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GARDEN Oct 29. 2023

플라워 킬링 문(2023) 마틴 스콜세이지

씨앗 모으기 (Collecting)






불안할 정도로 커다란 달 아래에서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이 되면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처럼 키가 좀 더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그들에게서 빛과 물을 훔쳐가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그들에게서 빛과 물을 훔쳐가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꽃잎들은 팔랑팔랑 날아간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땅속에 묻힌다. 그래서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flower-killing moon'의 시기라고 부른다.
_ ⟪플라워 문⟫ 본문 중에서







Short Review

2023. 10. 20


INFO.

TITLE 플라워 킬링 문

DIRECTOR 마틴 스콜세이지

RELEASE 2023



영화는 3시간 2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무심하고 냉담한 태도로 상황을 관조한다.


대상에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거나,

혼자 뜨거워지지 않도록

유의한 자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놀랍고 

뛰어난 점은

감독의 관록을 드러내는

유려한 연출이 아니라,

영상의 차가운 거리감 뒤에 자리한

단단하고 뜨거운 성찰이다.




어차피 곧 죽을 인생,

내가 본 것을 다 말하겠노라던

영화 속 담담한 노인의 모습처럼,

우리가 딛고 선 땅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보라는

감독의 옹골찬 목소리에는

주저함도 망설임도 없다.



여든을 넘긴 감독이

용광로보다 뜨거운 사유로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낸 영화의 선단은

무척 시리고 아파서

집으로 가는 내내 울고 말았다.







TMI TIME

원제는 ⟨Killer's of the Flower Moon⟩

원작 책 ⟪플라워 문⟫도 좋다는데 궁금해서 읽어볼 예정이다. 읽고 재관람 가즈아! ⟨더 웨일⟩ 이후로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 제일 좋다ㅠ

최근 흥행작인 ⟨오펜하이머⟩에 부재해서 벽에 머리 박고 싶게 만들었던 부분을 오롯이 다룬 영화라서 더 인상적이고 감사하다.

개봉 이틀 차인데 상영관 수 실화냐. 너무하네 증말. 감독님 기획전 열어죠...

음악이 정말 좋다!!! 사운드트랙 꼭 들어보세요!!!

레오한테 어울리는 역할이라 웃참했다. 찌질함 하면 레오랑 콜린 파렐이 자동 연상...

몰리 역을 맡은 릴리 글래드스톤의 다음 활동이 기대된다.

아, 올해 개봉작 중에 ⟨이니셰린의 밴시⟩도 재밌습니다.






Fin.


* 인스타(@12_8ummer)에서는 자질구레한 일상과 인용구, 그리고 주접을 볼 수 있습니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매거진의 이전글 싱 스트리트(2016) 존 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