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거울은 글, 마음의 거울 속 나
나날이 늘어가는 백수생활에 일수꾼 마냥 나를 뒤쫓는 통장잔고가 무서워서 벌벌 떨며 도피성 단기 알바를 한 지 약 두 달이 다 되어간다. 그 말인즉슨,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도 벌써 그만큼이 되었다는 것이다. 반성한다. 매주 한 편의 글을 기재하겠다는 목표가 무색하게 바로 글쓰기를 게을리하는 것이 나의 나태함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정말 민망하다. 그리고 이렇게 또 브런치에 찾아온 이유가 여전한 나의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상황과 모호한 앞날의 결정 때문에 가라앉는 기분을 정화시키고자 함이라는 것이 또 한 번 민망하다. 마치 힘들 때만 찾아와 투정을 부리려고 이곳을 마련한 것만 같아서. 그럼에도 어떡하겠는가 그것이 나의 마음인 걸.
그래서 이렇게 오랜만에 찾아와 글을 쓰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도 지루하고 하기 싫고 모든 조건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뭐 더 자세히 말할 것도 없다. 그냥 재미가 없다. 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나는 왜 이렇게 모든 걸 받아들이지 못할까, 그냥 하면 될 텐데 왜 그게 안 될까"이다. 세상에 자기가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즐겁고 하고 싶어 죽겠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냥 다들 해야 하니까 하고 적당히 조건에 부합하니까 하는 걸 텐데 나는 죽어도 그렇게가 안된다. 만족이 안되면 죽어도 벗어나고 싶어 미쳐버리겠다. 이건 진짜 완벽한 나의 문제이리라 생각한다.
이런 나의 문제의 원인 뭘까 생각을 해보면 아마도 너무 과한 자존감과 자기 확신 그리고 자기만족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나는 내가 충분히 만족스럽고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또는 살아가기 위해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정한다 이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나는 정말 보잘것없고 특출 난 것도 없으며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남들이 알아채지 못할지라도 이미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자만심"이다. 난 좀 현실적으로 나를 직시하고 덜 과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꽤나 흥미롭게 4화까지 보았지만 그다지 주인공에게 몰입하지는 못했다. 미지와 미래가 느끼는 감정들을 공감하면서도 묘하게 인물에 빠져들지 못하고 시큰둥한 이유를 계속 보다 보니 알게 되었다. 미지와 미래는 자기 연민이 심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끝없이 서로를 동경하고 부러워하며 점점 더 커다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을 작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미지와 미래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지점이었다. 나는 사방이 거울로 되어있는 방에서 가득 들어찬 나를 보며 마주한 거울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공간을 바라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공간이 거울이 만들어내는 허상임을 알면서도 허상을 만들어 내는 거울을 깨부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제 이 정도의 인식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면 금 정도는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그 거울의 방이 확장 가능성을 가진 방으로써 4면에서 5면, 6면으로 실질적인 공간의 확장이 생길 수 있다고 믿으며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고 부딪히고 싶다. 결국엔 현실을 수용하고 작은 한 면의 거울 앞에 앉게 되더라도 아직은 말이다. 결국 내가 글을 쓰러 돌아온 이유는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하려고였나 보다. 마음이 복잡할 때 글을 쓰게 되는 것도 다 이런 맥락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