되면   있겠구나 싶었다. 자연스러운 멋은 아무나 부리는 게 아니구나... 지금 다시 도테라 닷컴에 들어가 보니 오렌지 오일은 그래도  만만하지 않았으려나 싶다. 15ml 2만 원이다. 하지만 가장 갖고 싶던 것은 페퍼민트 오일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친구 덕에 아이허브라는 미국의 건강식품 쇼핑몰을 알게 되었는데, 전에도 많이 들어는 봤지만 당장 커피   사 먹는 게 중요하지 건강식품에 자원을 쏟을 생각이 없던 나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친구가 동생이 생일선물로 사줬다며 카톡으로 구매 목록을 보내왔고, 거기에서 티트리 에센셜 오일을 발견하고 말았다.

미친 듯이 아이허브를 탐색하며 나는 성분이고 뭐고 가격에 놀랐다. 나의 미천한 월급으로 에센셜 오일을 구매할  있음에 감사하며 이것저것 담다가 결국 십만 원이 안 되는 쇼핑을 하고야 말았다. 땅콩버터라든지, 바디 워시라든지 필요한 것들이었어서  후회하진 않는다. 아무튼, 내가 구매한 오일은 Now Foods라는 제조사의 페퍼민트, 티트리, 아틀라스 시더   가지다. 모두 30ml 용량이고, 페퍼민트는 6,146, 티트리는 10,687, 아틀라스 시더는 5,672원이다. 도테라에서 15ml 13만 2천 원에 판매하는 유향(프랑킨센스)이나, 5ml 13만 6천 원인 하와이안 샌달우드 같은 것들도 사보고 싶었지만 비교적 저렴한 것들부터 사용해보고자  참았다.


아이허브 하울 느낌으로


에센셜 오일은 다양하게 사용할  있는데, 기본적으로 오일 디퓨저에 다량의 물을 넣고 오일을  방울 떨어뜨려 공간의 향을 조절하는 데에 많이 쓴다. 식용 오일에 섞어서 마사지할  사용해도 좋다. 앞서 말한 것처럼 원액을 손바닥에   방울 떨어뜨려 마주 비버 따뜻하게 데운  향을 들이켜서 아유르베다 치료법처럼 사용하는 방법이 나는 가장 좋고, 아이 필로우를 사용한다면 여기에  방울 떨어뜨리는 것도 괜찮다. 아이 필로우가 없는 나는 휴지에  방울 떨어뜨려  위에 얹고 손수건을 포개어놓을 때도 있다. 따뜻한 물에  방울 떨어뜨려 마실 수도 있다는데,  방법은  모르겠다. 물에 티트리 오일과 위치 하젤을 섞으면 요가 매트를 청소할 때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아무튼, 요즘에는 청소용으로 급하게  조그마한 분무기에 정수물을 채우고 세 가지 오일을 다양한 비율로(취향을 실험 중이다.) 스무 방울 정도 떨어뜨려서  흔든   스프레이처럼 쓰고 있는데, 이게  좋다. 향수는 아니지만, 씻고 나서  안에서 쉬기    뿌려주면 자연을 닮은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면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이  좋다. 호두가 자주 눕는 방석이랑 이불에도 괜히 뿌려보고. 페퍼민트는 역시 상쾌하고 티트리는 매콤한 풀향이 난다. 시더우드는 나무 냄새인데 생각보다  달콤하다. 좋네. 한껏 멋 부린 기분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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