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뇌 위축증’이란 현대 의학이 발견하지 못한 질병을 선고받은 지도 5년이 지났다. 약이 없다고 알려진 질병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 자신을 실험체 삼아 다방면으로 길을 찾고 있다. 동일한 병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이 자신을 실험체 삼아 실험 중인 약이라도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걸 상기해 보면, 분명히 지금 내 행동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에서야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갖은 루틴과 철학이 생겨났지만, 그것을 한 번에 다 풀어내기엔 양이 방대해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지난 글,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시도로 <철학과 신앙의 만남>도 그 일환이다.
이번에는 ‘키토제닉’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이어트 세계에서는 유명한 단어이다.
<가정> 만약 소뇌로 가는 혈관이 유전적으로 얇게 태어난 것이라면, 뇌가 쓰는 에너지를 ‘포도당’에서 ‘케톤’으로 바꾸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
키토제닉 연구는 다이어트를 위해 고안한 것이 아니라, 소아 뇌전증 개선을 위해 세계 1위의 병원, 메이요 클리닉에서 개발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건강한 지방의 섭취를 늘리고 당을 만들어 내는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인간의 몸은 간에서 지방세포를 분해해 뇌로 ‘케톤’이라는 물질을 올려 보낸다. 케톤은 포도당에 비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원으로 알려져 있다. 케톤체는 평소에는 나오지 않다가 포도당이 부족해지는 상황에만 나온다. 다이어터들은 체지방을 분해한다는 점에서 키토제닉에 관심을 가지지만 나는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쓰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 글에서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내가 어떻게 키토제닉을 지켜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거의 매일 아침 호흡 케톤 측정기를 가지고 몸의 케톤수치를 확인한다. 주 2회 점심부터 다음날 점심까지 단식을 하는데 단식을 하는 아침 케톤수치가 10~20ppm 수준으로 높게 나온다. 단식과 관련해서는 이후에 오토파지(자가포식) 이야기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룬다. 단식하는 날엔 방탄커피를 제조해 마신다. 곰팡이 이슈에서 자유로운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보통 콜롬비아 쪽) + 기버터 1 숟갈 + mct오일 한 숟갈을 핸드 블렌더로 믹스해 마신다. 아침 식사를 하는 날에는 매일 채소찜을 해 먹는데, 소스에 변주를 줘 질리지 않게 먹는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알룰로스, 애사비, 들기름, 홀그레인 머스터드, 기버터, 땅콩버터, 소금 중 그날의 기분에 맞춰 블렌더로 믹스해 소스를 만든다. 들기름에 소금만 뿌려도 훌륭하다.
이렇게 방탄커피를 만들고, 채소찜에 지방소스를 끼얹어 먹는 방식은 키토제닉과도 깊은 연관이 있지만, 커피와 채소에 든 폴리페놀 성분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과도 관련이 깊다. 폴리페놀은 보통 몸의 염증을 제거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용성 성분이라 단독으로는 몸에 흡수되기 어렵다. 블렌더로 분해된 지방의 기름방울과 같이 섭취하면 폴리페놀뿐만 아니라 지용성 비타민 A, D, E, K의 흡수율과도 관련이 깊다.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식을 연구해 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신앙적으로는 신 앞에 선 나란 존재에 대한 재조명을 하고, 철학적으로는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뇌과학과 건강 쪽으로는 내 몸에 대한 이해를 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연구한다. 이렇게 살아가기만 해도, 비록 짧은 인생이라고 할지라도 재미나게 살고 왔다고 고백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