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나, 유지하기

by 구천개의 생각


최근 SNS에 왕왕 등장하는 '미라클 모닝'은 전 날 저녁에 일찍 잠들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다음날 오전 5~6시 정도에 일어나 고요한 시간을 보내며 여러 활동을 하는 생활양식이다.


영화 <프로포즈>에서 배우 산드라 블록이 집안 한쪽 벽면에 자연경관을 띄워두고 실내 사이클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바랐던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무언가 하는 그 생활양식을 오랫동안 동경해 왔다.


하지만 가장 첫 편인 <나, 돌보기> 편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난 뭐든 마지노선에 다다라야 시작하는 사람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새벽녘에 일어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끔은 오후에 일어나는 게 오전에 일어나는 것보다 쉬워서 "사실 우린 밤에 활동하는 인류가 아닐까? 과거엔 해 뜰 때 일어나는 게 몸에 잘 맞았지만 지금은 해가 진 후에 일어나는 게 잘 맞는 인류로 진화한 거지. 근데 그 몸 상태에 맞게 생활양식이 발전하지 못한 거야."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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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게도, 사실 해 뜬 시간에 활동하는 게 훨씬 좋다.


오후에 일어나면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을 정하기 어려워 해야 할 일을 하지도 안 하지도 못하게 되는데, 오전에 일어나면 해가 뜨고 지는 게 보이니 내가 이 시간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좋다.


오늘 한 일을 정리할 때도, 만약 오후 6시에 일어나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생활했다면 그 일을 오늘 했다고 봐야 할지 어제 했다고 봐야 할지 애매한데, 오전 8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생활하면 정확히 오늘 한 일로 보면 되니 그 점도 좋다.


또 햇빛이 비치는 공간에 있으면 황홀해진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의 쨍쨍한 햇빛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창문으로 환하게 드는 따사로운 햇빛은 인간뿐만 아니라 온 생물이 다 좋아하리라 확신한다.


아직 해가 다 뜨기 전이라면, 같은 하늘에 공존하는 달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분명 가로등 없이 풍경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밝아졌는데 그와 동시에 아직 서늘한 달이 떠있다니··· 왠지 희미하게 떠있는 달은 어두운 밤에 보는 밝은 달보다 반갑다.


오직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느낌도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매일 좀비 떼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출퇴근하다가 조용한 휴양지에 가면 마침내 평안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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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미라클 모닝은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을 딱 나누기 애매한 것 같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약속된 활동을 하던 사람이 언제든 그 시간에 일어나지 않기 시작하면 그냥 안 하는 사람이 되니까··· 굳이 나누자면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딱히 그것에 욕심 없는 사람'으로 나누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중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런 사람이다.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어떻게든 나 자신을 그 양식에 꾸겨 넣으려 노력해왔다.


그 결과, 완벽하진 않지만 그럴듯한 수확이 생겼다. 여전히 어떤 날은 너무 엉성하기도, 또 어떤 날은 그 테두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도 하지만, 이 그럴듯한 결과를 위해 어떤 시도를 해보았는지 소개하고 싶다.





8:16 Routine


미라클 모닝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많은 오해를 사는 점은 '무조건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과 '무조건 정해진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보다 실천 후기가 많아져 이런 오해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생활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충분한 정보가 없던 과거의 나에겐 더더욱 시도하기 겁나는 일이었다. 가장 첫 단계부터 세상 어려운 '새벽 기상'이 튀어나오고, 그때 일어나서 하는 활동도 전혀 관심 없는 잔잔한 활동이라니··· 시작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 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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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위 두 가지는 말 그대로 오해일 뿐 사실이 아니었다. 첫째로 미라클 '모닝'이라는 이름을 가진 데다 가장 주요한 포인트로 새벽 기상을 꼽고 있지만, 이 생활양식의 본질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닌 '루틴'에 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수단일 뿐 그게 최종 목표는 아니며, 진짜 영향력은 그때 일어나서 하는 활동이 발휘한다.


