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나, 알기

by 구천개의 생각


발전을 위한 관련 서적, 영상 등을 찾아보다 보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을 알자'는 말이다. 이 흔한 문장은 실제로 경험해본 결과, 그걸 깨달은 사람과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거의 천지 차이에 가깝다.


깨닫기 전의 상황은 마치 이런 것이다. 누군가 나를 "이 분이 이 분야의 전문가입니다!"라고 소개하며 사람들 앞에 세웠는데 내가 그것에 대해서 딱히 말할 게 없는 상황, 나름 그 분야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말하려고 보니 확신을 가지고 언급할 만한 게 전혀 없는 상황, 내가 나의 인생 줄을 잡고 있는, 내 인생을 온전히 책임질 유일한 사람인데도, 그것에 대해 확실히 아는 게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경우의 가장 큰 문제는 '방향성'이 안 잡힌다는 점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시작으로 그다음 단계를 차차 밟아 나가야 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모르니 시작조차 불가하다. 애초에 모르는 분야를 어떻게 이끌어 가겠는가. 그저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와 반대로 나 자신에 대해서 알고 나면 '방향성'이 잡힌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정체화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내가 누구인지, 뭐하는 사람인지를 정해야 이다음에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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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1교시>라는 프로그램에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은 불안한 것을 싫어한다. 불안함은 확실하지 않은 것에서 시작된다. (....) 불안한 상태에서 오는 부정적 감정은 기존보다 몇 배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이야기와 지금의 주제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내가 누구인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이후에 올 모든 상황에 불안함을 필연적으로 기반하게 되며, 그 경우 그 일을 진행하는 동안 약간의 부정적인 영향이라도 받으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취준 활동을 할 때, 날 가장 무기력하게 만든 것은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해야 할 일에 대한 목록은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통해 거침없이 적어 놓았는데, 내가 그중에 무엇을 주되게 해야 하는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해 그 무엇도 시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어느 날 나 자신을 '이것 하는 사람'이라고 정체화 하고 나서야, 드디어 움직일 수 있었다. 더 이상 나의 존재가 막연하지 않고 뚜렷이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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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내가 누구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시험지를 받아 들었다. 시험지에는 오직 '자신에 대해 쓰시오'라는 문항만 있다. 처음에는 얼어붙은 듯 첫 문장의 운조차 뗄 수 없었다. 거기에 제 2 외국어로 쓰라는 조건이 있는 것도, 꼭 특정한 규격에 맞추어 쓰라고 조건이 걸려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 여기저기 부딪히며 경험을 쌓고, 그때마다 무언가 깨닫는 시간을 가진 결과, 나는 올해 겨우 그 답안을 쓰기 위한 4가지 주제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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