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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Nov 06. 2023

[에세이] 오늘도

자유 작문 Free Composition





     살기 위해 의무적으로 먹는 끼니는 어쩐지 맛이 없다. 저작 운동의 고됨이라니. 음식물을 섭취해서 에너지를 만들려고 하는 활동이 힘들면 어쩌라는 말인가. 아무래도 억울한 일이다. 꿀떡 삼키고 보니, 아차, 덜 씹었다. 하필 닭가슴살 샌드위치라서 퍽퍽하기까지 하다. 기본 빵도 호밀빵. 근처 유명 샌드위치 가게는 호밀빵으로 바꾸려면 천 원을 더 내야 하는데…! 모르는 가게 사장님한테 대뜸 건강 챙기라고 잔소리를 들은 기분이다.

     어쩌자고 이렇게 날이 설까. 오로라 생각이 나는 걸 보니 졸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 여자는 저주 덕분에 수면장애가 뭔지도 모르겠지. 어디서 물레라도 구해봐야겠다. 하나님, 부처님, 신령님, 알라신이시여, 108배까지 드리고 슬쩍 약지를 가져다 대면 옳다구나 잠들지도 모를 일이다. 영영 깨지 않으면 어떠리. 어차피 나는 모를 텐데.

     그래 모르는 게 많고 싶은 날이다. 지나는 자리마다 우산으로 툭툭 쳐서 유리컵을 죄다 떨어뜨려 깨부수고도 모른 채 떠나고 싶은 그런 날. 그럼 얼마나 명랑해질 수 있을까. 매 순간이 파티 같을 텐데. 하지만 세상은 타인이 명랑해지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카페엔 죄다 플라스틱 잔뿐이다. 못된 사람들. 닭가슴살 샌드위치나 씹으라지.


     불퉁해져서 한가득 뱉어내고 나니, 저어어기 어디 뾰족뾰족 고슴도치 하나 데구루루 굴러간다. 뽀오얀 생률 같던 마음이 그립다.


     아그작. 있기는 했니?

     에라이, 못된 년.







Fin.


* 글쓰기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시간은 1시간, 글감은 '오늘도'였어요. 아침부터 용산구에서 일정 하나, 노원구에서 일정 하나를 마친 탓에 모임 장소인 영등포구에 도착했을 때는 제법 지쳐있었어요. 상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글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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