둘째로 미라클 모닝의 저자인 할 엘로드는 S.A.V.E.R.S, 즉 Silence(침묵), Affirmation(확언), Visualization(시각화), Exercise(운동), Reading(읽기), Scribing(쓰기)라는 6가지 활동을 제안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본인의 취향에 따라 맞춤화 하라는 이야기도 한다. 기본 틀은 저렇게 정해져 있지만, 그것에 추가하는 활동 등은 본인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라고 했으니 아마 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활동이라면 다른 활동으로 변경해도 무관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맞춤화된 루틴을 먼저 가져보기로 했다. 나에겐 아침에 일어나는 건 절대 못해도 별 노력 없이 잘 지키던 수면 습관이 있었는데, 바로 딱 8시간만 자는 것이었다. 사정상 그보다 덜 자거나 컨디션 저하로 더 잔 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날에는 알람 없이도 8시간만 자면 편하게 눈을 뜰 수 있었다.


또한 하루에 8시간을 잔다는 것은 16시간 동안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난 정확히 일어난 지 12시간이면 슬슬 피곤해졌고, 16시간 째에는 안 자면 곧 죽을 듯이 졸려졌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일어난 지 12시간쯤 지난 시각인데 슬슬 졸려온다. 아마 난 4시간 후에 기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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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8시간 수면+16시간 활동만은 잘 지켰던 나는 이 패턴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원하는 새벽 기상은 못 하더라도, 일어난 시간이 언제든 그로부터 16시간 동안 깨어있을 것은 분명했으니 그 안에 일정한 루틴을 넣어보기로 한 것이다.


카테고리는 시간별로 크게 세 파트로 나누었고, 각 시간대에 하고 싶은 활동들을 정해 나 자신을 시험체 삼아 몇 번이고 반복해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선 일단 나에게 맞는 활동은 찾을 수 있었다. 자잘한 활동들을 여러 개 해보며 "이 정도는 만만하다", "할 만하다" 하는 것도 찾고, "이건 도움 되긴 하겠지만 내가 하기엔 버겁다" 하는 것도 알아냈다. 그렇게 이것저것 여러 번 해보며 괜찮은 활동은 일상에 녹여내려 노력했고, 어려운 일들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아예 제외하거나 미련이 남으면 시간이나 분량을 줄여 다시 일상에 담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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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을 정해놓는 게 좋은 이유는 앞서 잠시 언급했던 스캇 애덤스의 <How to Fail at Almost Everything and Still Win Big>이라는 책의 구절을 다시 한번 인용해 설명하고 싶다. (해석은 동일하게 돌돌콩님의 자막을 참고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xPx1FFNVuf8)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뭘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늘 같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하루 시작의 몇 시간 정도는 말이다. (....) 아침에 무얼 몇 시에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데 뇌세포를 낭비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루틴이 잡힌 후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척이나 공감했다. 특정 시간에 무얼 할지 매번 고민하는 것도 할 일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지만, 가끔은 그게 힘겨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는 건 즐거워도 가끔은 메뉴를 딱 하나만 고르는 게 힘든 것처럼 그때그때 해야 할 활동을 고르는 것도 가끔은 번거롭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게 귀찮은 것처럼 오늘의 할 일도 거기서 거기라 매번 고민하기 귀찮다면, 아예 그 시각에 할 활동을 정해두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게 낫다. 결국 메뉴를 고르지 못해 끼니를 거르게 되는 것과 같이, 어쩌면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생산성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 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미리 정해놓은 루틴을 실행하는 것은 나 대신 식당 사장님이 오늘의 반찬을 정해 내어 주는 백반처럼 고민할 필요 없이 편리하고, 그에 반해 양과 성취감이 푸짐해 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일어나서 생각하기? 생각하고 일어나기!


내가 편한 시간에 매일 같은 활동을 하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에 부쳤다. 9 to 6의 주 40시간 일하는 직장인의 하루는 실 근무시간 8시간에 점심시간 1시간, 통근하는데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30분 이상, 가끔은 연장근무까지···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시간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부족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새벽 기상으로 눈길이 갔다. 일상 전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것이 가장 나아 보였고, 그런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앞에서 일단 루틴으로 하면 좋을 활동들을 꼽아놓았기 때문에 맨 처음보다는 계획 짜기가 수월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타이밍 좋게 새로운 깨달음도 찾아왔다. 일단 일찍 일어나서 할 일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을 먼저 정해놓고 그것에 필요한 시간만큼만 확보하자는 것, 그러니까 "무조건 5시~6시에 일어나자"가 아닌 "딱 이 시간만큼만 일찍 일어나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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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아침시간에 1차적으로는 기존에 해봤던 활동들을 배치했다. 짧은 시간 내에 할 수 있었던 것 위주로 골라, 그것에 필요한 시간을 더해 그 시간만큼만 일찍 일어나 보았다. 그러다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지면 더 일찍 일어나고,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혹시 과하게 넉넉하면 더 늦게 일어날 예정이다.


