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 채우기

by 구천개의 생각

인생을 무더운 여름날에 비유한다면, 지금은 '나'의 낮잠 시간쯤 된 듯하다. 위잉위잉 알짱이는 '복잡한 고민'과 '무분별한 자유'라는 모기를 내쫓고, 이제 막 안정을 찾은 그런 시간 말이다.


이 정도면 낮잠 들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수 있지만, 사실 모기를 내쫓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여기에 '나'를 위한 푹신한 이불과 알맞은 높이의 베개, 안정감이 느껴지는 바디필로우, 그리고 시원한 공기를 유지해줄 선풍기나 에어컨까지 준비되어 있어야 마침내 낮잠 잘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행복한 일상도 마찬가지다. '나'의 일상에서도 나쁜 것들을 치워낸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위의 물건들처럼 풍족하고 충분한 활동을 채워주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침구처럼 편하고 알맞은 계획, 나에게 꼭 맞는 바디필로우처럼 안정감 있는 루틴, 그리고 공기처럼 눈에 보이진 않지만 항상 내 삶을 상쾌하게 유지해주는 사랑과 지지까지··· 이 모든 게 자리 잡고 있어야 마침내 만족스러운, 소소하지만 행복 가득한 일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채워가는 과정은 어쩌면 불필요한 것들을 치워냈던 과정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전보다 나를 더 잘 알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으며, 높은 확률로 시간도 몇 배는 더 들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지나 그 끝에 나에게 최적화된 활동을 찾게 된다면, 그간 겪었던 고통과 고난은 어느새 기억나지도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이다.


이전 10화10. 나, 통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