아직 설명할 데이터가 적은 이유는 이 방법이 비교적 최근에 적용한 거라 그렇다. 맨 처음에는 기본 모닝루틴(씻기, 스트레칭, 어플을 통한 영어공부)에 30분, 그 외에 30분씩 하는 활동 3개를 더해 총 2시간을 확보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생각보다 배가 너무 고파서 식사하는 시간 1시간을 추가하고, 거기에 요즘 글 쓰는 시간 1시간을 더해 총 4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시작하기 어려울 땐 30min Mission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의 모닝루틴에 30분씩 하는 활동이 들어간 데에는 비하인드가 있다. 나에게 '활동'이란 꼭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 두 번째는 해야 해서 하는 일이다. 똑같이 발전을 위해 하는 일이더라도 그 뉘앙스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 중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산책이란 단어를 들은 강아지처럼 신나서 하지만, 해야 해서 하는 일은 늘 시작 자체가 어렵다. 그것을 하면서 겪는 모든 고난보다도, 그것을 시작하기 위해 마음을 먹는 것이 더욱 큰 고비다.



세탁기가 빨아주는 세탁도, 식기세척기가 닦아주는 설거지마저도 시작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나는 '일단 시작하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유 불문하고 일단 움직이게 만들, 그렇게 하도록 독려할 마법의 주문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여러 개의 후보 중 "딱 30분만 하자"는 문장을 채택했다. 몇 번 이용해보니 나에게 가장 잘 먹혔기 때문이다.


고요한 것을 참지 못해 매일 노래를 듣거나 부르는 나에게도 "30분만 조용히 있자", 꾸준히 독서하고 싶으면서도 책 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나에게도 "딱 30분만 읽자", 계획해둔 영어 공부와 자격증 과제를 미루는 나에게도 "딱 30분만 하자. 목표한 분량만큼 안 해도 돼. 일단 30분만 채워보자." 등등... 하루에 깨어있는 16시간 중 딱 30분만 여기에 쓰자고 마구 어르고 달랬다.


이렇게 시작하고 나면, 결과는 두 가지다. 시작해도 여전히 하기 싫어서 진짜 딱 30분만 억지로 하거나,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집중도 잘 되고 재밌어서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둘 중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눈앞에 들이대 보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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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방법으로도 설득이 안 될 땐, 즉흥적으로 특급 프로모션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 30분 활동은 주간 체크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어 그 여부를 체크하게 되어있는데, "일단 이거라도 찍고 보자"는 마음으로 흥정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자 봐봐. 오늘은 15분만 해도 30분 한 걸로 인정해줄게. 와, 반이나 깎아주네. 얼른 하자!"


발전하고 싶은 나는 게으른 나를 이렇게나 열심히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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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보기엔 유치하지만 효과는 좋다. 밥투정하는 아기에게 딱 세 숟갈만 더 먹자고 말해놓고 한 숟가락에 왕창 퍼서 결국 한 그릇 다 먹이는 것처럼, 그게 무엇이든 30분만 하자고 제안해 일단 시작하면 결국엔 다 하게 되어있다.


특히 이런 방법으로 공부를 해보았을 때, "한 번에 몇 시간씩 집중해야지" 하는 비현실적인 목표와 그로 인한 부담이 사라지니 하루 공부시간 자체는 줄어도 주간 총 공부시간은 늘어났고, 공부하는 동안에도 짧은 시간만 한다는 생각에 잠깐씩 한 눈 파는 일도 오히려 자발적으로 자제하게 되어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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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30분이 아니더라도 적은 시간과 적은 분량을 목표로 일단 시작해보는 걸 추천한다. 한 번의 큰 성취보다 여러 번의 작은 성취가 더 많은 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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